美연준에 '최종금리 힌트' 있을까? 이창용 "국내상황 우선시" 발언에 2월엔 '금리동결' 무게
2월 FOMC 베이비스텝 단행에도 금통위 '금리동결' 가능성
원·달러 환율 떨어진 데다 美 연준 '속도조절' 시사로
금통위 '금리인상' 부담 줄어.. 최종금리 3.75%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13일 베이비스텝(금리 0.25%p 인상)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 3.5% 시대가 열렸다. 2008년 12월 이후 14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기준금리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할지, 추가로 인상할지 또 오른다면 얼마나 오를지에 있다.
통상 우리 통화정책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통화정책에 키를 맞추면서 함께 움직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금리 결정에서 국내상황을 우선시하겠다"라고 분명히 하면서 미국과 '동조화 수준'이 다소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에 연준이 속도 조절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 강달러 현상이 없어지면서 한은이 국내여건을 더 고려할 여건이 마련돼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0.25%p 인상했다. 지난해 4월을 시작으로 총 7차례 연속 금리인상이라는 새 역사를 쓴 것으로, 이제 관심은 2월 23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지 아니면 추가 인상할지다. 이창용 한은 총재 발언 등을 종합해볼 때 3개월 동안은 대내외 상황을 지켜보면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무엇보다 이 총재가 "국내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할 여건이 마련됐다"라고 한 발언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양국간의 자본 움직임이 금리차이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라며 우리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은 '역전 금리차'로 자본이동이 좌우된다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지난해 8월 미국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참석 후 "한국 통화정책은 정부로부터 독립했지만 연준 통화정책으로부터는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다. 한은이 미 연준보다 금리인상을 먼저 종료하긴 어렵다"라고 한 발언과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이 총재는 "그 당시 제가 뜻했던 것은 미국 금리가 굉장히 빠르게 올라갈 때 우리가 반대 방향으로 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라며 "(통화정책이)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모니터링하겠지만 우리 금리 결정은 국내상황을 우선으로 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고정환율제도가 아닌 이상 자본 움직임이 금리차이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 △강달러였던 때와 달리 환율 움직임에 대한 기대가 변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은 '역전 금리차' 상황에서는 외국인의 투자 자금이 빠져 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최근 3개월간 한·미 역전 금리차 상황에서도 외환보유액은 지난 10월 4140억원 달러에서 11월 4161억, 12월 4232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10월 정점을 찍었던 '강달러' 현상이 약해지면서 유로화, 파운드화 등 기타통화 환산액이 증가한 영향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평균 1426.66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1월 1364.10원, 12월 1296.22원으로 큰 폭 하락했다. 1월 들어서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3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1240원 선으로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다.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도 한은이 국내여건을 보다 고려할 상황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FOMC가 오는 2월 1일 회의에서 베이비스텝으로 속도를 조절, 미국 정책금리가 4.50~4.75%로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6.5% 상승률을 기록, 11월(7.1%) 상승률에 비해 둔화된 것이 확인돼서다.
미국이 베이비스텝을 밟을 경우 우리와 금리차가 다시 최대 1.25%p로 벌어지지만 달러가치 하락 등을 고려할 때 2월엔 '동결'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금통위 입장에서 환율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라며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지나갔고, 미국이 더 이상 큰폭의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을 볼 때 2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동결'이 기본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전문에도 금리동결의 힌트가 있다. 지난해 11월 통방 전문에 있었던 "금리인상 기조"라는 문구가 이번 통방 전문에서는 "긴축 기조"라고 바뀌었다. 두 달 전 금통위는 "국내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했지만, 13일에는 "물가안정에 중점을 둔 긴촉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문구를 바꿨다. 미묘한 차이지만 '금리인상'을 못 박지 않았다는 점에서 동결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금통위원의 '소수의견'과 '최종금리 전망' 또한 주의깊게 살펴 볼 부분이다. 이번 금통위에서 7명 금통위원 중 주상영·신성환 위원은 금리동결 의견을 냈다. 최종금리 전망을 두고도 "3개월 간 금리 동결 후 지켜보자",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 3대 3으로 팽팽하다. 이 총재는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통화위원들이 논의 중인 건, 앞으로 3개월 정도 기간에서 볼 때 기준금리 정점이 얼마가 될 지에 관한 것"이라며 "세 분은 최종금리를 3.5%로 봤고, 세 분은 상황에 따라 3.75%가 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금리 3.75%를 말한 금통위원 3명 또한 "꼭 올리자"라는 것이 아닌,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라 2월 금리동결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1~2월 물가상승률이 5% 수준으로 여전히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2%)를 크게 상회하는 점, 대내외 여건 변동성이 크다는 점 등이 변수로 꼽힌다. 미국과의 금리차가 더 벌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는 것을 고려해도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 한미 간 역전 금리차이가 1.50%p까지 벌어진 건 2000년 10월 이후 한 번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이 총재는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 "물가가 저희가 예상하는 수준으로 확실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 (금리인하를) 얘기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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