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출신 정치신인’ VS ‘억만장자 전직 총리’ 맞붙은 체코 대선, 1차 투표서 0.39%P 차 ‘초박빙’
체코 대통령 선거가 ‘퇴역 군인 정치 신인’ 대 ‘억만장자 전직 총리’의 대결 구도로 굳혀졌다.
체코 통계청은 지난 13~14일(현지시간) 양일간 치러진 대선 1차 투표 개표에서 무소속 페트르 파벨(61)이 35.39%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했다. 2위는 야당인 긍정당(ANO) 대표이자 총리를 지낸 안드레이 바비시(68)로 35.00%의 득표율을 얻었다. 1·2위 득표율 차이가 불과 0.39%로 초박빙 결과였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최다 득표자 2명이 결선에서 다시 맞붙는다. 이번 체코 대선에는 총 8명의 후보가 출마해 1차 투표를 치렀다.
의원 내각제를 채택한 체코는 총리가 행정 권한을 갖고 있어 대통령은 실권이 거의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총리와 중앙은행장, 헌법재판관 지명 권한을 갖고 군 최고 통수권자를 맡는다. 이번 선거는 직선제 도입 이후 세 번째로 치러지는 대선이다. 2013년 첫 대선에서 당선된 말로시 제만 현 대통령의 연임으로 10년 만에 새 국가 원수를 선출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파벨은 체코 육군 참모총장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군사위원장을 지낸 군 장성 출신이다. 1993년 보스니아 전쟁 당시 세르비아 군대에 포위된 프랑스군을 구출하는 작전을 성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오른 바비시는 ‘억만장자 포퓰리스트’로 불리는 사업가 출신 정치인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는 체코에서 다섯 번째로 재산이 많은 인물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총선 패배 후 2021년 10월 사임했다. 총리 재임 당시 포퓰리즘적인 정책 결정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총리 시절 중소기업을 지원 대상으로 하는 유럽연합(EU) 보조금을 자신이 소유한 체코 최대의 식품·농업·화학기업 ‘아그로페르트(Agrofert)’가 수령하게 했다는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지난 9일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두 후보는 우크라이나 지원 등 주요 현안을 두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중도우파 내각의 지지를 받고 있는 파벨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적인 군사 지원을 주장하는 반면, 바비시는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자신이 당선되면 ‘평화 정상회담’을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선거운동 기간 페트르 피알라 총리가 이끄는 5당 연합 내각을 비판해온 바비시는 높은 인플레이션 등 국내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나토 군사위원장 출신인 불리는 파벨은 체코의 유로화 도입에 찬성하고 EU 및 나토와의 협력 증진을 주장해 왔다. 반면 바비시는 자국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EU의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그는 EU에 회의적인 견해와 이민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해온 제만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 체코의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재정 적자 등은 누가 이기든 직면하게 될 숙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차 투표에서 나머지 후보 6명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의 표가 결선에서 파벨에게 더 쏠릴 수 있다며 파벨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1차 투표에서 맞붙은 8명의 후보 가운데 3위(13.9%)를 차지한 경제학자 출신 다누셰 네루도바는 결선에서 파벨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한자릿 수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다만 단일 정당으로는 긍정당 지지율이 높은 데다 노년층 유권자들의 중심으로 바비시의 지지율이 견고해 최종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결선은 오는 27~28일 치러진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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