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미분양 주택 매입 검토" 지시에… 정부, 세부방안 고민

이미연 2023. 1. 15. 15: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건설시장 연착륙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민간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검토 중인 가운데, 매입 대상과 수준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미분양 주택 매입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뒤로는 정부 내 움직임에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다만 현재 미분양 주택 절대량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사들일만큼 많다고 보기 어렵고, 건설사의 높은 분양가와 수요 예측 실패의 책임을 정부가 대신 떠안는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분양시장 침체로 최근 미분양이 급증할 조짐을 보이자 미분양 주택 매입 검토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뒤로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는 5만8027가구로 전월보다 22.9%나 증가했다. 미분양이 한 달 새 1만가구 이상 늘어난 것은 2015년 12월(1만1788가구) 이후 6년 11개월 만이다. 이 중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7110가구에 달한다. 정부가 위험선으로 보는 미분양 물량은 대략 6만2000가구 정도다. 업계에서는 최근 시장 상황으로 볼 때 12월 기준으로는 이미 6만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 기존 매입임대사업을 확대해 민간 준공후 미분양을 매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매입임대사업은 LH가 도심 내 신축 또는 기존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매입해 취약계층 등에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으로, 주로 다가구·다세대 등이 대상이다. 아파트 매입 비중은 10% 미만(지난해말 기준 9%선)에 그친다.

국토부는 이 방식으로 현재 7000여가구가 넘는 준공후 미분양의 일부를 매입할 계획이다. 올해 매입임대주택(3만5000가구)용으로 편성한 주택도시기금 6조763억원으로는 모자라 기금 예산 증액도 예상된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조원 규모의 '긴급 민생 프로젝트'에서 미분양 주택 매입을 통한 공공임대 확대를 언급해 국회 논의를 통한 예산 증액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는 LH 자체 자금을 통해 추가로 미분양을 매입하는 방안도 타진하고 있다. LH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급증하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채권발행 등을 통해 준공후 미분양을 사들인 전례가 있다. 감정평가를 통해 분양가의 60~70% 선에 매입했다. 다만 현재 부채비율이 221%인 LH는 정부가 지정한 채무위험기관이라 2026년까지 부채비율을 207%로 감축해야 해 매입 물량을 크게 늘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신 LH의 직접적인 부채 부담을 덜기 위해 기업구조조정리츠 방식으로 준공후 미분양을 매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행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환매 조건부 매입 시행 가능성은 크지 않아보인다. HUG가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등에 따른 전세보증금반환 보증 가입이 급증하면서 보증 한도가 한계에 달한 상태라 '최악의 상황'이 아니면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미분양 매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고분양가와 수요예측 실패를 정부와 공기업이 떠안아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분양을 사주더라도 건설사의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입 단가를 분양가 이하로 크게 낮추고, 업체가 HUG에 판 미분양을 되사간 뒤 시장에 분양할 때는 분양가 이하로 팔도록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다.한편 LH는 현재도 매입임대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LH는 고분양가로 대거 미분양이 났던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 36가구를 사들였다. 윤 대통령의 지시 전인 지난해 12월 21일에 분양가에서 15% 할인된 각각 2억1000만~2억6000만원대의 가격대에 매입했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3249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비싸 대부분 평형이 미분양으로 남았으며,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을 7차례나 진행했음에도 잔여 물량을 소진하지 못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