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보다 낮은 3년 국채 금리…한은, 1년반 금리인상 마침표?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7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가 연 3.5%로 올라선 가운데 1년물을 제외한 국고채(국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에 형성됐다. 특히 기준금리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국고채 3년물이 기준금리보다 낮아진건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마침표가 찍혔고, 결국 금리 인하를 피할 수 없다는 인식에 국채 금리가 하락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9.7bp(1bp=0.01%p) 내린 연 3.369%로 마감했다. 5년물, 10년물은 각각 12.8bp, 11.2bp 떨어진 연 3.275%, 연 3.300%로 거래를 마쳤다. 장기물인 국고채 20·30·50년물도 일제히 8bp가량 떨어지며 연 3.35~3.36%대로 기준금리 수준을 밑돌며 마감했다.
같은날 오전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해 연 3.5%로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연 3.554% 금리로 마감한 국고채 1년물을 제외하면 모든 연물의 금리가 연 3.5%인 기준금리 밑으로 내려갔다. 코로나 대유행로 금융 시장에 불안감이 엄습했던 2020년 3월 기준금리(연 1.25%)보다 국채 3년물 금리(연 1%대)가 낮아진 이후 약 3년만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졌다는 것은 한은의 금리인상이 연 3.5% 수준에서 종료될 것이란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통상 채권 금리는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험 보상(수익)이 더 커지기 때문에 기준금리보다 높게 형성된다.
시장은 이번 금리인상 결과에 따른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연 3.5~3.75%로 예상하고 있었다.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기준금리가 예상치에 도달하면서 시장은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해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최종 기준금리도 3.5%와 3.75%로 절반씩 나뉘어 졌지만 최종금리 3.75%는 금통위원들이 가능성을 열어 놓자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공식 발표문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11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사용했던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1월엔 '긴축'이란 말로 대체됐다. 금리인상의 파급효과와 인플레이션의 둔화 속도 등을 점검한다고 밝히면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갈 것'이라는 문구를 추가,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에 소극적인 입장을 녹여냈다.
성장세 둔화 우려도 전보다 짙어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13일 국고 3년물과 10년물의 차이는 6.9bp로 장단기 금리는 8거래일 연속 역전세를 보이며 경기침체 우려를 더했다. 통상 국채금리는 만기가 길수록 이자율(수익성)이 높지만 경제 성장세 둔화 국면에선 단기물이 장기물 금리를 역전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한은 역시 지난해 11월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7%)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한은의 금리에 대한 입장변화와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향후 금리 동결 가능성이 크다 받아들인 셈이다. 국고채 2년물 이상 구간이 모두 연 3.5%를 밑돌고 있는 점은 단시일 내는 아니더라도 결국 금리 인하를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 하락 속도는 빠르고 과하게 보이지만 정해진 길을 거스를 수 없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부정할 수 없다"며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종반부 불확실성과 무관하게 국내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최근 미국에서 물가 오름세가 잡히면서 한은 통화정책 주요 변수인 미국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 또한 금리 동결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날 CME(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 워치툴에 따르면 오는 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25bp가 인상될 확률을 93.7%로 바라보고 있다. 일주일 전 75.7%보다 약 20%포인트 가량 높아진 수준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일단 3.5%에서 멈추고 금리 인상 파급효과를 보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미국 통화정책이 환율 급등에 미칠 가능성도 낮아진 상황에서 사실상 한은이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 연준(연방준비제도·Fed)보다 앞서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미국이 페이스(속도) 조절을 시작했다. 기본적으로는 국내 상황을 우선적으로 보면서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며 미국 통화정책 방향성과 관계 없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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