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풀어도···중개업소들 “급매 문의전화만 늘었어요”
정부가 잇따라 대규모 부동산 규제완화를 단행했지만 연초부터 이어진 금리인상 여파로 매수시장은 여전히 관망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이 규제지역에서 벗어나면서 일부 수요자들의 매수문의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거래로 이어지지 못하는 ‘거래절벽’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3대책 이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값 하락폭이 1월들어 2주 연속 줄었지만 부동산업계는 “매도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면서 보이는 착시현상일 뿐 여전히 초급매물만 아주 가끔 거래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시장에서 거래가 일어나면 실제 데이터상에서 반영되는 데는 한 달 가량 시간이 걸리지만 호가단위로 움직이는 시세동향은 현장의 돌아가는 의견들이 적시에 반영이 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반면 실거래가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만 해도 21개 자치구가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당장 다주택자들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등 세금부담이 줄어들고, 실수요자들도 LTV(주택담보대출비율) 확대로 대출가능금액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와 집값 하락 기대감에 선뜻 매수세로 돌아서지는 못하고 있다.
집값 하락기에는 빚을 내서라도 내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더 줄어든다. 정부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적용을 받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했지만 이 역시도 향후 금리가 인하될 경우 되레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되면서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도봉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무주택자나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문의는 늘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다”면서 “갖고 있는 매물 10개 중 1~2개가 급매물인데 이것들은 조만간 소진될 것 같고, 급매물만 소진되면 이 정도 하락한 가격은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업자 역시 “규제가 풀렸다고는 해도 금리가 있으니까 사고 싶다는 문의전화만 있지 실제로 팔리는 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여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상속물건으로 5억3000만원짜리 아파트가 4억1000만원 급매로 나왔는데도 아직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 상속받은 아파트나 다주택자 등 피치못할 사정이 있거나 대출이자가 부담스러운 사람들만 종종 손해보고 내놓을 뿐 아직까지 규제완화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5일 기준 1월 아파트 거래량은 80건(계약일 기준)으로, 다음달까지 신고기한이 남아있는 점을 감안해도 전년 동월(1090건) 거래건수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의 호재인 ‘전방위 규제완화’와 악재인 ‘금리인상’이 서로 시소게임을 하면서 앞으로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힘겨루기가 심해질 것”이라며 “설 연휴 이후 낙폭이 심했던 지역에서 특례보금자리대출 수혜를 받는 중소형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일부 이뤄지겠지만 매수심리가 여전히 바닥권이어서 거래가 이뤄진다고 해도 매물 소화과정일 뿐 시장 반전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매수자 관망이 여전히 심한 상황이고 몇 주간은 분위기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중개업소에 문의를 해보면 급매 문의가 이전보다는 조금 늘었지만 말 그대로 급매물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문의가 늘었을 뿐 여전히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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