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금체불 피해노동자의 원청 처벌불원, 하청·재하청에도 적용”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임금 체불을 당한 노동자가 원청 사업주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하청·재하청 사업주에 대한 처벌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임금 체불(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원청 사업주 A씨, 하청 사업주 B씨, 재하청 사업주 C씨가 기소된 사건에서 B·C씨의 공소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플랜트 제조업을 하는 A씨는 B씨에게 시설공사를 하도급하고, B씨는 C씨에게 재하도급했다. C씨가 이 공사를 위해 노동자들을 고용하고도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자 노동자들은 A·B·C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세 사람을 모두 기소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임금 체불은 원·하청 사업주가 같이 책임져야 한다. 임금 체불 원인이 원청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A씨가 하도급 대금을 정당한 사유 없이 B씨에게 지급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B씨가 C씨에게 대금을 주지 못해 임금 체불이 발생했다고 봤다.
문제는 일부 노동자들이 1심 판결 선고 전 A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고소 취하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A씨에 대한 ‘처벌 불원’이 B·C씨에 대해서도 적용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은 일부 노동자들의 처벌불원 의사가 A씨에게만 적용된다고 보고 A씨는 공소기각, B·C씨는 유죄로 판결했다. 2심은 B·C씨에 대해서도 처벌불원 의사가 적용된다고 보고 공소기각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수긍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하수급인과 직상 수급인을 배제한 채 오로지 상위 수급인에 대해서만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청·재하청 사업주를 처벌하려면 노동자가 임금을 직접 청구하거나 형사고소 등 법적 조치를 취한 대상이 누구인지, 원청 사업주와 합의하고 처벌 불원을 밝히게 된 과정이 어떠한지, 원청 사업주가 노동자 임금을 제대로 변제했는지 등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상위 수급인이 근로자와 임금 지급 합의를 원만하게 이루고 처벌을 면해도 합의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하수급인이나 직상 수급인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의사표시가 명시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귀책사유가 있는 상위 수급인과 합의한 근로자가 하수급인이나 직상 수급인만 따로 처벌받기를 원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 것”이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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