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WBC 때마다 ‘공인구 타령’을 해야 하는가

안승호 기자 2023. 1. 1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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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종’ 빼고 투수 13명 공인구 미경험자
슬라이더 주무기 투수 등 적응력이 관건될듯
2017년 WBC를 앞두고 일본 오키나와에서 공인구를 앞에 두고 훈련을 하는 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



야구만큼 공인구에 민감한 구기 종목도 없다. 마운드의 투수는 똑같은 공인구를 쓰면서도 손에 잡히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을 때는 구심에게 공 교체를 요구한다. 하물며 공인구가 바뀌면 느낌 차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제대회가 열릴 때면 공인구 적응력이 매번 화제가 된다. 또 투수별 적응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오는 3월 열리는 제5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를 준비 중인 한국 야구대표팀도 어김없이 공인구 적응이라는 첫 번째 숙제 풀기에 들어가 있다.

WBC 공인구는 메이저리그 공인구인 롤링사 제품이다. 미국 무대 경험이 있는 선수라면 이질감이 없지만, 한국 또는 일본프로야구에서만 뛴 선수라면 어떤 식으로든 ‘다름’을 느끼게 된다.

이번 대회 한국대표팀은 과거의 대표팀 보다 공인구에 관한 걱정이 조금 더 클 수도 있다. 대표팀에는 투수 15명이 합류하게 되는데 이 중 WBC와 메이저리그 이력이 있는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을 제외한 투수 13명이 WBC 공인구를 던져본 경험이 없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이후로 WBC 공인구를 지급받아 공을 던지고 있지만, 대부분이 KBO리그 공인구를 손에 쥘 때 만큼의 밀착감을 아직은 얻지 못하고 있다.

WBC 공인구를 처음 만져본 사이드암 정우영(LG)은 잠실구장에서 적응 훈련을 하던 이달 초 “미끄러운 느낌이 있다. 점차 적응 중”이라고 말했다. 역시 WBC는 처음인 우완 곽빈(두산)도 지난 주중 잠실구장에서 공인구 적응 훈련을 하며 “실밥이 손에 잘 걸리지 않는 느낌이 있고, 공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면서 “서둘러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WBC 공인구는 1회 대회가 열린 2006년부터 대표팀 투수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가죽 표면이 미끄러운 데다 실밥 높이가 낮다는 것이 그때부터 내려운 보편적인 반응이다. KBO리그 공인구도 메이저리그 공인구와 일본프로야구 공인구처럼 둘레(229~235㎜)와 무게(141.7g~148.8g), 실밥 폭(9.524㎜ 이하) 등 모든 부문에서 국제규격에 맞춰 만든다. 그러나 규격 안에서 완성품이 나오더라도 제조사에 따라 특성 차이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또 워낙 공에 예민한 종목이어서 사용자에 따라 그 차이를 더 크게 느끼기도 한다. KBO리그 선수들 가운데는 일본프로야구 공인구 미즈노사 볼을 쓸 때도 “미끄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꽤 있었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대표팀 투수들의 WBC 공인구 적응 난이도는 각국 투수 중에도 가장 높을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이강철 야구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투수 스태프들을 어느 국제 대회보다 투수들의 페이스를 살펴야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3월에 열리는 대회로 투수들 대부분이 100% 몸상태를 만들기는 어려운 데다 공인구 적응력에 개인차가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6년 1회 대회에서는 포심패스트볼에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았던 박명환(당시 두산)이 공인구 적응에 어려움을 보이며 자기 공을 마음껏 던지지 못하기도 했다. 실밥을 손을 걸어 던지는 구종을 주무기로 쓰는 투수들이 고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반면 미국에서 뛴 이력이 있는 데다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봉중근(전 LG) 등 WBC 공인구와 절묘한 궁합으로 강세를 보인 투수들도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오랜 투수코치 경력을 기반으로 투수의 당일 컨디션까지 체크하면서 투수별 활용법을 찾곤 했다. 이번 대회는 조금 더 세밀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 많다.

과거 일본 대표팀은 공인구 적응에 애를 먹는 투수를 준비 단계에서 과감히 제외하기도 했다. 2009년 대회를 앞두고 우완 기시 다카유키(당시 세이부)가 WBC 공인구 적응에 문제를 보이자 교체를 결정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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