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진박감별사” “제2 유승민”…험악해지는 與전대

나경원 상경해 지역구 성당 들러
친윤 겨냥해 “이렇게 가면 안돼”
장제원 “스타 당대표 필요없어”
정진석 “친윤·반윤 안돼” 진화까지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 [연합뉴스]

지난 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한발씩 출마 쪽으로 내딛자 친윤계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친윤계 핵심으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을 ‘제2의 진박감별사’라고 비판하며 강공모드로 전환했다. 장 의원은 나 전 의원을 향해 ‘제2의 유승민’이라고 맞받았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친윤, 반윤 말 쓰지 말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15일 오전 나 전 의원은 서울 동작구의 한 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했지만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3일 충북 단양 구인사 방문에 이어 종교계를 계속 찾아다니는 모양새여서 출마를 향해 한발한발씩 내딛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미사 참석에 앞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며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적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공천을 둘러싼 계파갈등으로 총선에서 대패했다. 당시 주류였던 친박계는 ‘진박’ ‘찐박’(진짜 친박)을 자처하며 비박계를 압박하고 공천에서 대거 배제해 분란을 자초했다. ‘제2의 진박감별사’ 발언은 “(나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기만했다”고 몰아세운 장제원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이날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나 전 의원은) 당내 몇 안 되는 장수 중 한 사람”이라며 “몇몇 인사들의 나경원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은 지나친 감을 준다. 과연 그가 그렇게 비난받을 일을 했는가”라고 나 전 의원에 힘을 보탰다.

장 의원은 즉각 응수하며 날을 세웠다. 그는 SNS를 통해 “저는 ‘제2 진박감별사’가 될 생각이 결코 없으니 나 전 의원도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윤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든 없든지 간에 ‘꼭 내가 당 대표가 되어서 골을 넣어야겠다’, ‘스타가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은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주요 관계자들이 떡 컷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페이스북]

주말사이 나 전 의원 측과 친윤계 사이 갈등이 격화 양상을 보이자 보다못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SNS를 통해 “친윤과 반윤이라는 말을 쓰지 말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당대회 관리 책임자로서 몇 가지 드리는 요청’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계파가 있을 수 있겠나”며 “윤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뛴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 모두가 다 ‘친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역 의원들은 당 대표 후보 캠프에서 직책을 맡지 않았으면 한다”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을 끌어들여 비하하거나 당을 헐뜯는 인물에 대해서는 즉각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다른 당권주자들도 나 전 의원과 친윤계의 전면전 혼란 속에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소외되면서 일제히 친윤쪽 책임을 더 크게 묻고 나섰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누구나 참여하는 아름다운 경쟁이 아니라 특정인을 향한 위험한 백태클이 난무한다”며 “이미 룰은 공정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앞서 나 전 의원을 포함해 원하는 누구나 전당대회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상현 의원도 ‘친윤’과 ‘반윤’ 논쟁이 붙은 전당대회 상황을 두고 “작금의 상황에 책임이 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내 일부 호소인’들은 깊이 자중해야 한다”며 “줄 세우기와 편 가르기를 하려는 시도도 결단코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당내에서도 점점 친윤쪽에 불만이 커지는 모양새다. 5선 중진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2024년 국회의원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치르는 게 맞다. 이른바 ‘윤핵관’을 중심으로 치르는 게 아니다”고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직격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어 서 의원은 “당의 대표를 뽑겠다고 했고, 당원에 의한 당원을 위한 축제의 큰 마당으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더니, 윤심(尹心)을 찾는답시고 내내 엉뚱한 짓거리만 벌여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