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축제 중단케 한 '이상기온' 원인은 결국 '인간'
1월 초 유럽 9개국은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으며 새해 첫날 스위스는 사상 처음 영상 20도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이 10도를 웃돌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2일 지난해 지구 평균 표면 온도가 1880년 이후 5번째로 높은 해였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기후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들이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인간의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5일 전북 정읍시에 따르면 ‘2023 정읍 내장산 얼음 축제’의 일정이 일부 변경됐다. 최근 낮 최고기온이 10도를 웃돌며 얼음조각을 이용한 전시와 체험행사 진행이 불가한 탓이다. 정읍시의 겨울 대표축제가 겨울답지 않은 기온에 규모가 축소됐다.
해외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이상기온으로 미국 농업이 10억달러(약1조242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미국 남부 지역은 늘어난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를, 서부 지역은 가뭄이 지속되며 물 부족으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다. 이상기온이 이어지고 있는 유럽의 스키장들 역시 모두 문을 닫았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미국 환경 보호국(EPA)에 따르면 지구의 기후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산화탄소다. 석유와 가스, 석탄을 태워 사람과 재화를 이곳 저곳으로 옮기는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대기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산화탄소는 항상 대기 중에 존재해 지구를 온실 속에 갇혀 있게 한다.
온실효과는 이미 1800년대 후반 검증됐다. 아일랜드 과학자인 존 틴달은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를 포함한 기체가 열을 흡수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온실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첫 연구다. 이후에도 많은 과학자들이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를 증명했다. 마이클 로만 영국 레스터대 행성과학과 교수는 “온실효과는 이미 실험실 실험과 기상관측을 통해 검증된 명확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증가 역시 이미 인간의 인간활동 때문이라는 점이 입증됐다. 나무의 나이테, 호수 퇴적물, 산호에서 쉽게 관찰된다. 가령 나이테는 대기 화학의 변화를 기록한다. 나이테 분석에 따르면 화석 공급원에서 나온 탄소가 1850년 이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850년은 산업혁명이 태동하던 시기다. 80만년 동안 300ppm(100만 분의 1) 수준에 머물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 혁명 이후 420ppm으로 치솟았다.
이산화탄소와 함께 배출되는 메탄 역시 대표적 온실가스로 꼽힌다. 인간의 활동으로 메탄의 배출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이 지난해 7월 공개한 ‘2021 지구대기감시보고서’에 따르면 메탄은 10년 전과 비교해 약 2.2배 증가하며 1999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구급 관측소인 하와이 마우나로아에서 2020년 대비 17ppb가 상승한 1896ppb의 대기 중 메탄이 관측됐다. 이는 산업화 이전 전지구 평균(722ppb)의 약 2.6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국내에서도 같은 결과다. 2021년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에서 측정한 메탄의 평균 농도는 2005 ppb(10억 분의 1)다. 10년전인 2012년과 비교해 약 2.2배가 증가한 것으로 총 97ppb가 늘었다.
일각에서 지구 온난화가 지구의 자연적 온도변화 주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 약 9200만년 전 기온이 높아 극지방의 만년설이 없었고, 악어와 같은 생물도 캐나다 북극 지방에 서식했다. 해수면 역시 현재보다 약 25m 높았으며 이런 뜨거운 기후 때문에 생물이 대거 멸종했다는 증거도 다수 존재한다. 뜨거웠다 추워졌다를 반복하는 지구의 자연적 주기는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방식이나 화산 폭발, 엘니뇨와 같은 단기 기후 주기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의 지구 온난화는 이런 주기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분석이다. BBC는 “저명한 학술지에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모든 과학자들은 현재 기후 변화의 원인에 동의한다”며 “인간의 영향이 대기와 바다, 육지를 데웠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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