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장연에 소송 제기하며 손해배상금 부풀린 서울시
서울시가 ‘이동할 권리’를 요구하며 서울 지하철에서 승하차 시위를 벌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피해금액을 부풀린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경향신문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서울교통공사의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보면, 공사는 전장연에 6억145만원의 손배액 지급을 요구하며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해 열차 운행 불능 손실, 열차 지연 반환금, 임시 열차 운행 및 질서유지 인건비 등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이번 소송은 2021년 12월3일부터 지난해 12월15일까지 이어진 전장연의 8~82차 승하차 시위에 관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소장과 함께 제출한 ‘회차별 공사 손실금 산출내역’을 보면, 공사는 총 손해배상 청구액인 6억145만원 중 4억3709만원 가량을 ‘열차운행 불능 손실’로 산정했다. 전장연 시위로 열차 운행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으니 그에 따른 수익금 감소분을 배상하라는 것이다. 공사는 여기에 더해 현장지원 인건비 1억5472만원, 지연 환불금 962만원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서울교통공사가 제시한 수익금 감소분이 부풀려졌다는 점이다. 공사는 승하차 시위로 감소한 승차인원(감소한 열차 대수×평균 재차인원)에 1인당 수익금 1250원을 곱해 ‘불능 손실’을 산정했다. 그러나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의 승객 1인당 평균 수익금은 2021년 기준 998원이었다. 공사가 소장에서 1인당 수익금으로 계산한 1250원보다 20%가량 적다.
수도권은 통합환승할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사 운영 구간인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 처음 탑승하더라도 다른 회사 운영노선이나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으로 갈아타면 해당 운영사로 수익금이 배분된다. 이렇게 배분하고 남는 승객 1인당 수익금이 철도통계연보에 나오는 998원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자신들의 손해가 아닌 부분까지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산정한 셈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번 소송(2차 소송)에 앞서 제기한 소송(1차 소송)의 청구액도 3000만원에서 5145만원으로 높였다. 서울교통공사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1차 소송은 1~7차 승하차 시위에 관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손해배상 금액을 과다 산정하고 기존 소송 액수까지 늘린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관용 원칙’에 따른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앞으로 지하철에서 불법 시위는 못 할 것”이라면서 “전장연이 계속 불법 시위를 한다면 추가적인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정치적 판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서울시가 책임을 회피하고 ‘겁 주기용’ 소송만 하고 있다”면서 “손해배상 금액을 억지스럽게 부풀리는 것은 ‘우리도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부각해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적절한 기준을 가지고 순리적으로 판단했다”면서 “중립적 판단은 판사가 할 것이며 소송과 관련된 답변은 일체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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