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행유예=사업 계속”…IDS 고문변호사, ‘1조대 사기’ 방조

변호사 신분으로 피해자 현혹해 범행 가담
“기업 총수들에게 많이 선고…사업 계속 의미”

키코공대위, IDS홀딩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피해자연합회 등 금융피해자연대 회원들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20년 4월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금융범죄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며 해당 기업, 은행 등을 고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1조원대 사기 피해를 발생시켜 ‘제 2의 조희팔 사건’이라 불린 유사 수신업체 아이디에스홀딩스(아이디에스)의 고문변호사였던 ㄱ씨가 사기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공소장에는 변호사인 ㄱ씨가 ‘집행유예는 사업을 계속해도 된다는 뜻’이라고 강의하는 등 ㄱ씨가 사기에 가담한 정황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신대경)는 지난달 27일 ㄱ씨를 사기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아이디에스 고문변호사이자 김성훈 전 대표의 변호인이던 ㄱ씨는 2016년 4~8월 다수의 투자자 등을 상대로 아이디에스가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강의하는 등 김 전 대표의 사기 범행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한겨레>가 입수한 공소장에는 ㄱ씨의 ‘사기 방조’ 혐의 행위가 자세히 드러나 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2014년 1심에서 다른 사기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를 두고 ㄱ씨는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는데 기업 총수들에게 위와 같은 형이 많이 선고돼 법조계 내에서는 ‘사업은 계속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또한 “김 전 대표가 여러 사업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업을 계속한다는 것 자체가 ‘조희팔 사건’ 등 언론에 오르내리는 여러 사건들과 완전히 차별되는 사실관계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ㄱ씨가 변호사라는 직업을 이용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방식으로 김 전 대표의 사기를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ㄱ씨는 아이디에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돼 수익이 나고 있고 향후 상당한 수익이 예상되는 것처럼 말을 해 변호사에 대한 일반적인 신뢰를 이용해 투자자 등에게 투자나 투자 유치를 해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믿게 했다”며 “김 전 대표가 투자자들을 기망해 위와 같이 재물을 편취함에 있어 범행을 용이하게 방조했다”고 적시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2011년 소액외환거래를 통해 환차익을 노리는 에프엑스(FX)마진거래 등에 투자하면 월 1~10% 배당금과 함께 1년 뒤 원금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1만2174명에게 1조73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2017년 징역 15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원금과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투자자 7만여명으로부터 5조원을 가로챈 조희팔 사건과 비슷해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렸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