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백희나 "창작 방식 달라도 동시대 작가여서 좋네요"

이은정 2023. 1. 1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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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동청소년문학학회 주최 학술대회서 대담
백희나 "페이지 완결성 중시"·이수지 "독자 이야기 끌어내길 기대"
지난 14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이수지-백희나(오른쪽) 작가 대담 [한국아동청소년문학학회 유튜브 캡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평소 떠오르는 생각이 따로 돌아다니다가 어느 순간, 뭔가 될 것 같은 지점이 생기면 흩어진 쇳가루가 좌석을 향해 와르르 다가가듯이 끌어당기죠."(이수지 작가)

"저는 갖고 있던 다양한 생각이 자유롭게 온다기보다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때부터 한창 끌리는 이슈를 쇳가루처럼 끌어모아 이야기를 완결하죠."(백희나 작가)

한국 그림책 시장을 대표하는 이수지(49)·백희나(52) 작가가 창작의 원천이 되는 이야기를 구상하는 과정에는 이 같은 차이가 있었다.

두 작가는 지난 14일 한국아동청소년문학학회 주최로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세계 속의 한국 그림책-이야기는 어디서 시작하는가'를 주제로 대담을 했다.

지난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은 이수지와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은 백희나가 한자리에서 대담한 것은 처음이라고 주최 측은 전했다.

이수지·백희나 작가(오른쪽) [연합뉴스 자료사진·책읽는곰 제공]

두 작가는 유튜브로도 생중계된 행사에서 그림책 작가가 된 과정과 작업 방식, 창작 태도 등에서 서로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발견하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MBTI(성격유형 검사)가 겹치는 게 없다"고 웃음을 터뜨리면서 "동시대에 활동하는 작가여서 정말 좋다"며 서로를 칭찬했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북아트 석사 과정을 마친 이수지와 대학에서 교육공학과 캐릭터애니메이션을 공부한 백희나는 그림책 작가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이 각기 달랐다.

백희나는 "많은 인력과 자원, 기술이 필요한 애니메이션이란 매체의 한계에 부딪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그림책에 끌렸다"며 "영화를 위해 스토리보드 작업을 하듯이 근본이 되는 소스를 만들어놓으면 다른 장르로 발전할 수 있으니 기초가 되는 작업을 하는 게 좋았다"고 돌아봤다.

이수지는 "그림의 힘이 밀고 가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란 매체에 재미를 느꼈고 영국 (유학)에서 북아트란 장르를 발견했다"며 "그즈음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다양한 그림책을 보며 그림, 이야기, 책 등 내가 좋아하는 게 다 모여있단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와 어른을 포괄하는 야심 찬 매체란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이른바 경계 3부작인 '거울 속으로', '그림자놀이', '파도야 놀자' 등에서 책의 물성을 실험적으로 활용한 이수지는 "실물로서의 책을 정말 좋아한다"며 "어린이들에게 '너의 손에 잡히는 세계가 있어'란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 딱딱한 물체로서의 어떤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구름빵', '달샤베트', '장수탕 선녀님', '연이와 버들 도령' 등 대표작에서 입체적인 캐릭터와 생생한 시각 이미지를 선보여온 백희나는 "이야기를 꾸려나갈 가장 적합한 주인공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며 "앞으로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영웅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지-백희나 작가 대담(왼쪽부터 차례로) (서울=연합뉴스) 그림책 작가 이수지·백희나가 지난 14일 한국아동청소년문학학회 주최로 열린 '세계 속의 한국 그림책-이야기는 어디서 시작하는가' 대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아동청소년문학학회 유튜브 캡처]

페이지마다 완결성과 디테일이 강점인 백희나와 좀 더 자유분방한 그림체에 다른 장르와 융합을 시도하는 이수지는 서로의 작업 방식을 동경하기도 했다.

백희나는 "메인 독자로 생각하는 서너 살짜리 아이들은 책을 차례대로 읽지 않고 확 펼치기도 해 장면마다 완결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작업은 복잡하게 하지만 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겨야 한다는 장치가 있어 단순함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수지 작가는 (창작 방식이) 굉장히 자유롭다고 느낀다"며 "글 없는 그림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자율성을 갖게 해주는 것 같아 차이점이 놀랍다"고 덧붙였다.

이수지는 이에 대해 "(백희나 작가 같은) 페이지의 완결성 추구는 제가 늘 반성하는 부분"이라며 "저는 뭔지 모르지만 다양한 요소들이 쌓여 '당신의 마음속에 이야기가 있어, 당신에게 어떤 효과를 전해주고 싶어'란 측면에서 책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독자 타깃을 두고 고려해 책을 만든 적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그림책 특성상 어린이는 늘 내 안에 있고, 미디어 환경이 변해도 언제나 어린이는 있을 것이다. 이들 손에 뭔가를 쥐여주고 싶은 마음을 가진 창작자는 계속 있을 것이고, 그 맨 앞에 그림책 작가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희나도 "어린이는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므로, 매체를 담는 그릇의 변화가 있어도 (그림)책은 남아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이야기는 영원히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작가는 다음 계획도 밝혔다. 백희나는 "구상 중인 그림책이 있고, 콘텐츠 동영상 작업을 하고 있다"며 "바비 같은 인형을 갖고 연속 드라마를 만드는 걸 해보고 있는데, 자유로움을 추구하기 위한 모험"이라고 했다.

이수지는 다뤄보고 싶은 소재에 대해 "어느 나라에나 있는 기본적인 옛이야기, 민담엔 늘 관심이 있다"며 "15명의 그림책 작가가 모여 바캉스 프로젝트를 하는데, 그 모임의 주된 테마가 옛이야기를 갖고 재미있게 놀아보기다. 우리 관점에서 더 살려보며 작업한다"고 말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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