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냥이가 새끼 데려와, "제발 살려주세요"

남형도 기자 2023. 1. 1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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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부터 동네 고양이를 돌봐주던 선한 사람이 있었다.

살구는 새끼 3마리를 낳았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살구는 새끼 둘을 데리고 나타났다.

살구와 새끼는 1층 현관 옆 작은 상자에 함께 웅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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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행동 카라, 시민에게 '치료 지원'해 새끼 고양이 구조…한쪽 눈 수술 받은 새끼 고양이, '왕자'란 이름으로 돌봐주던 보호자에게 입양
어미 고양이 '살구'가 캣맘의 집 앞에 데리고 온 새끼 고양이. 눈이 많이 아픈 상태여서 구조 후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줬다. 새끼 고양이는 수술을 잘 받았다. 캣맘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갈 새끼냥이가 걱정돼 둘째로 입양했다. '왕자'라는 멋진 이름도 지어줬다. 곤히 잠든 왕자./사진=동물권행동 카라

2~3년 전부터 동네 고양이를 돌봐주던 선한 사람이 있었다. 돌보던 고양이 중 '살구'라 부르던 녀석이 있었다.

살구는 새끼 3마리를 낳았다. 새끼들은 이후 '허피스(고양이 감기 일종)'에 걸린듯 했다. 하지만 살구가 머무는 곳을 계속 바꿔, 약도 영양가 있는 사료도 먹지 못했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살구는 새끼 둘을 데리고 나타났다. 이중 하나는 눈이 많이 아파보였다. 보호자가 병원에 데려가려 했으나, 살구는 심하게 공격했다. 새끼도 재빨리 도망가 잡기 힘들었다.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의 수명은, 반려묘에 비해 더 짧다. 돌봐주는 이 없이는 더욱 고단한 삶. 어미가 새끼를 데리고 온 마음은 또 어땠을지./사진=동물권행동 카라

그리고 시간이 좀 더 흐른 어느 날이었다. 살구가 눈이 많이 아픈 아이를 다시 데리고 왔다. 살구와 새끼는 1층 현관 옆 작은 상자에 함께 웅크리고 있었다. 새끼는 기력이 다 빠졌는지 웅크린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미 살구는 곁에서 가만히 새끼를 바라보기만 했다. 보호자가 다가가도 이번엔 공격하지 않았다. 마치 "우리 아이 좀 어떻게 해주세요, 이제 가망이 없는 것 같아요"란 표정이었단다. 새끼를 안아올리니 살구는 한 발짝 물러나서 쳐다보았다.

눈이 빨갛게 부어 있던 새끼 고양이 '왕자'. 치료가 시급했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보호자는 살구의 새끼를 병원에 데려갔다. 한쪽 눈이 새빨갛게 위아래가 부어 있었고, 고름이 끼어 있었다. 일주일치 약을 먹였으나 쉬이 나아지지 않았다. 다시 큰 병원에 데려갔더니, 새끼의 눈 기능이 상실됐다고 했다.

수술을 마치고 편안하게 잠든, 새끼 고양이 '왕자'의 모습. 입양해주셔서 고맙습니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다른 염증 혹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안구 적출 수술이 시급했다. 몸무게가 700그램 좀 넘어 뼈만 만져지던 아이라, 좀 기다려야 했다. 보호자는 집에 돌아와 '왕자'란 이름을 지어주고, 고양이를 돌봤다. 2주 후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치료비는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지원했다.

왕자는 보호자의 둘째 냥이로 입양됐다. 그는 "평생 장애를 갖고 살 아이에게 더 큰 시련을 줄 수 없어서"라고 이유를 말했다. 집에도 잘 적응한 왕자는, 항상 윙크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인다고.

누군가의 관심이 없었다면 아마도 고양이별이 됐을지도 모를…새끼 고양이가 즐겁게 뛰논다. 보는 이의 마음도 더없이 기쁘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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