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시작 2시간 뒤에야 등장한 마이클 볼튼… 관객들 뿔난 9년만의 내한 콘서트
김태언 기자 2023. 1. 15. 14:24
“9년만에 내한한 마이클볼튼 공연을 보러갔는데…. 게스트 가수 공연만 100분, 정작 볼튼은 공연 시작 2시간 뒤에나 볼 수 있었다.”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마이클 볼튼(70)의 내한 공연이 9년만에 열린 가운데, 공연 시작 2시간 뒤에야 볼튼이 무대에 오르는 등 파행을 겪었다. 주최측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거듭 사과했지만, 관람객들의 환불 요구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볼튼의 내한 공연 ‘ENCORE, MICHAEL BOLTON LIVE IN SEOUL’은 14일 오후 6시부터 10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연 초반 100분을 이끈건 볼튼이 아닌 스페셜 게스트 가수 유미와 정홍일이었다. 객석에서는 “완전 사기다” “볼튼은 오는 거야, 안 오는 거야”하는 관객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은 의미가 남달랐던 터라 더욱 아쉬움을 낳는다. 볼튼이 9년 만에 국내 팬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당초 지난해 11월 예정이었으나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인해 미뤄졌다. 우천 상황에서도 공연장에 모인 1만 여명의 관객들은 오랜 시간 기다려온 만큼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볼튼의 등장을 기다렸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100분 동안 볼튼의 모습은 전혀 볼수 없었다. 이에 대한 주최 측의 상황 설명도 없었다. 결국 몇몇 관객들은 보안 직원과 스태프들을 상대로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며 항의했다.
12만 원짜리 VIP 티켓을 구매한 한 60대 남성 관객은 게스트 공연이 끝난 뒤 화를 참지 못하며 콘서트장을 나섰다. 그는 “무수히 많은 콘서트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사기 당한 기분은 처음이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온 관객들을 향한 모독”이라며 “티켓 값을 환불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볼튼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날 오후 7시 58분. 100분간의 게스트 공연 이후 무대 전환을 이후로 15분이 더 지난 시점이였다. 결국 공연 시작 2시간 만에 볼튼이 무대에 등장했다. 백발의 그는 검은색 양복을 차려입고 검은색 기타를 맨채 첫곡으로 그가 2017년 발표한 ‘Stand By Me’를 불렀다. 첫곡을 마친 뒤 볼튼은 “얼마 전 이태원에서 일어난 사고를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약 30초간 묵념을 했다. 이날 공연에서 그는 총 10곡의 곡을 불렀다.
그에게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안겨준 대표곡 ‘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1996년), ‘When a Man Loves a Woman’(1996년)을 부를 때 그는 후렴구 부분에서 마이크를 관객석에 넘겼고, 관객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종종 음향 사고가 있었고, 그의 공연은 1시간이 채 되지 않은 오후 8시 57분에 끝이 났다. 관객석에서는 “앙코르”를 외쳤지만, 그가 남긴 말은 “땡큐 코리아”뿐이었다.
콘서트장을 끝까지 지켰던 안모 씨(28)는 “주최 측 공지가 없어 두 배가 넘는 시간 동안 대기해야 했다. 게다가 볼튼의 콘서트라기엔 스페셜 게스트들의 곡수가 더 많았고, 번역자도 없어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느낌이 적었다”고 말했다. 티켓 예매처인 인터파크티켓 홈페이지에는 “공연 당일 사과도 설명도 없이 관객 우롱하는 태도에 너무 화가 난다” “별점 한 개도 아깝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제주에서 온 한 관객은 “공연 지연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취소했다. 진행 미숙으로 발생한 시간적, 물질적 손해배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논란이 커지자 주최 측인 KBES는 15일 홈페이지에 ‘마이클 볼튼 내한공연 관련 사과문’을 게재하고 “관객 여러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KBES는 “(공연 시작 전)티켓 교환 시간이 늦어져 (관객지연입장으로) 공연이 15분 지연됐다. 이로인한 게스트 두 팀의 공연시간 단축을 각 아티스트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15일에도 이어지며 이날은 가수 소향, K2 김성면이 게스트로 함께 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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