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바도 유급휴가?...근로기준법 적용 확대에 소상공인 반발

고용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추진
노동계 "적극 환영"…소상공인 "경영악화 불보듯 뻔해"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추진을 공식화하자 노동계와 소상공인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근로자의 권리가 보장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등 비용 상승에 따른 경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15일 고용노동부(고용부)에 따르면 지난주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예고한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관해서는 정부도 나름대로 실태조사 등을 통해 기초적인 연구를 진행해왔다"며 "5인 미만 근로기준법 개정 수용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보고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 수당 지급 규정(56조), 연차유급휴가 지급 규정(60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제한 규정(24조), 부당해고 시 구제신청 규정(28조) 등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영세사업장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울 뿐 아니라 법 준수 여부를 일일이 감독하기도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계획대로 올해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가 확대된다면 노동계는 오랜 숙원을 풀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노동계는 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할 것을 요구해 왔다.

대전 한 노무사는 "노동계의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요구는 오래된 사안이다. 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 부당해고 등 피해를 입는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게 이유"라며 "실제 근로시간이나 유급휴가 등 관련 규정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아 피해를 호소하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 정부가 올해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면 노동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서모(28·대전 서구)씨는 "인원이 적어 야간에도 근무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는데, 수당 한번 받아보지 못해 억울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라면서 "이번 기회에 우리도 남들처럼 근로자 권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소상공인의 표정은 좋지 않다. 인사노무 담당자를 따로 두기 어려운 5인 미만 사업장에선 노동규제를 준수하고 행정절차를 수행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경제적 형편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건비마저 증가하면 결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구 둔산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류모(45)씨는 "최저임금이 갈수록 높아져 근로자들이 가져가는 월급이 가게 월평균 영업이익보다 높을 때가 있다. 지금 사업주는 '갑', 알바는 '을' 이런 식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가져가는 임금이 역전되고 있다"며 "유급휴가, 가산 수당까지 계산하면 전체 수입은 마이너스가 된다. 결국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결론 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지역 소상공인단체 관계자는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소상공인들이 변하는 노동규제를 어떻게 파악하고 따라가겠나"라며 "근로자들의 권리 보장도 이해하지만 가게가 문을 닫게 되는 경제적 위기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