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비·난독 개선 지원… 이념 달라도 ‘교육 복지’는 확대 [이슈 속으로]
3세~고3 ‘완전 무상교육’ 전국 확대 추세
부산·제주 무상통학… 전북 농촌유학 지원
전남선 인구 소멸지역 학생 기본 소득도
지방비 투입에 지자체 무상교육 제각각
“저출산 시대, 국가 차원 보편 복지 필요”
세계일보가 전국 17개 시·도의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 보육료 지원, 초·중·고 무상급식과 고교입학금과 수업료 지원 등을 확인한 결과 각 지역의 교육복지는 여야 협치 속에 순항하고 있었다. 이들은 저출생 극복 등을 위해 궁극적으로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을 포함해 고등학교까지 무상보육·교육을 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간 예산 투입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팽팽하다. 각 지역의 고군분투를 방관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보편·균등한 교육복지를 고민해야 함에도 소극적이다 보니, 지역별 교육 복지 격차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 성향 달라도 복지엔 같은 목소리
지난해 지방선거 결과 서울·경기·인천·울산·충남·세종·경남·제주 8곳에서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성향이 엇박자를 이뤘다. 양측 모두 보수인 곳은 부산·대구·대전·충북·경북·강원 6곳, 모두 진보인 곳은 광주·전북·전남 3곳이었다.
민주당 김동연 지사와 보수 임태희 교육감의 경기도 두 단체장도 진보와 보수성향으로 엇박자가 났지만 정례협의체를 구성하고 교육 협치에 들어갔다. 노옥희 교육감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울산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예산안 심의에서 노 교육감의 의지가 담긴 민주시민교육 사업 등을 전액 삭감했지만 무상교육 등 교육복지사업에는 이견이 없었다. 울산시 교육현장 안팎에서는 “교육 문제만큼은 정파와 이념을 넘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도지사와 교육감들의 2인 3각, 6개월 동행이 어느 정도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무상학비·무상급식· 무상교복 확산 흐름
보편적 교육복지를 향한 무상교육의 신호탄은 충남에서 가장 먼저 쏘아 올렸다. 충남은 2019년 1학기부터 전국에서 가장 먼저 3대 무상교육(고교 무상교육·고교 무상급식·중학교 신입생 무상교복)을 실현하고 교육복지를 선도했다. 지난해부터는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3∼5세 어린이 전원에게 원비 가운데 국고 지원금 28만원을 제외한 학모부 부담금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누리과정 학부모들에게도 국고지원금 28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차액보육료 전액을 지원해 3세에서 고등학생까지 완전 무상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은 2011년 무상급식 반대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한 후 10년 만인 2021년, 전국 최초로 시작한 친환경 무상급식과 고교 무상교육, 중·고등학교 신입생 입학준비금 지원 등 3대 교육복지를 실현했다. 오 시장은 12년 전과는 달리 초중고 무상급식을 반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어린이집 차액보육 지원료를 지원하며 다양한 교육·보육 복지를 확대하고 있다.
지자체들마다 저출산과 인구절벽 위기극복,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교육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부산과 제주는 무상통학과 안전 등·하교 정책이 눈에 띈다. 부산교육청은 공립유치원 차량운행을 위한 차량 임차료 및 동승자 인건비를 지원한다. 사립유치원 통학버스 안전도우미 인건비와 공·사립 유치원 및 특수학교 통학버스 보행자 주변 안전장치를 올해부터 새롭게 지원한다 유치원 및 특수학교 통학버스의 주변안전을 위해 통학버스 어라운드 뷰 장착 비용과 후방감지센서 부착 비용을 교육청 재원으로 지원한다.
제주는 무상급식·무상교육에 이어 올해 읍·면 중·고등학생들의 통학비 지원을 통해 무상통학을 실현했다. 다자녀가정 학생들의 수학여행비를 전액 지원하고 읍·면 지역 방과후 학교 수강료를 무상 지원한다. 전남에서는 김대중 교육감이 지난해 선거에서 약속한 인구소멸지역 학생에 전남교육 기본소득 공약이행을 추진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중장기적으로 인구소멸지역의 초·중·고 학생 1인당 매월 20만원 지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원 마련을 위한 자치단체와의 협력이 과제다. 보건복지부에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초등학교 재학 학생 중 읽기 곤란 증상이 있는 난독증 의심 학생들의 진단검사와 20회분 학습지원비를 지원한다. 31개 기초지자체 중 8개 지자체는 교육청과 반반 재원을 분담해 3∼5세 외국인 유아학비를 보조한다.
시·도별로 제각각인 교육복지와 시·군·구별로까지 차이가 있는 보육복지는 심각한 저출생 극복을 위해 중앙정부가 국가차원에서 보편·균등 복지로 관리해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초등·중학교 의무교육에 기초한 무상교육은 지자체들이 대부분 고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으로 확대했다. 지자체와 지역교육청이 의무교육 범위 밖 교육기관에 지원하는 무상 교육·보육 예산은 중앙정부의 교부금이 대부분이고 지방비가 보태지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 등 중앙부처에서는 시·도별로 고등학교, 사립유치원, 어린이집 무상 교육·보육이 얼마나 차이나는지 구체적인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인구 절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필수 지원책이 무상교육임을 절감한 지자체들의 몸부림을 정부가 팔짱 끼고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교육·보육 복지는 선출직 지방 단체장들이 득표 효율을 따져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지방정책이 돼서는 안 되기에 정부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교육계 묵은 난제… 2025년 만 3~5세 ‘유보통합’ 시동
유보통합이 완성되면 공립·사립 유치원, 민간·가정 어린이집으로 구분돼 불균형한 영유아 교육관리와 무상교육을 정상 궤도로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유보통합을 환영한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은 유보통합에 부정적이다.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는 양성 과정과 처우에서 차이가 있고 예산 지원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은 전문대나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해야 딸 수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자격증은 전공과 관계 없이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취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급여 등 처우도 어린이집 교사보다 유치원 교사가 좋다. 교원단체들이 통합에 반발하는 속내다.
소요 재원 예산편성과 집행 권한 이양도 난제다. 유아교육재정은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보육 재정은 보건복지부 국고와 지방비에서 나온다. 여기에 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 운영을 위한 특별회계가 별도로 있다. 교육부 구상대로 교육청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모두 관할하면 보건복지부의 막대한 보육예산이 교육청으로 전출되게 돼 지자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천안=김정모 기자·전국종합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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