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비·난독 개선 지원… 이념 달라도 ‘교육 복지’는 확대 [이슈 속으로]

김정모 2023. 1. 1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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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교육청 ‘무상교육’ 잰걸음
3세~고3 ‘완전 무상교육’ 전국 확대 추세
부산·제주 무상통학… 전북 농촌유학 지원
전남선 인구 소멸지역 학생 기본 소득도
지방비 투입에 지자체 무상교육 제각각
“저출산 시대, 국가 차원 보편 복지 필요”
지역 교육복지가 진화하고 있다. 무상교육·무상급식은 기본이다. 무상 통학, 학생용 기본소득까지 다양한 교육 지원책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성향이 엇갈리는 지역이 속출하면서 교육자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다. 엄습한 인구절벽 앞에 성향 차이는 문제되지 않았다. 여야는 미래 인재를 위해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세계일보가 전국 17개 시·도의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 보육료 지원, 초·중·고 무상급식과 고교입학금과 수업료 지원 등을 확인한 결과 각 지역의 교육복지는 여야 협치 속에 순항하고 있었다. 이들은 저출생 극복 등을 위해 궁극적으로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을 포함해 고등학교까지 무상보육·교육을 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간 예산 투입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팽팽하다. 각 지역의 고군분투를 방관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보편·균등한 교육복지를 고민해야 함에도 소극적이다 보니, 지역별 교육 복지 격차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 성향 달라도 복지엔 같은 목소리

지난해 지방선거 결과 서울·경기·인천·울산·충남·세종·경남·제주 8곳에서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성향이 엇박자를 이뤘다. 양측 모두 보수인 곳은 부산·대구·대전·충북·경북·강원 6곳, 모두 진보인 곳은 광주·전북·전남 3곳이었다.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는 국민의힘이 12석, 더불어민주당이 5석을 차지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15석, 국민의힘 2석과 비교할 때 완전한 지방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교육감은 2018년 진보 14곳, 보수 3곳에서 지난해는 보수 8곳, 진보 9곳으로 바뀌며 균형을 이뤘다. 경기·부산·강원·충북·제주 등 5곳이 진보에서 보수로 선택이 바뀌었다.
민주당 12년 도정을 끝내고 충남 도정을 탈환한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사립유치원 교육비 중단’을 발표하면서 무상교육 후퇴 논란이 불거졌다. 진화에 나선 김 지사는 유치원은 교육청에서, 어린이집은 도와 시·군이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그동안 교육청을 통해 유치원에 지원해 온 예산을 어린이집 3∼5세 누리과정에 1인당 월 5만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도의 지원이 없더라도 교육청 예산을 투입해 사립유치원 무상교육을 계속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김동연 지사와 보수 임태희 교육감의 경기도 두 단체장도 진보와 보수성향으로 엇박자가 났지만 정례협의체를 구성하고 교육 협치에 들어갔다. 노옥희 교육감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울산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예산안 심의에서 노 교육감의 의지가 담긴 민주시민교육 사업 등을 전액 삭감했지만 무상교육 등 교육복지사업에는 이견이 없었다. 울산시 교육현장 안팎에서는 “교육 문제만큼은 정파와 이념을 넘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도지사와 교육감들의 2인 3각, 6개월 동행이 어느 정도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무상학비·무상급식· 무상교복 확산 흐름

보편적 교육복지를 향한 무상교육의 신호탄은 충남에서 가장 먼저 쏘아 올렸다. 충남은 2019년 1학기부터 전국에서 가장 먼저 3대 무상교육(고교 무상교육·고교 무상급식·중학교 신입생 무상교복)을 실현하고 교육복지를 선도했다. 지난해부터는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3∼5세 어린이 전원에게 원비 가운데 국고 지원금 28만원을 제외한 학모부 부담금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누리과정 학부모들에게도 국고지원금 28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차액보육료 전액을 지원해 3세에서 고등학생까지 완전 무상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은 2011년 무상급식 반대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한 후 10년 만인 2021년, 전국 최초로 시작한 친환경 무상급식과 고교 무상교육, 중·고등학교 신입생 입학준비금 지원 등 3대 교육복지를 실현했다. 오 시장은 12년 전과는 달리 초중고 무상급식을 반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어린이집 차액보육 지원료를 지원하며 다양한 교육·보육 복지를 확대하고 있다.

충남과 서울 등에서 선도적으로 시작한 3대 무상교육은 전국으로 확산했다. 세계일보가 17개 시·도와 시·도 교육청의 교육복지 현황을 분석한 결과, 현재 전국 대부분의 교육현장에서는 어린이집에서 고등학교까지 교육비, 급식비, 교복비, 입학지원금 등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급식비는 지자체별로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협의해 재정을 분담한다. 인건비는 교육청에서 전액 부담한다. 식품비와 운영비는 지자체에서 30∼60%가량을 지원하고 나머지 비용을 시·도 교육청이 매칭해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곳들이 많았다.
◆톡톡 튀는 지자체별 교육복지

지자체들마다 저출산과 인구절벽 위기극복,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교육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부산과 제주는 무상통학과 안전 등·하교 정책이 눈에 띈다. 부산교육청은 공립유치원 차량운행을 위한 차량 임차료 및 동승자 인건비를 지원한다. 사립유치원 통학버스 안전도우미 인건비와 공·사립 유치원 및 특수학교 통학버스 보행자 주변 안전장치를 올해부터 새롭게 지원한다 유치원 및 특수학교 통학버스의 주변안전을 위해 통학버스 어라운드 뷰 장착 비용과 후방감지센서 부착 비용을 교육청 재원으로 지원한다.

제주는 무상급식·무상교육에 이어 올해 읍·면 중·고등학생들의 통학비 지원을 통해 무상통학을 실현했다. 다자녀가정 학생들의 수학여행비를 전액 지원하고 읍·면 지역 방과후 학교 수강료를 무상 지원한다. 전남에서는 김대중 교육감이 지난해 선거에서 약속한 인구소멸지역 학생에 전남교육 기본소득 공약이행을 추진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중장기적으로 인구소멸지역의 초·중·고 학생 1인당 매월 20만원 지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원 마련을 위한 자치단체와의 협력이 과제다. 보건복지부에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초등학교 재학 학생 중 읽기 곤란 증상이 있는 난독증 의심 학생들의 진단검사와 20회분 학습지원비를 지원한다. 31개 기초지자체 중 8개 지자체는 교육청과 반반 재원을 분담해 3∼5세 외국인 유아학비를 보조한다.

전북은 다른 일부 지자체와 함께 ‘농촌유학’이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유학은 도시지역 초·중학생이 농산어촌 학교에 전학해 정규 교과 과정과 자연생태 체험 학습을 병행하는 교육 활동으로 지난해 10월 본격화됐다. 대도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성장기에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폐교 위기인 시골 학교에는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장기적으로는 유학생과 가족의 귀농·귀촌 형태의 지역 정착을 기대한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 지역에서 전북으로 유학한 학생들은 총 27명으로 가족을 포함하면 40여명이다.
서울의 한 학교 복도에 학생들의 실내와 가방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역별 제각각 교육복지, 국가 차원 통합 관리 목소리

시·도별로 제각각인 교육복지와 시·군·구별로까지 차이가 있는 보육복지는 심각한 저출생 극복을 위해 중앙정부가 국가차원에서 보편·균등 복지로 관리해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초등·중학교 의무교육에 기초한 무상교육은 지자체들이 대부분 고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으로 확대했다. 지자체와 지역교육청이 의무교육 범위 밖 교육기관에 지원하는 무상 교육·보육 예산은 중앙정부의 교부금이 대부분이고 지방비가 보태지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 등 중앙부처에서는 시·도별로 고등학교, 사립유치원, 어린이집 무상 교육·보육이 얼마나 차이나는지 구체적인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인구 절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필수 지원책이 무상교육임을 절감한 지자체들의 몸부림을 정부가 팔짱 끼고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교육·보육 복지는 선출직 지방 단체장들이 득표 효율을 따져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지방정책이 돼서는 안 되기에 정부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교육계 묵은 난제… 2025년 만 3~5세 ‘유보통합’ 시동

교육부가 추진하는 유보통합의 핵심은 2025년부터 교육부의 유치원과 보건복지부의 어린이집을 통합해 만 3~5세 교육비를 전액 무료화하는 것이다. 현재 어린이집은 돌봄을 중심으로 0~2세 영유아반과 3∼5세 누리과정반, 유치원은 교육을 중심으로 만 3~5세 유아들을 맡고 있다. 이처럼 양분된 체계에서는 같은 나이임에도 초등학교 취학 전 교육과 교육·보육비 지원 등에서 차별을 받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관리 부처와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의 자격요건 등이 달라 역대 정부에서도 풀지 못한 난제였다.
충남 천안의 한 어린이 집에서 누리과정 어린이들이 영상 콘텐츠를 활용해 영어학습을 하고 있다. 김정모 기자
교육부는 1월 중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유보통합추진단과 유보통합추진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추진단과 추진위원회에서는 내년까지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국고·지방비 등으로 나뉘어 있는 재정을 통합한다. 또 중앙·지방 관리체계 일원화 등 관련 조직·재정·법령 정비를 추진한다.

유보통합이 완성되면 공립·사립 유치원, 민간·가정 어린이집으로 구분돼 불균형한 영유아 교육관리와 무상교육을 정상 궤도로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유보통합을 환영한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은 유보통합에 부정적이다.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는 양성 과정과 처우에서 차이가 있고 예산 지원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은 전문대나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해야 딸 수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자격증은 전공과 관계 없이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취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급여 등 처우도 어린이집 교사보다 유치원 교사가 좋다. 교원단체들이 통합에 반발하는 속내다.

소요 재원 예산편성과 집행 권한 이양도 난제다. 유아교육재정은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보육 재정은 보건복지부 국고와 지방비에서 나온다. 여기에 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 운영을 위한 특별회계가 별도로 있다. 교육부 구상대로 교육청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모두 관할하면 보건복지부의 막대한 보육예산이 교육청으로 전출되게 돼 지자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천안=김정모 기자·전국종합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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