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람 없이 로봇이 ‘척척’, LG 세탁·건조기 북미 거점 테네시 공장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LG전자 공장. 로봇 팔이 컨베이어 벨트에 놓인 네모난 금속판을 집어 둥글게 말더니 용접 기계 위에 놨다. 이어 전문 용접공이 작업한 수십만장의 사진을 학습한 ‘비전 카메라’가 용접 부위를 촬영해 불량 여부를 살폈다. 순식간에 빨랫감을 넣는 세탁조가 완성됐고, 로봇들은 여기에 모터를 붙였다. 네모난 금속판이 모터가 달린 세탁조가 될 때까지 사람의 손은 전혀 닿지 않았다.
연면적 9만4000㎡ 규모의 테네시 공장은 2018년 말 준공됐다. 세 개의 생산라인에서 각각 드럼세탁기, 통돌이세탁기, 건조기를 제조한다. 연간 세탁기 120만대와 건조기 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북미 지역에서 판매되는 LG전자 세탁기 절반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부품들은 LG전자 생산기술원에서 제작한 무인운반차(AGV) 166대와 공중 컨베이어 등에 실려 공장 1층과 2층을 쉴 새 없이 오갔다. 운반 경로는 공장 내 위치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이 최단 이동거리를 찾는 ‘물류 동선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결정됐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하루에 6000번 이상 수행했던 부품을 나르는 작업을 이제는 AGV가 알아서 처리한다”고 말했다. 테네시 공장의 자동화율은 현재 63%로, 연말까지 7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와중에도 테네시 공장은 올 상반기 워시타워(세탁기와 건조기를 합친 제품) 라인을 신설한다. 공장 부지로 허가받은 대지면적은 125만㎡로 축구장 150여개를 합쳐논 크기다. 면적이 워낙 크다보니 다른 품목을 생산하는 공장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테네시 공장 덕분에 당면한 물류난도 극복할 수 있었다. 해상운임비가 오르면서 베트남 공장에서 태평양을 건너 미국 캘리포니아 등으로 운송되는 세탁기와 건조기 물량을 줄였다. 대신 테네시 공장 생산량을 늘려 운임비 상승에 따른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테네시 공장이 자동화된 것은 이 지역 특성에 기반한 측면도 있다. 테네시주는 시간당 임금이 비싼 지역이고, 주변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인프라도 거의 없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금속 프레스 가공, 플라스틱 사출 등 부품 생산부터 완제품 조립, 포장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다. 사출 공정의 경우 기기 안에 온도와 압력 센서까지 달아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한다.
현재 테네시 공장의 직원 수는 900여명 정도다. 공장에서 만난 노동자 대부분은 세탁기 조작부에 있는 전선을 연결하거나 나사를 조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로봇이 수행하면 흠집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여전히 인간 숙련자가 맡고 있는 몇 안되는 작업들이다.
공장 자동화가 고도화될수록 일자리는 점차 사라지는 게 아닐까.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이날 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동화로 경쟁력이 높아지면 캐파(생산능력)를 늘리거나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늘릴 수 있다”며 “많은 물량이 이쪽(테네시)으로 넘어오면 사람이 더 필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테네시 공장은 지난 13일 세계경제포럼의 ‘등대 공장’으로 선정됐다. 등대 공장은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에게 주어지는 이름이다. LG전자는 작년 상반기에 선정된 경남 창원의 냉장고 공장에 이어 두번째 등대 공장을 보유하게 됐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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