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민우회 "고은 시인 문단 복귀 황당·실천문학사 무감각에 통탄" 비판 성명

김정한 기자 2023. 1. 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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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대표 강혜란, 최진협, 이하 민우회)가 고은 시인에 대해 성추행 의혹 이후 시집(무의 노래)과 대담집(고은과의 대화)을 출간한 고은에 대해 그의 문단 복귀를 비판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민우회는 12일 '피해자들의 일상이 안전해질 때까지, 당신의 죄는 잊힐 수 없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고 시인의 분단 복귀는 황당한 일이며 반성 없는 가해자를 어떤 제재도 없이 복귀시키는 실천문학사의 무감각함에 통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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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1980년 '실천문학' 설립 멤버이자 편집책임…누가 권력을 가졌는지 보여준다"
"고은은 이제라도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고은(90) 시인. 뉴스1 DBⓒ News1 주기철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한국여성민우회(대표 강혜란, 최진협, 이하 여성민우회)가 성추행 의혹 이후 시집(무의 노래)과 대담집(고은과의 대화)을 내고 문단에 복귀한 고은(90)에 대해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요구했다.

여성민우회는 최근 '피해자들의 일상이 안전해질 때까지, 당신의 죄는 잊힐 수 없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고 시인의 분단 복귀는 황당한 일이며 반성 없는 가해자를 어떤 제재도 없이 복귀시키는 실천문학사의 무감각함에 통탄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최영미 시인이 고은의 성폭력 사실을 밝히고, 최영미 시인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1, 2심에서 고은이 패했음에도 고은은 여전히 당당하다"며 "성폭력 가해자가 복귀할 수 있는지 없는지, 복귀를 한다면 언제부터 가능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공동체가 피해자가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민우회는 실천문학사에 대해 "고은의 복귀를 일언반구 없이 진행하며, 문학업계를 '사과 한마디 없이도 가해자 자신이 돌아오고 싶다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천문학사는 고은의 복귀의 조건으로 피해자에게 해야 할 사과나, 사과 없는 복귀가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확인했어야 한다"며 "고은의 복귀는 수많은 미투가 있었음에도 그가 잠시 '떠난' 것일 뿐, 문단계 권력의 최고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여성민우회는 "성폭력을 고발했던 사람들과 고은 시인의 성폭력 사실을 공개한 최영미 시인의 용기 문단 내 성폭력이 중단되도록 위계적인 구조를 없애는 것을 향해 있었다"며 "그 용기들이 모여 성폭력방지를 위한 장치들과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성폭력/성희롱을 적극적으로 금지하고, 사안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게 하는 법률은 수많은 사람의 미투(#Metoo)가 모여 만들어진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런데 성폭력은 없어야 한다고 어렵게 모여온 이 이야기들을 뒤로 하고, 고은의 복귀는 여전히 문단 내에 있을 가해자들에게 '이 정도는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고은은 1980년 '실천문학'의 설립 멤버이자 편집책임으로 있었다. 그리고 실천문학사에서 이번 신간을 냈다, 누가 권력을 가졌는지 명백히 보여주는 장면이다"고 꼬집었다.

여성민우회는 "고은은 이제라도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하며 이 모든 사건에 무책임하게 대응하고 있는 실천문학사도 고은 복귀사태의 무게를 깨달아야 한다"며 "고은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진실은 이미 밝혀졌다. 피해자들의 일상이 안전해질 때까지, 당신의 죄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실천문학사는 최근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출간했다. '무의 노래'는 고 시인의 등단 65주년을 기념하는 시집으로 신작시를 담고 있으며, '고은과의 대화'는 이란계 캐나다인 시인 라민 자한베글루와의 대담을 통해 고 시인의 시 세계와 삶을 호평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책 출간과 관련, 고은 시인은 5년 전 미투 논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사과나 해명 없는 고 시인의 문단 복귀에 대해 대중의 시선을 싸늘하다. 지난 7~9일 문학 전문 언론 뉴스페이퍼가 진행한 '고은 시인의 문단 복귀의 적절성'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총 2424명 중 2407명이 반대를 나타냈다. 사실상 거의 전원인 99.3%가 반대한 셈이다. 서점가에서는 불매운동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편 최영미 시인은 2017년 9월 한 인문교양 계간지에 고 시인을 암시하는 원로문인의 성추행 행적을 언급한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를 게재했다. 이후 2018년 초 고 시인에 대한 성추행 의혹이 본격 제기됐다. 이에 고 시인은 그해 3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자신이나 아내에게 부끄러운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라며 상습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 부인했다.

또한 지난 2019년 서울고법 민사13부는 고 시인이 최 시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10억여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고 시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후 고 시인은 상고를 포기했다. 앞선 1심에서 재판부는 고 시인이 과거 여성문인들을 성추행했다는 최 시인의 주장에 대해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특별히 허위로 의심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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