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우크라에 주력전차 보낸다…서방지원 물꼬에 우크라 봄 공세 탄력받나
러 군수품 고갈에 공세 적기맞은 우크라…추가동원 등 위험은 여전
우크라 우방국, 군사장비 추가 지원 놓고 선택 ‘갈림길’
영국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 ‘챌린저2’ 14대와 추가 포병용 무기 체계를 보내기로 했다.영국이 주력 전차 14대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오는 봄철 공세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앞으로 6개월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탈환에 있어 결정적인 시기가 될 전망이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리시 수낵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낵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잇따른 승리로 러시아의 군사력과 사기가 악화하고 있는 현 상황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총리실이 전했다.
수낵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신속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국제 사회와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전쟁터에서 우리를 강화해줄 뿐만 아니라 다른 파트너들에게도 올바른 신호를 보낼 결정을 내려준 수낵 총리에게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총리실 성명에 따르면 영국은 향후 수주 안에 챌린저2 14대와 AS90 자주포 30대가량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 수일 안에 우크라이나군이 전차와 무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훈련도 제공할 예정이다.
총리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수낵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이어 “(수낵 총리는) 길고 지난한 전쟁은 러시아의 목적에 도움을 줄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수일 또는 수주 안에 전 세계 동맹국들과 대화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조치로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를 지원한 첫 번째 서방 국가가 됐다. 지금까지 서방 각국은 러시아와의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를 제공하는 것을 주저해 왔다.
양국 정상은 아울러 이 시점에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외교적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폴란드가 독일제 중무장 전차 ‘레오파드2’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환영했다.
앞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레오파드2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레오파드2를 제작한 독일 측에 이를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분쟁지역으로 탱크를 가져오는 것은 민간인을 포함해 더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대사관은 타스 통신에 밝힌 성명에서 “챌린저2는 전쟁터에서 상황을 반전하는 데 도움이 거의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러시아군의 합법적인 표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카이뉴스 방송은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전차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으로 독일 등 다른 동맹국들이 움직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겨울이 끝나고 날씨가 풀리면 러시아군이 공세를 강화할 것이므로, 지금 결정을 내려야 우크라이나군이 탱크 사용법 등을 훈련받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 앞서 프랑스가 경전차 AMX-10RC를, 미국과 독일이 각각 래들리 장갑차와 마더 장갑차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고 했으나 우크라이나는 화력이 강한 탱크 지원을 바라고 있다.
다른 전차 공격용으로 설계된 챌린저2는 영국군이 1994년부터 사용하면서 보스니아, 코소보, 이라크 등에 투입했다.
영국 총리실 발표가 있기 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제4도시 드니프로 등지에서는 이날 오전 올해 첫날 이후 처음으로 기반 시설 등을 노린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감행돼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
러시아군은 지난 몇 달간 우크라이나 격전지 바흐무트에서의 공세를 이어가며 주요 군수품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러시아 포병대의 포격 수위는 약해지고 있으며 가용 병력 대부분이 이미 전쟁에 투입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다만 러시아는 지난가을 28만 명 이상의 예비군을 동원했고 추가 동원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원자재와 부품을 자체 조달해 공급 문제를 안정화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추고 있다.
러시아의 이런 저력에 비춰볼 때 만약 우크라이나가 봄철 공세에서 막대한 사상자를 낼 경우 올 연말께 오히려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셈이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가 최소한의 희생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장갑차 지원이 이상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독일 등이 지원을 약속한 브래들리와 마르더 등 장갑차는 우크라이나군의 전진 과정에서 병력을 포격으로부터 보호하고 러시아군의 장갑차와 벙커를 파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들 장갑차는 우크라이나가 물자 부족에 직면한 상황에서 포탄을 아끼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받게 될 전차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가디언은 짚었다.
폴란드와 영국이 지원하겠다고 밝힌 전차 레오파드2와 챌린저2는 무게가 각각 69t, 72t에 달해 우크라이나가 현재 사용 중인 옛 소련식 전차 대비 20t가량 무겁다.
우크라이나의 엔지니어링 시스템과 복구 차량 등은 모두 기존에 사용 중엔 전차에 맞춰져 있어새로운 전차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운용법에 대한 훈련뿐 아니라 관련 인프라 지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협력국들은 사실상 군사 장비에 추가 재원을 투입할지를 두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냉전 이후 나토 회원국들의 전차 수량이 크게 감소했고, 파괴·수송·복구 등에 사용되는 차량은 더욱 심각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상당수의 국가가 나토 기준에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군용차량만을 운용하고 있고, 유지보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원한다면 그들은 더는 결정을 미룰 수 없다”며 “투자를 미루는 것은 러시아에 전쟁을 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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