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패기…뉴욕필 수장의 서울시향 입성 [고승희의 리와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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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로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작품번호 46 제8번'이 시작할 때였다.
그는 서울시향을 통해 "우리의 첫 만남에서 바그너야말로 내가 어떤 사운드의 세계에서 비롯됐는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작곡가로 생각했다"며 "이번 연주회는 청중과 오케스트라에 우리가 앞으로 어떤 소리를 추구할지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상당히 느슨하게 느껴졌던 서울시향의 음악에 긴장감이 채워졌다.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를 만나 서울시향은 짧은 시간 내에 몸집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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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이른 등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앙코르로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작품번호 46 제8번’이 시작할 때였다. 굳이 몸을 많이 쓸 필요도 없었다. 무림의 경지에 오른 고수처럼 목만 까딱, 오른쪽 어깨만 살짝살짝, 왼손 끝만 착. 그 몸짓 하나하나에서 압도적 카리스마가 뚫고 나왔다. 마치 단원들에게 ‘그렇지, 그렇게 하는거야’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오른손에 든 지휘봉으로 휘익 허공을 거르며 질주한다. 차기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낙점된 야프 판 츠베덴의 첫 연주회. 가로 세로 1m 남짓한 작은 포디움(podium, 지휘대)은 그의 음악으로 거대한 무대가 됐다.
지난 12~1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선 야프 판 즈베던(63) 차기 음악감독의 데뷔 무대가 막을 올렸다. 예정보다 이른 등판이었다. 내년 1월부터 5년간의 임기를 시작하는 판 즈베던 감독의 첫 연주는 오는 7월이었다. 이날 연주는 오스모 벤스케 전 서울시향 음악감독의 무대였으나 낙상사고로 인한 부상으로 판 즈베던이 대타 지휘를 하게 됐다. 지난 9일 입국한 판 즈베던은 10일부터 사흘간의 리허설을 가진 뒤 관객과 만났다.
이날의 연주회에선 ‘메인 디쉬’가 1부에 배치됐다. 즈베던 감독이 주력하고 있는 브람스 교향곡 제 1번. 그는 서울시향을 통해 “우리의 첫 만남에서 바그너야말로 내가 어떤 사운드의 세계에서 비롯됐는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작곡가로 생각했다”며 “이번 연주회는 청중과 오케스트라에 우리가 앞으로 어떤 소리를 추구할지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람스 1번은 아름답게 솟구치는 태양처럼 강렬했다. 시작부터 이전과는 밀도가 다른 우렁찬 소리를 들려줬다. 폭풍처럼 휩쓸려가는 현을 중심으로 중고음의 소리가 짜릿하게 귀에 내리꽂혔다. 그간 상당히 느슨하게 느껴졌던 서울시향의 음악에 긴장감이 채워졌다. 목관악기와 현이 소리를 주고받고, 관악기가 시원하게 울리는 2악장을 지나면 더 크고 웅장한 소리가 브람스를 휘감았다. 서사를 품은 듯한 더블베이스의 피치카토, 현의 진동 위로 울리는 플루트 소리, 그것을 다시 이어받는 호른이 어우러지는 4악장에선 마침내 더 크고 웅장한 소리의 합이 맺어졌다.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를 별칭으로 달고 다니는 지휘자를 만나 서울시향은 모처럼 넘치는 패기를 보여줬다.
2부에선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전주곡과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을 들려줬다.
인터미션 이후 경쾌한 인사로 걸어들어온 즈베던 감독은 다시 힘찬 연주로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를 시작했다. 크고 웅장했고, 쏟아지는 포르테의 홍수 속에서 단원들은 균형잡힌 모습으로 지휘자의 의도에 부응했다. ‘사랑과 죽음’은 조금 더 여유를 줬다. 시원시원하게 이어지다가도 섬세한 소리들이 등장해 객석을 쥐락펴락했다. 슈트라우스의 ‘박쥐’는 재치있는 표현들이 잘 살아났다. 다소 행진곡처럼 느껴지는 ‘박쥐’에서 절도있게 움직이는 즈베덴의 지휘봉이 전투력을 발휘했다.
이날 즈베던 감독의 연주는 일관성이 있었다. 박력있고 우렁찬 소리, 쾌속 질주의 향연이다. 때문에 다소 공격적이고, 때때로 연주가 곡의 템포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도 눈에 띄었다. ‘강(强)의 공격’으로 인해 섬세하고 예민한 소리들을 살리지 못해 아쉬웠다. 그럼에도 즈베던 감독은 잊고 있던 서울시향의 잠재력과 열정을 끌어냈다.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를 만나 서울시향은 짧은 시간 내에 몸집을 키웠다. 끝까지 몰아치는 지휘자를 놓치지 않고 따라오려 애쓰는 단원들의 모습에서 다시 한 번 찾아올 서울시향의 전성기가 그려졌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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