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영도, 이의리도 KIA에서 본 효과… 1라운더 대형 신인도 뒤를 밟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가 2020년 1차 지명에서 광주일고 정해영(22)을 지명한 건 당시까지만 해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정해영이 좋은 재목임은 분명하지만 1차 지명감까지는 아니라는 일부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다. 구속이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장한 체격 조건에 공을 끝까지 끌고 나오는 이점이 있었지만 그에 비해 구속은 평범했다. 고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대다수 공들이 시속 140㎞대 초반에서 형성됐다. 그러나 KIA는 그런 정해영의 구속이 프로에서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실제 그랬다. 정해영은 이제 더 이상 평범한 구속을 보여주는 선수가 아니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정해영의 2020년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3.1㎞로 고교 시절보다 꽤 많이 올랐다. 이 상승세는 계속 진행 중이다. 2021년은 144㎞, 2022년은 144.6㎞로 완만한 오름세다. 2022년의 현재 고교 시절 최고 구속을 평균적으로 던지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 결과 이제는 리그에서 가장 촉망받는 마무리 자원으로 발돋움했다.
정해영의 고교 1년 후배이자 2021년 KIA의 1차 지명자인 이의리(21) 또한 프로에서 포심패스트볼의 위력이 배가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차세대 에이스다. 이의리는 고교 시절부터도 최고 140㎞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지던 선수지만 약간의 편차는 있었다. 하지만 프로에 와서는 140㎞대 중‧후반을 꾸준하게 던지는 좌완이 됐다.
숨김 동작이 있는 폼에 팔스윙이 빠르고, 구속까지 배가되자 이의리의 패스트볼 가치는 크게 높아졌다. 단순히 공만 빠른 게 아니라 공 자체에 힘이 있다는 게 이의리의 공을 받아본 포수들의 공통된 평가다. 포수들은 그날 경기에서 좋은 공을 위주로 볼 배합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의리의 포심패스트볼 구사 비율이 2021년 55%에서 2022년 63.6%로 올랐다는 건 시사하는 대목이 있다.
수도권 구단 퓨처스팀 코치는 “지금은 유망주들이 1군에 많이 올라가 이야기가 달라졌지만, 2~3년 전까지만 해도 LG와 KIA 2군에 좋은 유망주 투수들이 많았다”면서 “KIA와 LG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체격도 좋아지고 구속 상승세가 뚜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어보면 특별히 구속 증강에 맞추고 지도하는 건 아닌데, 전체적으로 내부의 뭔가 노하우가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해영과 이의리는 그 KIA 매뉴얼이 나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2023년 1라운드 지명자인 충암고 출신 좌완 윤영철(19)이다. 이미 고교 시절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실전파 유망주로 손꼽힌다. 이의리(3억 원)보다 더 높은 계약금(3억2000만 원)은 기대치를 상징한다. 신인 투수지만 2023년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팀은 장기적으로 양현종의 뒤를 이을 에이스 재목으로 본다.
윤영철은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 그리고 에이스 감각에서 나오는 경기 운영 능력 등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경기를 해봐야 위력을 알 수 있는 투수”라는 평가는 괜한 게 아니다. 여기에 구속만 조금 더 끌어올리면 완성형 선발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무리하게 욕심을 내다 기존 장점을 해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하고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하는 문제지만, 유망주 투수들의 뚜렷한 구속 향상이라는 전례가 있는 KIA이기에 기대가 모인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이 2022년 목동구장에서 열린 전국대회 전체를 살핀 결과, 윤영철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39.9㎞, 최고구속은 145㎞였다. 이 수치가 향후 3년 안에 어떻게 변화할지를 바라보는 것도 KIA를 보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한편으로 KIA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강속구 투수보다는 전체적인 고른 기량 밸런스에 주목한 측면이 있었는데 2023년 입단 선수들의 결말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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