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휴전'은 정비용이었나? 러, 우크라 민간시설 등 대규모 공습
러시아 정교회 성탄절을 기념한 '36시간 휴전' 이후 우크라이나 내 미사일 폭발음이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임시 휴전' 명령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던 러시아군이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여러 도시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가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오고, 비상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CNN·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러시아군은 이날 키이우, 하르키우, 드니프로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향한 대대적인 미사일 폭격에 나섰다. 오전에는 키이우 등에 있는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오후에는 우크라이나 중남부 드니프로 내 민간인 아파트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오전 에너지 인프라 공격에 따른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드니프로 아파트 공격으로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다쳤다. 사망자에는 15세 소녀가 포함되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심야 연설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9층짜리 아파트가 무너졌다며 사상자 중 가장 어린아이가 3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잔해 아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사망자 수는 매시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발렌틴 레즈니첸코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주지사는 "드니프로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 폭격 피해가 발생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60여 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에는 어린이 12명도 포함됐다"며 "무너진 아파트 잔해 속에서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 사망자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폐허로 변한 아파트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며 "끔찍한 비극의 현장에 의료진과 경찰 등이 붐비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드니프로 아파트를 공격한 러시아군의 미사일은 순항 미사일 'Kh-22'로 총 5차례 발사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CNN은 해당 미사일은 지난 6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중부 크레멘추크의 쇼핑센터를 공격했을 때 사용했던 미사일과 같은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러시아군은 해당 쇼핑센터에서 수백 미터(m) 떨어진 우크라이나군 군용 차량 수리 시설을 표적으로 삼았으나 조준에 실패했고, 쇼핑센터에서 있던 민간인 최소 18명이 사망했다.
키이우와 하르키우 등에선 전력 인프라를 대상으로 한 공격이 이어져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러시아군은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우크라이나 겨울철을 앞두고 전력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를 향한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키이우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에 노출된 것은 지난 1일 밤 이후 처음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업체 우크레네그로의 볼로디미르 쿠드리츠키 최고경영자(CEO)는 "우크라이나 전력 시스템이 14일 12차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불행히도 5개 지역의 에너지 시설이 손상됐다"며 키이우, 르비우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 장관은 키이우, 르비우, 하르키우, 비니차, 자포리자, 이바노프란킵스크 등의 에너지 인프라가 공격받았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인 발레리 잘루즈니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오전 다양한 종류의 순항 미사일을 약 28차례, 항공기 유도 미사일을 5차례 발사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가운데 순항미사일 18발과 항공기 유도 미사일 3발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하루 러시아 미사일 38발 가운데 25발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공습에 앞선 13일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솔레다르를 점령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이 여러 방면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어 시가전 등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솔레다르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의 통제 아래에 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군사 요충지 바흐무트를 공략하는 전략하고 인근 술레다르에 공세를 집중했고, 솔레다르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장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는 지역으로 꼽힌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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