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루루루 뚜루루루…저는 멸종위기종 흑두루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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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루루루 뚜루루루."
저는 흑두루미입니다.
두루미라는 이름은 저희 울음소리 때문에 지어졌다고 해요.
병 주고 약 주는 꼴이지만 그래도 이런 조치 덕분에 1999년 80여 마리에 불과했던 순천만 흑두루미가 지난달에는 4천437마리나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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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뚜루루루 뚜루루루."
안녕하세요. 저는 흑두루미입니다.
두루미라는 이름은 저희 울음소리 때문에 지어졌다고 해요. 일본 사람에게는 '츠루'라 들리나 봐요.
북한에서는 '갯두루미'라 불려요. 무시무시한 너구리와 삵을 피해 갯벌 한가운데서 잠을 청하기 때문인가 봐요.
한국에서는 제가 번식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요. 러시아 시베리아 중부와 중국 북동부의 늪지대에서만 번식한답니다.
대신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일본과 한국, 중국 남부로 내려와 겨울을 나기 때문에 저를 볼 수 있을 거예요.
가족끼리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한배에 알을 2개씩 낳기 때문에 3∼4마리씩 모여있는 걸 볼 수 있을 거예요. 이 중 1∼2마리는 머리와 목이 누런 유조(어린 새)입니다.
크게 무리를 짓기도 합니다. 부모를 여읜 유조는 이런 무리에 섞여 다니곤 합니다.
유조의 연갈색 머리와 목은 자라면서 흰색이 됩니다. 정수리는 빨갛고 나머지 몸통은 까맣습니다.
몸길이는 100㎝로 두루미류 중에서는 작은 편입니다.
얘기하다 보니 벌써 아침 7시가 넘었네요.
이제 아침 먹으러 '출근'해야겠습니다.
'희망농업단지'라고 들어보셨나요?
이곳 순천만 대대뜰에서는 사람들이 농사는 짓지만, 볍씨를 거둬가지 않는 대신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를 통해 지불금을 받는다고 해요.
저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입니다. 자연·인위적인 위협을 없애거나 줄이지 않으면 조만간 멸종할 수 있다는 거죠. 현재 전 세계에 1만6천∼1만8천 마리 남았어요.
1950년대까지는 한국에서도 우리를 낙동강 하구에서 쉽게 볼 수 있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잠자리인 갯벌은 사라지고, 먹이터인 논은 공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때부터 이동 경로를 순천만 쪽으로 바꿨어요.
병 주고 약 주는 꼴이지만 그래도 이런 조치 덕분에 1999년 80여 마리에 불과했던 순천만 흑두루미가 지난달에는 4천437마리나 됐죠.
특히 낙곡을 좋아하는 저희에게 대대뜰은 핫플레이스입니다. 취향이 비슷한 오리와 기러기에게도 마찬가지죠.
뒤편에 독수리도 보이네요. 저희와 마찬가지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독수리는 살아있는 짐승을 사냥하는 '수리'(eagle)가 아닌 사체를 먹는 '독수리'(vulture)기 때문에 무섭지 않아요.
이렇게 많은 무리가 함께 살다 보니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에 취약해요.
특히 저희는 이번에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에 쉽게 걸렸죠.
그래서 일본 이즈미(出水)에서는 작년 11월부터 이달 5일까지 1천367마리가 폐사했어요.
AI 대유행을 피해 한국으로 피난 온 개체군도 있었어요. 그래서 작년 11월 21일에는 9천841마리가 순천만에 몰리기도 했대요.
B51와 B52 가락지를 찬 친구들은 작년 11월 초 이즈미에서 월동하다가 AI를 피해 한국으로 왔는데 이후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해요.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건너온 B53 가락지를 낀 친구는 이달 초순까지도 갈사만에 머무르고 있었다고 하네요.
[※ 이 기사는 지난 11∼12일 전남 순천시에서 흑두루미 월동 상황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흑두루미를 의인화해 1인칭 시점으로 작성했습니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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