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58〉우리가 CES를 주목해야 할 이유
매년 연초가 되면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항상 뜨거워진다. 그것은 다름 아닌 CES 박람회 때문이다. CES는 '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줄임말로 전자기기를 기반으로 한 소비재 박람회를 의미한다.
CES는 독일 IFA, 스페인 MWC와 함께 세계 3대 IT 전시회로 꼽힌다. 최근에는 IT 산업을 중심으로 자동차, 우주항공, 식품, 해양 등 다양한 산업을 넘나드는 최신 기술 트렌드 파악을 가장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특히 올해는 펜데믹 이후 최대 규모로 개최, 코로나 19 이후 변화된 IT 분야 주요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CES는 단순히 최종 제품 내지 시제품 등 전시물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CES 기간 동안 다양한 세미나 내지 콘퍼런스가 개최되는데, 관련 분야 종사자의 경우 대부분 이러한 세미나와 콘퍼런스가 더 의미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올해 진행된 기조 연설 역시 향후 IT 분야 흐름을 진단할 수 있는 주요 내용들이 대거 포함됐고 기조연설을 어느 분야에서 하느냐에 따라 전반적인 IT 분야 흐름 또한 유추 가능하다.
과거 기조연설자로는 2000년대 초반에는 MS, 인텔 등 미국 테크기업이 주를 이뤘다. IT 혁명과 함께 이 기업들이 다음 IT 산업에 새로운 지형을 만들 회사로 평가받으면서 회사 주요 인사들을 통해 향후 많은 IT 산업계 종사자들이 준비해야 할 내용을 확인할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CES에 자동차 회사들이 등장한 것 역시 우리 예상보다 이른 시기이다. 2008년 GM를 비롯해 자동차기업들이 최초로 CES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큰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향후 자신들이 어떤 곳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지를 천명하는 기회를 CES를 통해 가졌던 것이다.
이러한 자동차 회사 노력은 지속돼 최근 들어서는 CES 오프닝 행사를 비롯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분야가 됐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CES가 왜 다음 산업 흐름을 미리 진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지 쉽게 확인 가능하다.
2010년 이후 하이센스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CES를 통해 자신의 기술 역량 내지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런 노력에 힘입어 중국계 가전 회사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적지 않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까지 올라왔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계 가전 회사들은 CES 등을 통해 국제적인 신뢰도가 높은 브랜드가 자신들에게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뒤부터 다양한 해외 IT 관련 회사들을 인수합병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현재 도시바, 샤프, GE application, 모토로라 등 한 시대를 주름 잡았던 가전회사들이 전부 중국 회사에 매각돼 중국 브랜드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에는 델타항공을 비롯한 항공사들이 CES에 참여했고, 올해에는 CES 최초 농업기술 회사 대표인 존 디어 회장인 존 메이가 기조 연설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CES에 농기계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지난 몇 년 동안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던 업계 관계자 기술을 도로 상에서 바로 구현하기는 어렵지만 사람을 비롯한 여러 지장물이 적은 농경지에서 사용할 농기계에는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이 사실은 현재 IT 분야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적 요소들을 IT 밖에서도 적극 활용하기 위한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과, 적정 수준에 올라온 기술의 경우 해당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하나씩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이상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CES는 IT 분야를 넘어 미래 산업을 미리 들여다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됐다. 우리가 CES를 주목해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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