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배터리 세계 1위" SK의 꿈을 봤다 [켄터키 공장 르포]
SK온·포드 배터리 공장 'BOSK켄터키'
국산 장비 2조원 매출 등 경제효과 기대
8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최대 도시 루이빌(Louisville)에서 남쪽으로 약 50분 정도 차를 타고 달려 도착한 글렌데일(Glendale). 인구 2,300명 남짓의 작은 마을인 이곳에 들어서기 전부터 허허벌판 위 홀로 선 철골 구조물이 시선을 붙잡았다. SK그룹의 배터리 업체 SK온과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의 합작사 블루오벌SK(BlueOval SK)의 차량용 배터리 공장이 지어지는 중이다. 공장 이름은 'BOSK켄터키'(블루오벌 SK 배터리 파크)다.
부지면적 190만평 '미국 최대' 규모
BOSK켄터키는 부지면적만 628만㎡(약 190만 평)으로 축구장 880개 크기에 이르는 초대형 공장이다. 미국 내 배터리 공장 부지 중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월 첫 삽을 뜬 BOSK켄터키는 공장 두 곳 중에서 1공장의 초기 철골 공사가 70% 정도 완료됐다. 지금까지 세워진 구조물만으로도 웅장한 크기를 짐작하기 충분했다.
SK온에 따르면, BOSK켄터키 1공장 건설에는 현재까지 △미식축구 경기장 200개를 채울 수 있는 흙 △기관차 약 1,350만 대 무게에 해당하는 돌 △365개 수영장을 채울 수 있는 콘크리트가 쓰였다고 한다. 또 △소방차 400대 무게와 맞먹는 구조용 강철 △코끼리 470마리 무게에 해당하는 철근이 투입됐다.
현장 안내를 맡은 박창석 SK온 전문리더(PL)는 "철골이 끝까지 연결되면 아파트 10~12층 높이 건물이 1㎞ 정도 이어져 있게 된다"며 "3월부터는 본공사라 할 수 있는 기계 배관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준공 목표 시점은 1공장이 2025년, 2공장은 2026년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BOSK켄터키 두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총 86기가와트시(GWh)에 이른다. 미국 대표 전기 픽업트럭인 포드 'F-150 라이트닝'을 82만 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규모에서 확인할 수 있듯, 켄터키 공장은 '2030년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를 꿈꾸는 SK온의 야심이 집대성된 곳이다. SK온이 포드와 1 대 1로 투자해 세운 블루오벌SK는 이곳 켄터키 외에도 테네시주에 BOSK켄터키 1개 공장 크기와 똑같은 공장 1기를 건설 중이다. 테네시 공장은 특히 배터리 공장 옆으로 포드의 전기차 생산공장이 훨씬 더 큰 규모로 들어선다. 배터리 공장과 전기차 공장을 포함한 총부지면적은 1,528만㎡(462만 평). BOSK켄터키의 2배 이상이다.
켄터키주 경제 부흥에 지대한 역할
블루오벌SK가 켄터키와 테네시를 낙점한 데는 두 주 정부의 인센티브가 큰 영향을 미쳤다. 켄터키주의 경우 직접 보조금 외에도, 폐수 처리나 수도·철도 등 기반 시설, 공장 인근 도로 시설 개선 등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신동윤 블루오벌SK 디렉터는 "미국 내 포드 공장들과의 최적 거리를 계산했을 때, 켄터키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블루오벌SK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사실상 전량이 포드 전기차에 쓰이기 때문에 미국 내 포드 공장들과의 거리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주 정부들이 이처럼 블루오벌SK 공장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건 이들 공장이 지역 경제에 가져올 효과 때문이다. 블루오벌SK는 향후 테네시와 켄터키를 통틀어 1만1,000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하게 된다. BOSK켄터키의 경우 켄터키주의 지원을 받아 3,900㎡의 규모의 교육센터도 내년 문을 열 계획이다. 약 5,000명의 켄터키 공장 예비 직원들이 이곳에서 배터리 제조 작업, 품질 제조 공정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미국 경제 발전에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박 PL은 "블루오벌SK에 설치될 장비 대부분이 국산이고, 핵심 소재 역시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납품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SK온은 장비의 최소 90%가 국산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약 2조 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국내에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글렌데일=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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