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경제성장 모두 위기, "노동개혁 못하면 망한다"

이태성 기자 2023. 1. 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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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노동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1.총론

[편집자주] 노동 시장의 양극화, 잦은 파업 등으로 노사 문제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지 오래다. 주요 국가들과의 노동 시장 경쟁력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더 이상 개혁을 늦춰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석열 정부도 3대 개혁 과제 중 노동 분야를 첫 손에 꼽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새해를 맞아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함께 성공적인 노동 개혁을 위한 과제와 방향을 모색한다.

(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1조 근로자들이 퇴근을 하고 있다 . 2021.7.8/뉴스1

"노동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정치도 망하고 경제도 망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분야를 첫번째 개혁 대상으로 꼽으며 한 말이다. 국가의 미래가 노동개혁의 성패 여부에 달려있다고 보고 강도높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노동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대한민국 경제에 해묵은 과제다. 노동시장의 중요한 지표로 꼽히는 고용률, 노동 유연성, 노동 생산성 등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한참 뒤쳐져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서 우리나라 노동유연성은 141개국 중 97위, OECD 36개국에서는 34위에 해당한다. 선진국 중에서는 사실상 최하위 수준이다. 노동생산성도 좋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1.7달러(약 5만2000원)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29위에 그쳤다.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중 특정 시점에 취업해 있는 인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고용률도 상황은 비슷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고용률은 외환위기 직후 급락한 뒤 2000년대 초반 반등했다가 이후 정체돼있다. 2021년 기준 OECD 국가들의 평균 고용률은 67.8%인데, 한국은 이보다 낮은 66.5%를 기록했다.

개혁을 통해 노동 시장의 경쟁력을 높인 선진국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다. 하르츠 개혁에 이어 '노동 4.0'을 단행한 독일의 고용률은 75.8%로 우리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다. 일본(77.7%), 네덜란드(80.1%), 스웨덴(75.4%), 스위스(79.3%) 등도 75% 이상의 높은 고용률을 보인다.

연례 행사처럼 불거지는 파업도 심각한 실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12~2021년 사이 1일 근로시간(8시간) 이상 작업이 중단된 노사분규(부분파업, 정치파업 미포함)는 연평균 111건이다. 노사분규가 직접적 원인이 돼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근로일수로 측정한 지표인 근로손실일수는 75만4500일에 달한다. 임금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는 39.2일로 영국(18.5일), 미국(8일), 독일(4.5일), 일본(0.2일)에 비해 현저히 높다.

노동 개혁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사례에서 보듯 강성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높고 정부의 원칙 대응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여기에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목소리가 어느때보다 크다. 정부 역시 노동개혁을 1과제로 꼽을 만큼 의지가 강하다.


대외 환경도 노동개혁 없이는 더이상 버티기 힘든 실정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이로인한 글로벌 공급망 변화로 투자 유치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경직된 노동 시장 구조와 강성 노조, 잦은 파업으론 외면 받기 십상이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기가 팩토리 공장 후보지로 한국을 언급했을 때, 전문가들이 가장 큰 걸림돌로 거론한 것이 바로 노조 문제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장의 개편 방향으로 △노동 수요에 따른 유연성 △노동자 보상체계 공정성 △노동자의 직장 내 안전 △노사관계의 안정성 등 4가지를 꼽고 있다. 이중 주52시간제 완화 및 임금제도 개편,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강화와 부조리 점검 등을 통한 불합리한 관행 개선으로 노동개혁 스타트를 끊었다.

이번 정부에서마저 노동개혁 실패할 경우 대한민국 경제의 경쟁력이 급전직하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정치와 경제가 모두 망할 수 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 이중구조 혁파 등을 내세우며 노동 분야에 칼을 빼들었지만 개혁이라고 말할 만큼의 큰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수차례에 걸쳐 시도됐던 노동개혁의 실패 요인 중 하나로 양대 노총의 견제가 꼽힌다. 선거 때마다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직화된 표, 파업 등 압박과 여론전으로 무장한 이들을 정부와 정치권이 넘지 못했다. 굳은 의지와 전략적인 접근이 없다면 이번 시도도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노동연구원장)는 "노동개혁은 지체된 개혁"이라며 "노동계는 노동계 대로, 재계는 재계 대로 모두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개혁 내용 면에서 서로 차이가 있는데 대화와 타협의 프로세스를 통해 개혁을 이뤄나가야 한다"며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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