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배우의 예술”···구순 앞둔 두 배우, 다시 무대로
80대 후반, 구순을 앞둔 두 원로 배우의 무대를 향한 집념은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미수를 맞은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88)는 연기 인생 66년 만에 처음 연극 연출에 도전했다. 사실주의 연극의 교과서로 불리는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 <갈매기>가 그의 연출 데뷔작이다.
연기 경력 66년 노배우의 ‘버킷 리스트’, 이순재 첫 연출 도전 <갈매기>
체호프 연극 연출은 이순재의 오랜 ‘버킷 리스트’였다고 한다.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 하나인 <갈매기>는 작가를 꿈꾸는 청년 뜨레블례프와 배우를 꿈꾸는 니나의 비극적인 사랑과 좌절을 그린 작품이다.
이순재는 “원작에 담긴 체호프의 정신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에 연출의 주안점을 뒀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개막을 앞두고 열린 프레스콜에서 “<갈매기>는 당시 체제에선 젊은이의 미래가 없으니 바꿔야 한다고 설파하는 작품”이라며 “체호프가 당시 시대상을 여실히 반영해 사상적 배경이 깊다. 빈민층에 대한 연민과 귀족사회의 몰락, 사회 개혁에 대한 의지를 담아 쓴 작품”이라고 말했다.
작품 속 ‘갈매기’는 꿈이 좌절된 젊은이의 상징이다. “자유롭게 날지 못하고 총에 맞아 죽은 갈매기처럼,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체제 밑에서 젊은이들의 원대하고 아름다운 꿈도 좌절됩니다. 이런 체제 밑에서 젊은이의 미래는 없다고 비판한 체호프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려 합니다.”
원작에 충실하려 했다는 그의 말처럼 무대에서는 과감한 연출적인 실험이나 화려한 무대 전환 대신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가 돋보인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고, 이 작품은 특히 배우가 살아야 하는 작품”이라는 연출의 의지가 담긴 무대다.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출연해 낯익은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항나, 소유진, 오만석, 김수로, 주호성, 강성진, 진지희, 고수희, 이경실 등이다. 이순재도 대지주 ‘쏘린’ 역을 맡아 출연한다. 공연은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2월5일까지.
<두 교황> 끝낸 신구, 두달여 만에 다시 무대로
지난해 연극 <라스트 세션> <두 교황> 무대에 잇달아 오르며 왕성한 활동을 해온 배우 신구(87)는 지난달부터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구태환 연출)에 출연하고 있다. 충청도 어느 소도시 변두리의 폐관을 앞둔 낡은 영화관 ‘레인보우 씨네마’를 배경으로 극장주 가족의 3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다. 2018년 초연했고, 2020년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신구는 레인보우 씨네마의 초대 주인 조병식으로 분했다. 신구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 바쁜 물결 속에서 소중한 것들을 놓치는 게 많은 것 같다”며 “이런 현실에서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연극”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라스트 세션> 중 건강 악화로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던 그의 무대 복귀는 <두 교황>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연극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밝혔던 노배우는 지난달 프레스콜에서 건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답했다. “<두 교황>을 무사히 마치고 섭외가 들어왔는데, 진행시킬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어요. 하고 싶으니까 하지요, 허허.”
원로 배우 김재건이 신구와 번갈아 조병식을 연기하며, 손병호·박윤희·성노진·한윤춘·이시강·이성열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2월19일까지.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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