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 다시 벌어지자…은행권 압박 법안 봇물
기사내용 요약
예대금리차 공시 법제화 및 예대마진 보고 의무화
'이자장사' 곱지 않은 시선…2월 임시국회 논의 주목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최근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며 벌어진 예대금리차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은행권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법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리 상승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도 다시 고개를 드는 것과 맞물려 대출금리 인하 관련 법안들의 국회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15일 금융권과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은행의 예대금리차 공시를 의무화하고 예대마진을 금융당국에 보고토록 하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 부의장이 지난 11일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에 예대금리차를 연 2회 이상 공시토록 하고 예대금리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분기별로 금융위원회에 보고토록 해 은행 예대금리차를 당국이 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기존에 금리인하요구권을 알리지 않은 은행에 부과할 수 있는 2000만원 이하 과태료 조항에 연 2회 공시 의무나 분기별 금융위 보고 의무를 위반할 경우도 추가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도 은행이 각종 예금 및 대출 이자율과 예대금리차를 정기적으로 공시토록 하고 예대금리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매년 2회 이상 금융위에 보고토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대금리차와 이에 따른 수익의 공시와 금융당국 보고를 의무화한 이번 은행법 개정안들은 은행에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최근 주요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연 3%대까지 물러났지만 대출금리는 8%대를 넘어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민들의 금리 부담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막대한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코로나19로 단축된 영업시간 복원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정 부의장은 "가계빚이 1870조를 넘긴 가운데 현재도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연소득의 60~70%를 원리금으로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은 국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며 "예대마진으로 엄청난 돈방석에 앉은 은행들이 고객들의 곡소리나는 이자폭탄 고통은 외면한채 돈잔치를 벌인다면 국민들의 분노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의원도 "글로벌 시장에서 수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대기업과 달리 국내 은행들은 대부분 금리가 오르내리는 것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예대마진 수익을 원천으로 삼고 있다"며 "사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피땀 흘려 얻은 소득을 은행에 맡긴 쌈짓돈을 놓아서 돈을 챙기는 것"이라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국회에는 이번에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 외에도 예대금리차가 증가할 경우 금융위가 은행 금리 산정의 합리성과 적절성을 검토해 필요한 경우 개선 등의 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한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의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또 은행의 대출금리를 구성하는 기준금리,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 등을 공시하고 있는 것에 더해 스크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목표이익률 등 가산금리 설정의 근거가 되는 세부 항목도 주기적으로 공시토록 하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여야가 공히 예대금리차 축소를 통한 서민 부담 경감과 은행의 지나친 이자장사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2월 임시국회에서 은행권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은행법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2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1월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주요 상품 최고금리는 3.89%~4.27%다. 지난해 11월에는 5%대를 넘기도 했는데 2개월만 1%p가 떨어진 것"이라며 "이에 반해 5대 은행 주택담보 대출 금리는 4.93% 내지 8.11%를 기록했는데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8%를 넘은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대이율 차이가 커서 시중은행 8개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무려 53조32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금융당국은 이런 과정에 위법부당한 일이 없는지 철저히 감독해주기를 바라고 시중은행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현실에서 서민들이 예대이율 차이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 예대이율을 설정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삶이 너무도 힘겹다. 치솟은 물가와 은행 빚 때문에 많은 국민께서 밤잠을 설치고 계신다"며 "정부 재원과 금융기관의 금리 인하를 통한 이자감면 프로그램, 인건비·임대료 등의 고정비 부담을 덜기 위한 고정비 상환 감면제도, 대출 일부를 초저금리로 전환하는 한계차주 대출전환 지원 등의 '가계 부채 3대 대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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