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희의 '아일랜드', 완벽한 전화위복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3. 1. 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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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티빙

전형적인 드라마 속 재벌 2세의 외양이다. 하지만 겉모습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반전 매력을 지녔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아일랜드'의 원미호(이다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원미호는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 대한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차기 회장으로 예상될 만큼 막대한 재력을 가졌다. 재벌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답게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혈육을 상대할 때도 냉철하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의외의 모습이 자주 목격돼 보는 이들을 무장해제시킨다.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학생의 일에는 뜨겁게 분노할 만큼 정의감 넘치고 자숙을 위해 향한 제주도에서 정염귀를 마주하고 벌벌 떠는 모습은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한껏 긴장하다가도 어느 순간 긴장이 풀려 반(김남길)과 요한(차은우)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누구보다도 러블리하다. 

이다희 역시 원미호와 비슷한 점이 많다. 이다희를 단순히 '센 언니'나 '차도녀'라고 규정짓는 건 어불성설이다. '뷰티 인사이드'의 강사라,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차현으로 보여준 '도회적 이미지'로만 '퉁'치기는 아쉽다. 화수분 같은 매력을 지녔고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연기 열정을 갖고 있다. 아직 이다희의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줄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을 뿐. '루카: 더 비기닝'에서 직접 액션신을 소화하며 '액션퀸'에 도전했듯이 그 어떤 장르, 역할을 줘도 기꺼이 달려가 도전할 의사가 분명히 있다. 드라마 밖에서는 더욱 다채로운 모습이다. '퀸덤'과 '로드 투 킹덤'에서는 탄탄한 진행실력을, '런닝맨'에서는 엉뚱하면서도 러블리한 매력을 과시했다. 

원미호와 이다희의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노력이다. 재벌 2세 원미호는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나름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러나 밑바닥부터 시작해 계단형 성장을 이뤄낸 이다희의 피땀눈물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시작점부터 달랐다.  175cm가 넘는 이다희의 키는 스스로가 콤플렉스라고 밝힐 정도로 여배우에게 불리한 조건이었다. 데뷔 당시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장신의 여배우를 향한 수요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다희는 큰 키 때문에 화제작의 미팅 기회도 잡지 못했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서도연 역할 역시 놓칠 뻔했다. 그러나 이다희는 포기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큰 키를 의식해 무의식적으로 구부렸던 상체는 꼿꼿이 세웠고 자신만의 당당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 사이 시대는 변했고 이다희의 콤플렉스가 오히려 메리트, 장점이 됐다. 바야흐로 이다희의 전성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다희가 맡은 원미호는 당초 논란에 휩싸인 서예지의 자리였다. 그러나 서예지는 가스라이팅, 학력 위조 의혹 등으로 인해 '아일랜드'에서 하차했고 그 자리는 이다희에게 돌아갔다. 누군가에겐 부담스러웠겠지만 이다희에게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지난달 22일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이다희는 "너무 출연하고 싶어서 매달렸다. 절실함, 간절함이 있었다.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며 "다른 배우의 출연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나도 잘할 수 있는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다 기회가 왔고, '꼭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다희가 이토록 절실하게 '아일랜드'를 원했던 이유는 2021년 선보였던 '루카: 더 비기닝'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이지적인 이미지로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했던 이다희는 '루카'를 통해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호평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그 사이 '얼어 죽을 연애 따위'가 있었지만 '루카'의 아쉬움을 씻어내기에는 '아일랜드'가 적격이었다.

절치부심한 이다희는 '아일랜드' 안에서 자신의 매력을 오롯이 발산했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재벌 2세로서는 차분하면서도 단단하게 상대를 옭아맨다. 상대가 아버지든 고모든 오랜 시간 함께해온 실장이든 개의치 않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요괴(정염귀)의 공격을 받자 구조를 요청하는 모습은 보호본능을 일깨운다. 원작에서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던 반은 원미호에게 휘둘리는 모습으로 각색됐다. 이는 원미호의 전생이 원정이었던 까닭도 있겠지만 이다희의 원미호를 본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또 자신이 처한 위험을 알게 된 뒤 반과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이나 갑자기 등장한 요한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긴장 가득했던 극의 흐름에 화사한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사진=티빙

논란으로 하차한 배우를 대신해 주연 자리에 들어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부족한 부분이 보일 경우 "만약 바뀌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며 비교 대상을 쉽게 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일랜드'는 원작이 존재한다. 이다희의 원미호와 비교할 대상이 하나가 아닌 둘이나 존재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다희는 이러한 우려를 깨끗이 지워냈다. '바뀌지 않았다면'이라는 아쉬움 섞인 가정이 아니라 '바뀌어서 다행이다'라는 호평만이 가득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낸 이다희와 '아일랜드'에게는 완벽한 전화위복인 셈이다.

원작을 좋아했던 팬들 중 일부는 드라마로 재탄생한 '아일랜드'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많은 각색으로 다크 판타지적 매력이 짙은 원작의 개성이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원미호 캐릭터 역시 원작과 비교해 다양한 부분이 변경됐다. 비록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을 있을지언정 이다희의 연기를 흠 잡는 이들은 없다. '아일랜드'는 13일 5·6화를 공개하며 파트1을 마무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개될 파트2에서 완성될 이다희의 원미호는 어떤 모습일까. 분명히 성공적인 도전이 됐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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