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고속도로’ 달려 도착한 공장...“물없는 세탁기 개발 중” [르포]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3. 1. 15. 10: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가전공장 최초 ‘등대공장’ 선정
LG전자 美 테네시 생산법인 가보니
작년 건조기 이어 워시타워도 곧 가동
125만㎡ 거대 부지에 라인 확대
연말까지 자동화율 70%로 끌어올려
테네시 주에 위치한 ‘LG 하이웨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남동부 내슈빌 공항에서부터 북쪽으로 한 시간을 차로 달리니 ‘여기서부터 LG 하이웨이’라고 적힌 도로 안내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테네시 주정부가 LG의 현지 투자에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이름을 붙인 도로다. 이 도로를 타고 한적한 시골길을 조금 더 들어가니 마침내 LG전자의 북미 거점인 테네시 공장을 만날 수 있었다.

LG전자 테네시 공장은 연간 12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북미지역 전체의 평균 절반 가량의 제품을 이곳에서 만들어 낸다.

2017년 문을 연 뒤 지난해 9월부터는 건조기 라인을 추가해 연간 60만대 규모를 생산중이다. 이를 위해 현재까지 투자한 금액만 3억9000만달러(약 4800억원)에 달한다. 테네시 주정부가 도로의 이름까지 내주며 감사를 표시한 이유다. 현재 테네시 공장의 면적은 9만4000㎡에 달한다.

LG전자 테네시공장 전경 <사진 제공=LG전자>
하지만 이는 LG전자가 계획하고 있는 전체 구상의 일부에 불과하다. 테네시 공장의 전체 대지 면적은 축구장 150개를 합친 수준인 125만㎡에 육박한다. 차로 돌아보니 웬만한 서울의 동 규모에 버금갈 정도였다.

현지서 만난 류재철 LG전자 H&A 본부장(사장)은 “올해 상반기 워시타워 생산라인을 추가하고 이후 수요에 맞춰 냉장고부터 오븐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내부에 들어가 생산 라인 1층을 둘러봤다. 정면에 보이는 기계가 세탁기 구동부에 들어가는 부품을 직접 제조해 사출하고 있었다. 테네시 공장은 대부분의 부품을 금형부터 직접 제조해서 사출한 뒤 제품에 탑재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물류길이 막히거나 현지 규제로 역외 생산 제품에 불이익을 받는 일이 발생해도 즉각 대응할 수 있었다.

무인운반차(Automated Guided Vehicles, AGV)가 세탁기와 건조기의 부품을 나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테네시 공장에는 166대의 AGV가 도입돼있다. <사진 제공=LG전자>
놀라운 것은 이 공장이 단순히 넓은 것이 아니라 고도로 지능화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생산된 부품은 바로 무인 자동 배달 로봇인 ‘AGV(Automated Guided Vehicle)’에 실렸다. 166여대에 달하는 AGV 로봇이 공장 바닥에 일정한 간격으로 부착된 2만개의 QR코드를 따라 부품을 싣고 날랐다.

사람이 할 경우에는 하루에 6000번 이상 이동하며 부품을 운반해야 했지만, 지금은 사람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구동부 부품을 실은 AGV를 따라 함께 이동해보니 2층 세탁통(구동부) 조립 라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로봇팔이 자동으로 구동부를 완성한다.

근로자는 중간중간에서 선 연결(하네스) 작업 같은 일부 공정만 수행하고 있었다. 류 사장은 “자동화율이 현재 63%인데 올 연말까지 70% 가까이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완성된 구동부는 1층 라인과 연결된 엘리베이터에 실려 내려간다. 1층은 구동부를 제외한 나머지 완제품 공정 라인이다. 1층으로 내려가 보니 세탁기의 외형인 철판을 사출하는 작업부터 라인이 시작됐다. 금형에 온도·압력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최적의 사출 조건을 유지하도록 관리한다.

외형이 완성되면 ‘풀 프루프(Fool Proof) 시스템’이 오차를 검사한다. ‘바보’ 작업자라도 불량을 판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그 이름처럼 지능형 시스템이 정밀 감시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은 기존 대비 약 20% 향상됐고 불량률은 60% 정도 개선됐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세탁기와 건조기의 외관 커버와 같은 무거운 부품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가 보니 외형 조립이 완료되는 단계에서 로봇팔이 엘리베이터로 배달된 무게 10kg 이상인 구동부를 하나씩 꺼내 0.2mm 오차 이내로 정확한 위치에 세탁기 내부로 안착 시켰다. 이 과정을 거쳐 11초에 한 대 꼴로 완성된 세탁기가 45미터 길이 제조 라인 끝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 같은 혁신을 인정받아 15일 테네시 공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첨단 공장인 ‘등대 공장’에 선정됐다. 미국 내 생활 가전 공장 중 첫 번째 사례이자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중에서도 첫 성과다.

류 사장은 지능형 공장을 기반으로 세탁기를 더욱 고도화 시키겠다고 밝혔다. 궁극의 꿈은 물이 필요없는 ‘무수’ 세탁기다.

류 사장은 “현재 상업용 제품의 CO₂ 무수세탁기를 개발중이며 목표는 가정용까지 출시하는 것”이라면서 “친환경은 물론 모피 같은 고급의류도 손상없이 세탁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