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으로 가는 ‘길목’의 곽빈, “3월도 제구, 4월도 제구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을 통해 두산으로 유턴한 포수 양의지의 입단식이 열린 지난 12일 잠실야구장. 양의지의 복귀를 환영하는 김재환, 허경민 등 주축선수들이 행사장을 다녀오는 사이 몇몇 선수들은 실내훈련장을 벗어나 그라운드로 나와 운동을 시작했다. 오후 들어 봄기운이 돌듯 야구장 공기가 포근해지자 선수들이 몸으로 반응한 것이었다.
그 가운데는 두산 마운드의 현재와 미래이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발탁된 우완 곽빈(24)도 보였다. 곽빈은 강도를 조정하며 캐치볼을 한 뒤 러닝으로 훈련을 마무리했다.
곽빈은 때가 잔뜩 묻은 WBC 공인구를 들고 있었다. 지난해 말 WBC 공인구를 지급받은 뒤 적응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왔는지 입증되는 장면이었다. 그런데도 곽빈은 “공 표면이 미끄러운 편이다. 제구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곽빈이 공인구를 들고 대뜸 ‘제구’ 얘기부터 꺼낸 것은 해를 거듭하면서 제구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3월 열리는 WBC에서 기대만큼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인구 적응을 통해 제구에서부터 자신감을 얻어야 한다. 또 4월에 이어지는 정규시즌에서 성장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보다 안정적인 제구가 바탕이 돼야 한다.
2021시즌 곽빈과 2022시즌 곽빈은 완전히 다른 투수였다. 곽빈은 2021시즌 21경기에서 98.2이닝을 던지며 4승7패 평균자책 4.10을 기록한 뒤 2022시즌에는 27경기 147.2이닝에서 8승9패 평균자책 3.78을 올렸다.
두 시즌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제구였다.
곽빈은 2021시즌만 해도 제구 관련 지표들이 소속팀에서도 평균치를 훨씬 밑돌았다. 9이닝당 볼넷수 7.21개로 팀 평균(4.16)을 훌쩍 뛰어넘은 가운데 이닝당 투구수도 19.0개로 팀 평균(17.5개)보다 많았다. 투구수가 많다 보니 선발투수로 경기당 평균이닝수도 4.2이닝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2시즌에는 9이닝당 볼넷수가 3.66개로 대폭 개선됐다. 팀 평균(3.90)보다 좋았다. 이닝당 투구수 또한 17.4로 떨어뜨려 팀 평균(17.5개)보다 미세하나마 나은 수치를 남겼다. 또 경기당 평균 5.1이닝을 던졌다.
곽빈은 구위로는 KBO리그 최상위 그룹에 올라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로 각양각색의 투수를 상대해온 베테랑 김강민(SSG)은 최근 상대한 투수의 구종 중 가장 인상적인 공으로 곽빈의 패스트볼을 꼽기도 했다. 역시 관건은 강한 공을 통제할 수 있는 제구다. 곽빈은 이 대목에서 여전히 겸손했다. 스스로 “제구력이 부족한 투수”라며 고개를 숙였다.
어쩌면 그래서 곽빈은 더욱더 성장의 여지가 커 보인다. 제구를 한두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을 묻자 “계속 던지는 법밖에 없다. 많이 던지고 (나만의 감각으로)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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