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G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자, 깜짝 놀랄 ‘세계적 공장’이 등장했다 [르포]

2023. 1. 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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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이 ‘등대공장’으로 선정
건조기 라인 가동 시작…현지 수요변화 적기 대응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LG전자 세탁기·건조기 제조 공장 전경 [LG전자 제공]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LG전자의 세탁기·건조기 제조 공장을 찾아가는 길에 'LG 고속도로' 표지를 볼 수 있었다. 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테네시)=김지헌 기자] “지금 저희가 달리는 길이 LG 고속도로입니다. 표지가 보이시죠? 좀만 더 가시면, 첨단 자동화 기능을 갖춘 LG전자의 해외 공장이 있습니다.”(LG전자 공장 견학 당시 가이드)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의 클라스빌에 위치한 LG전자의 세탁기·건조기 공장 현장. LG전자가 3억9000만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해 만든 이 LG전자 테네시 공장은 연면적 9만4000㎡(약 2만8435평), 대지면적은 125만㎡(약 37만8125평) 규모에 이르는, LG전자 북미 생활가전 시장 확대의 선봉 기지다.

이 공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등대공장’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 기업이 세운 해외 공장이 등대공장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등대공장은 밤하늘에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것으로 평가되는 공장들에 WEF가 부여한 호칭이다. WEF가 2018년부터 전 세계 공장들을 심사해 매년 두 차례 선발하고 있는데, 지난해 상반기에 LG전자의 창원 LG스마트파크가 등대공장으로 국내 전자 업계에 처음 선정된 바 있다. 이로써 LG전자는 국내와 해외에 모두 등대 공장을 갖춘 국내 유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LG전자 세탁기·건조기 제조 공장 전경 [LG전자 제공]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LG전자 공장에서 있는 무인운반차(AGV)가 세탁기와 건조기의 부품을 나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테네시 공장에는 166대의 AGV가 도입돼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테네시 공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지능형 자율공장으로 구축됐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로봇을 활용해 공정을 자동화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공장은 로봇팔과 물류 배송 로봇으로 바쁘게 제조 라인이 돌아가고 있었다. 가장 바쁜 건 LG전자 무인운반차(AGV). 바닥에 붙은 QR코드를 통해 길을 파악한 AGV는 세탁기·건조기 관련 부품을 운반했고, 각 라인에 옮겨진 부품 등을 거대한 로봇팔이 조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라인 공정 뒷단에는 실제 사람들이 들어서 나머지 작업을 마무리했다. 주로 나사를 조이며 최종 완제품이 되도록 하는 세부 공정을 진행했다.

테네시 공장은 AGV만 166대 도입된 상태다. AGV는 최대 600㎏의 적재함을 최적의 경로로 자동 운반한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하루에 6000번 이상 수행했던 부품 운반 작업을 AGV가 알아서 처리하는 것. AGV의 운반 경로는 3만 개 이상의 공장 내 위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단 이동거리를 찾는 물류 동선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정된다고 한다.

세탁·건조통과 인버터 DD모터 등 무거운 부품 조립, 화염이 발생하는 용접 등 위험하고 까다로운 작업은 로봇이 수행한다. 각 생산 단계별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도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했다.

이 공장에선 최근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한 라인에서 제조하는 ‘완결형 통합생산체제’ 형태의 건조기 생산라인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앞서 LG전자는 2018년 말 테네시 공장을 준공하고 세탁기 생산라인 2개를 첫 가동했다. 이어 지난해 9월 건조기 라인 시험 가동 후 최근 본격 생산을 시작했다. 테네시 공장의 3개 라인은 각각 드럼세탁기, 통돌이세탁기, 건조기를 생산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세탁기 120만대, 건조기 60만대다.

테네시 공장의 자동화율은 현재 63%이다. 올 연말까지 70% 가까이 높이는 것이 목표다. 생활가전 제조공장 기준으로는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테네시 공장은 금속 프레스 가공, 플라스틱 사출 성형, 도색 등 부품 제조를 외주에 맡기지 않고 내재화했다. LG전자가 자체 개발해 사출공정에 적용한 ‘지능형사출시스템’을 바탕으로 금형에 온도·압력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최적의 사출 조건을 유지하도록 관리한다. 이를 통해 부품 생산성은 기존보다 약 20% 향상됐고 불량률은 60% 가량 개선됐다.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LG전자 공장에서 있는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세탁기와 건조기의 외관 커버 등 무거운 부품을 들어올리고 있다. [LG전자 제공]

류재철 LG전자 H&A업본부장 사장은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에서 현지 생산을 늘려 프리미엄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건조기 생산라인을 신설했다”며 “고도화된 생산체계를 기반으로 제품을 안정적으로 적기 공급해 북미에서의 세탁·건조기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테네시 공장은 LG전자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서도 생산 공정을 변화시키고 있다. 테네시 공장은 2021년부터 사용 에너지 전량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그 결과, 2021년 실질적인 탄소배출량은 2020년보다 63% 줄었다.

테네시 공장을 포함한 LG전자 북미법인은 전사 차원의 ‘탄소중립 2030’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21년 생산·물류·오피스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바 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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