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철 LG전자 사장 “휴대폰 개발 인력 흡수는 새로운 기회… 가전 패러다임 바꿔”
“가전에서 해보지 않은 SW 프로젝트 가능”
4년 연구해 업가전 출시…SW로 성능 개선
“세이프가드 해제 문제 없다…플러스 알파”
류재철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본부장(사장)은 “모바일(MC사업부)에서 철수한 것은 안타깝지만 덕분에 고급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엄청 많이 받았고 가전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아주 큰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류 사장은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테네시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직개편 당시) H&A 부문에 개발자를 많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LG전자는 2021년 4월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던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다. 당시 LG전자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7월 31일 자로 MC사업본부 폐지 등 휴대폰 사업을 종료했다.
문제는 MC사업본부의 약 3300여명의 인력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인력이 H&A사업본부에 배치됐다.
류 사장은 “지금 어디 가서도 우리 개발자 수준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몇백명 단위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가전에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라며 “이런 프로젝트가 몇 개씩 돌아가고 있고, 미래를 위해 과거에 해보지 않은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업(UP)가전’이란 게 처음 나왔다”고 했다.
업가전은 필요에 따라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가전제품 라인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업가전 오브제 건조기’를 구매하고, 나중에 펫케어 기능을 추가하면 반려동물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 제거 기능을 더할 수 있다. 트롬 건조기는 건조 정도를 기존 5단계에서 13단계로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가능한 일이다.
LG전자는 업가전 선포 후 현재까지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 총 24종의 업가전을 출시했고 120개 이상의 업그레이드 콘텐츠를 배포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업가전의 해외 브랜드인 ‘ThinQ UP(씽큐 업)’을 앞세워 미국에도 업가전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출시 국가는 순차적으로 확대된다.
류 사장은 “제품의 성능은 물론, 차별화 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4년 넘게 개발해 업가전을 시장에 내놨다”라며 “앞으로 가전 시장은 얼마나 더 차별화된 서비스 기능을 더 많이 제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은 류 사장과 손창우 테네시 생산법인장과의 일문일답.
─ 가전의 초연결성이 중요한 시기에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아쉽다.
류재철 “모바일 철수가 안타깝지만, 철수하면서 개발자 등 인원을 엄청 많이 받았다. 사실 받았다는 표현보다는 내가 달라고 요청을 많이 했다. 지금 어디 가서 우리 직원들 수준의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 구하지 못한다. 가전 사업에 아주 큰 기회였다. 가전 쪽 제품 방식의 패러다임이 확 바꾸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몇백명 단위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가전에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이런 프로젝트 몇 개씩 돌아가고 있다. 미래를 위해서 과거에 해보지 않은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업가전이란 게 처음 나왔다.”
─ 부품 내재화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손창우 “현재는 부품 수로 따지면 30% 정도 내재화 돼있고 조립까지 연장하면 60% 이상 우리가 만든다. 앞으로 조립 기준으로 5%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테네시 공장 신규 제품군 생산 및 증설 계획은.
손창우 “드럼 세탁기, 탑로더(통돌이) 세탁기 이후 지난해 9월 건조기 라인이 신설됐다. 올해 상반기 세탁건조 일체형 워시타워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전체 공장 부지의 10분의 1만 사용하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증설이나 다른 제품군이 생산라인이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다.”
─ 무수(無水) 세탁기 개발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류재철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은데, 이를 압축하면 액체가 된다. 에어컨처럼 압축기 기술은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다. 액체 상태가 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세탁하는 게 무수 세탁기다. 탈수는 중력의 100배 이상을 힘을 받아서 옷감에 손상이 많다. 하지만 무수 세탁기는 말 그대로 물이 필요 없다. 압력만 제거하면 탈수와 건조가 동시에 다 된다. 세탁기에 있어서 획기적 기술인데 고압이다 보니 가정용으로 당장 만들기 쉽지 않다. 우선 대용량의 상업용으로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공장 내 로봇팔이 대부분 일본 업체 제품이다. LG전자가 인수한 로보스타를 통한 내재화 계획은.
류재철 “로보스타 말씀 잘하셨다. 사실 공장을 처음 셋업할 때 로보스타 제품 많이 사려고 했다. 하지만 로보스타에서 생산 중인 로봇팔은 들 수 있는 하중이 작다. 공장에 있는 로봇팔이 몇백㎏ 무게를 들고 움직여야 한다. 로보스타에서 대용량 제품이 나오면 내재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조립 라인을 보면 사람이 나사를 조이는 일이 너무 많다. 자동화를 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지.
류재철 “예리하게 잘 봤다. 나사 조이는 과정을 자동화 하는 게 제일 힘들다. 정형화된 공정은 로봇이 나사를 조일 수 있는데, 0.1㎜의 오차만 있어도 자동화에 실패할 수 있다. 현재 인공지능(AI)과 3D 비전 기술을 이용해 시범적으로 나사 조이는 자동화 공정을 도입하고 있다. 또 테네시 공장은 여러 종류의 제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어 나사 조이는 것을 자동화 하면 제품마다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나사를 조이는 작업에 대한 자동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 스마트 팩토리의 자동화와 고용은 반비례한다.
류재철 “기본적으로 지역마다 다르다. 미국 정부, 주정부 모두 만나서 얘기해보면 최대 관심사는 고용이다. 다만, 고용을 더 늘리는 것은 경쟁력이 있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자동화를 안 하고 경쟁력이 사라지면 공장을 돌릴 수가 없게 된다. 자동화해서 고용 인원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생산 규모 확대 등 판을 키워 인력을 늘리는 방식이어야 한다.”
─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류재철 “기본적으로 세이프가드가 없어지면 우리한테 나쁜 것은 없다. 오히려 제품에 관해서는 관세 방법 등이 더 좋아질 수 있는 것도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생산을 테네시에서 하기에 세이프가드가 없어지더라도 사업하는 데 크게 영향이 없다. 세이프가드가 없어질 경우, 사업에 플러스알파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 CES에서 인상 깊은 부스는.
류재철 “스타트업 중에 코골이 방지 스마트 베개 ‘모션필로우’라는 제품이 재미있었다. 잠잘 때 공기압을 이용해 베개의 높이를 조절하면서 코골이도 해결해주는 제품이었다. 의외로 수면과 관련된 기술들이 많았던 점에서 놀랐다. 자동차 쪽은 BMW에서 차량의 색상을 바꾸는 기술을 내놨는데 한참 동안 본 것 간다. 우리의 무드업 냉장고하고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행 연구해 봐야겠다 생각에 연구소에 숙제 줬다.”
─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테네시공장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지.
손창우 “공장 내에서 다양한 품질 검사를 하는 3차원(3D) 비전 기술이 자랑스럽다. 이 기술은 로봇팔 등에 부착된 3D 카메라가 생산되고 있는 제품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부품이 맞게 조립되고 있는지, 오차는 없는지 등을 체크한다. 예를 들어, 세탁통을 만드는 철판이 있는데, 비전은 철판이 깨끗한지 흠집이 있는지, 동그랗게 성형 후 찍힌 게 있는지 카메라로 찍어서 딥러닝을 시킨다. 몇십만장 찍어서 조립 전 불량 검사를 하는 방식이다. 용접도 마찬가지다. 세탁기 가전 생산라인에 딥러닝을 적용한 것은 우리가 처음인 것 같다.”
─ 테네시 공장 가동률이 80% 수준인데, 물류비 인하의 영향인가.
류재철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여기서 생산해서 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까지 제품을 공급했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물류비가 급등하면서 한국이나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해 제품을 캘리포니아로 보내는 것보다 여기서(테네시) 생산해 보내는 게 더 유리했다. 하지만 물류비가 조금씩 안정화되면서 이제는 캘리포니아 공급 물량을 한국 등 다른 공장에서 보내는 게 더 유리하다. 이에 태국, 베트남의 가동률을 높이고 여기는 조금 줄였는데 약 20% 물량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 그게 키 포인트다. 그만큼 물량이 왔다 갔다 하면서 물류에 대한 로스(손실)를 최소화하고 있다.”
─ 삼성전자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로 LG의 가전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류재철 “홈넥커티비티얼라이언스(HCA) 표준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여러 기업의 제품이 연동될 수 있게 됐다. 다만, HCA는 고객 입장에서 각자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HCA는 제품 상태 확인, 전원을 켜고 끄는 등 기본 기능만 지원이 된다. 결국 LG전자 가전의 다양한 핵심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LG전자 ‘씽크’ 앱을 사용해야 한다. 앞으로 가전 시장은 결국 누가 더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기능을 더 많이 제공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날 수 있다.”
─ 공장에 5세대 이동통신(5G)을 도입한다고 한다.
류재철 “올해 하반기에 테네시 공장 내 5G 전용 통신망을 구축해 끊김 없는 안정적인 통신을 기반으로 AGV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자재를 운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한 스스로 경로를 찾아 이동하는 자율이동로봇(AMR, Autonomous Mobile Robot)을 도입해 물류를 고도화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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