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도 못 했는데…' 권순우, 전설 넘어 韓 테니스 새 역사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23. 1. 1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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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가 14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총상금 64만2735 달러) 결승에서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스페인)을 상대로 득점한 뒤 포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권순우(84위·당진시청)가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롭게 썼다. 전설 이형택(47)을 넘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통산 2회 우승을 일궈냈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 대회 단식 4강을 달성한 정현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권순우는 14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총상금 64만2735 달러) 결승에서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26위·스페인)을 눌렀다. 2시간 42분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2 대 1(6-4 3-6 7-6<7-4>) 승리를 거뒀다.

개인 통산 2번째 ATP 투어 우승이다. 권순우는 2021년 9월 아스타나오픈 이후 1년 4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한국인 ATP 투어 최다 우승이다. 권순우는 지난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한 이형택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을 넘어섰다.

정현은 2018년 호주오픈에서 4강 신화를 이뤘지만 ATP 투어 우승은 없었다. 정현은 2017년 21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 우승했지만 정규 투어는 아니었다.

권순우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9만7760 달러(약 1억2141만 원)을 받았다. 우승 랭킹 포인트 250점을 더한 권순우는 다음 주 ATP 세계 랭킹에서 개인 최고인 52위까지 오를 전망이다. 권순우는 2021년 11월 첫째 주에도 52위에 오른 바 있다. 역대 한국인 최고 랭킹 2018년 정현의 19위였다.

권순우가 14일(현지시간)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 결승에서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스페인)을 2-1(6-4 3-6 7-6<7-4>)로 제압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권순우는 2021년 9월 아스타나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2번째 투어 우승을 달성하며 이형택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우승 1회)을 제치고 한국인 ATP 투어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호주테니스협회


무서운 '러키 루저'였다. 권순우는 당초 이번 대회 예선 2회전에서 토마시 마하치(115위·체코)에 패해 본선 진출이 무산되는 듯했으나 본선 불참 선수가 생겨 행운의 출전권을 얻었다. 16강전에서 세계 랭킹 15위 파블로 카레뇨 부스타(스페인)를 잡는 기염을 토하더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특히 결승 상대 바우티스타 아굿은 투어에서 10번이나 우승한 실력자다. 권순우보다 9살 많은 35세지만 4년 전 웜블던 4강 등 세계 랭킹 9위까지 올랐고, 지금까지 꾸준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 선수를 권순우가 잡고 우승한 것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ATP 투어 단식에서 러키 루저가 우승한 사례는 권순우까지 10번뿐이다.

이번 우승으로 권순우는 오는 16일 개막하는 올해 첫 메이저 대회 호주오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해 대회에서 2회전 진출을 이룬 권순우는 여세를 몰아 개인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에 도전한다. 권순우는 2021년 프랑스오픈 3회전이 그랜드슬램 최고 성적이었다.

그동안 권순우는 세계 톱 랭커들과 꾸준히 대결해오면서 기량을 쌓았다. 웨이트 훈련으로 체력과 힘을 길렀고, 라켓 교체 등 변화도 줬다. 이번 대회 중계를 맡았던 박용국 tvN 해설위원은 "이전까지 권순우는 포핸드 스트로크로는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했지만 강한 서브에서는 확률이 다소 저조했다"면서 "이번 대회 들어 세컨드 서브 구사 능력까지 안정적이고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권순우는 14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총상금 64만2735 달러) 결승에서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26위·스페인)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EPA=연합뉴스

결승에서도 권순우는 서브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최고 시속 210km를 찍어 195km에 머문 바우티스타 아굿에 서브 에이스에서 11 대 5로 우위를 보였다. 빠른 발과 재치로 네트 플레이에서도 15 대 8로 앞섰다. 범실은 6개 많았지만 위너에서 42개를 터뜨려 23개에 그친 상대를 압박했다.

1세트에서 권순우는 상대 첫 서브 게임부터 브레이크하며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했다. 여기에 한 박자 빠른 포핸드 스트로크로 1세트를 따냈다. 2세트 바우티스타 아굿도 권순우의 서브를 강하게 받아치는 등 관록을 뽐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 접전 속에 승부는 타이 브레이크까지 흘렀다. 권순우는 침착하게 맞섰고, 마지막 상대의 샷이 아웃되면서 우승이 확정됐다.

경기 후 권순우는 "기록적인 부분은 생각 안 해봤다"면서 "한국의 역사가 되면 좋지만 그런 걸 생각하면 오히려 부담된다고 생각했고 오늘은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상대를 연파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부담이 없었는데 올라갈수록 간절함이 생겼고, 결승에선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돌아봤다.

강서브 비결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권순우는 "스피드를 위해 힘 빼고 코스를 보면서 성공률을 높이려고 했는데, 오히려 힘이 잘 받았다"고 설명했다.

권순우는 호주오픈 1회전에서 크리스토퍼 유뱅크스(미국)와 격돌하는데 지난해 한 차례 승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권순우는 "대진운이 좋다고 생각 안 하고 메이저 대회 본선을 뛰는 선수면 경기력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질 수도 이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젊고 회복을 잘하면 어려운 경기라도 잘 치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다졌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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