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주영 형이 도와줘” 선수생활 위기 극복한 고교 최대어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울산현대 신예 강윤구가 플레잉코치 박주영의 조언으로 위기를 극복해가고 있음을 밝혔다.
강윤구는 고교를 주름잡은 최고 유망주였다. 울산이 2020년 10월 영입했고, 2021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첫 선을 보였다. 그 해 리그 7경기 출전 기록을 남겼고, 지난해에는 K리그2 부산아이파크(13경기 1골 1도움)로 임대됐다. 당시 부산 페레즈 감독이 윙백과 풀백으로 포지션을 바꿔 잠재력을 이끌어냈다. 드디어 불이 붙는가 싶었는데, 선수 생활 위기를 맞을 정도의 큰 부상과 마주했다. 이제 만으로 스무 살인 그에게 큰 시련이었다. 팀(부산)에 합류조차 못한 채 지난해 하반기를 통째로 날렸다. 치료와 재활에 매진했다. 지난 3일부터 시작된 울산의 팀 훈련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강윤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울산 동구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처음에 부산으로 임대를 갔을 때 감독님이 원래 포지션이 아니라 다른 포지션을 주셨다. 당황스러웠는데 뛰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한창 좋았다. 충남아산전(5월 9일)에서 턴을 했는데, 갑자기 무릎이 아프더라. 전반을 끝내고 라커룸에 들어와서 테이핑을 했다. 풀타임을 뛰었다. 5월 11일 전남드래곤즈전도 다 소화했다. 쉬는 날에도 분명 문제가 없었는데...”
경기 출전 수가 말해주듯 계속 컨디션이 좋았다.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전남전이 부산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경기가 될 줄 몰랐다.
그는 “무릎이 계속 아파서 병원에 갔다. MRI를 찍으니 오른쪽 반월판 연골이 다 찢어져 있었다. 나는 제거를 원했는데, 병원에서 연골을 없애면 선수 생활을 못한다, 봉합해야 한다고 그러더라. 5월 17일에 수술을 하고 팀에 못 들어갔다. 한 달 반 넘게 바닥에 발도 못 디딜 정도였다. 지금까지 재활에 매진했고, 이달 초 울산으로 복귀했다”고 힘들었던 재활 과정을 떠올렸다.
시간이 금세 흘렀다. 벌써 프로 3년 차다. 워낙 대어였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그러나 스스로 보여준 게 없었다고 자책했다. 고교 최대어라는 수식어가 오히려 본인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한 듯했다.
“주변에서도 그렇고 팬들도 내게 기대가 컸다. 기회가 왔을 때 의욕만 앞섰다. 조바심이 났다. 역시 프로 무대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 내가 부족했다. 훈련 때 보여주지 못했다. 1년 차에 경기 출전 수가 적었고, 2년 차는 부상으로 시즌을 날렸다. 이런 이유로 마음이 쓰이거나 속상하지는 않다. 인내의 시간 덕에 정신적으로 더욱 성숙해졌다. 재활 기간이 길어 몸도 만들 수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입단 첫 해와 달리 피지컬이 좋아졌다. 웨이트에 집중한 덕이다. 강윤구는 “지난해 부상을 당했을 때 팬들이 많은 걱정을 해주셨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올해, 그 이후가 암담했을 거다. 나는 신체적으로 약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웨이트를 죽기 살기로 했다. 1, 2년 차 때는 패스 게임을 할 때 형들에게 밀리고 겁도 먹었는데, 보약 같은 시간 덕에 몸도 마음도 자신감이 붙었다”면서, “그동안 축구를 하면서 가족과 보낼 시간이 적었다. 엄마와 대화도 많이 하며 키우는 강아지랑 놀았다. 엄마가 밥 챙겨주느라 힘드셨을 거다. 그리고 내가 22세 룰 선수로 계속 머무를 것이냐, 아니면 여기서 더 발전할 것인가. 더욱 마음을 다잡았다”고 회상했다.
홍명보 감독은 ‘강윤구가 가진 게 많다’고 울산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계속 주목했다.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팀에 돌아왔을 때 용기를 북돋아줬다. 플레잉코치로 변신한 박주영도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강윤구는 “뛰면 무릎에 물이 차고, 아직 100% 몸이 아니다. 축구를 할 때 큰 문제는 없다. 감독님이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하신다. 패스 게임을 할 때 한 템포 쉴 수 있게 배려해주신다.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다. 더욱 신경 써서 관리(무릎)하고 있다”면서, “(박)주영이 형은 한창 때 무릎이 안 좋았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게 ‘어때? 괜찮아?’라고 늘 신경 쓰고 챙겨준다. 많은 힘이 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울산은 지난해에 이어 리그 2연패에 도전한다. 강윤구는 울산의 우승이 기뻤지만, 재활에 매진하고 있어 이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봤다. 원래 포지션이 워낙 격전지(2선 공격)라 올해 많은 출전이 어렵지만, 가능성은 있다. 측면 공격수인 황재환, 풀백인 조현택과 U-22세 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 있다.
그는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세상사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안 다치고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는 게 목표다. 처음 팀에 왔을 때 ‘다음 경기에서 못 하면 끝이다’라는 그런 조급함은 이제 없다. 잘하는 형들과 축구를 하니까 재미있다. 많이 배우면서 차츰 올라서는 선수가 되겠다. 팬들께서도 부상 걱정을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반전을 다짐했다.
사진=스포탈코리아, 울산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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