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제동원 배상안' 윤곽에 日총리도 "신속히 해결"
외교부, 수출규제·지소미아 문제 포함한 "포괄적 해결" 추진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일 간 최대 갈등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검토해온 해법의 골격이 '골격'이 제시된 뒤 일본으로부터도 '신속한 현안 해결'을 통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메시지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강연에서 "가능한 한 신속히 현안을 해결해 한일관계를 건전한 형태로 되돌려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밝힌 데 이어 14일 기자회견에서도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우리 정부가 검토해온 강제동원 피해배상안(案)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내놓진 않았다.
그러나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하는 우리 정부안이 토론회를 통해 공개된 다음날 한일 양국 외교장관들 간의 통화가 이뤄지고 뒤이어 정상 차원의 관련 메시지가 나왔단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단 게 외교가의 평가다.
우리 정부는 '제3자 변제'안이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적어도 일본 측이 '거부' 의사를 밝히진 않았음을 감안할 때 "물밑에선 세부 이견 등을 조율하기 위한 한일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공개토론회를 통해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주체가 돼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우선 변제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배상금 재원은 한일 양국 기업의 기부금 등으로 충당하는 게 골자다.
앞서 우리 대법원은 2018년 10~11월 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 2곳을 상대로 각각 강제동원 피해자 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해당 기업들은 관련 협의에 불응해왔다.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배상 등의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정부에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며 우리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포스코 등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국내 수혜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금을 우선 지급하는 내용의 안을 이번 토론회에서 공개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한다"는 말로 일본 기업들에도 배상금 재원 마련에 참여해줄 것을 우회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 측에선 일본 기업들의 피해 배상 참여, 그리고 일본 측의 사과를 담보할 '합의문' 등이 필요하다며 배상금 지급에 초점을 맞춘 정부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최종안 발표 전까지 일본은 물론 피해자 측과의 협의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간의 한일 외교국장급 협의도 '곧' 진행된다.
이와 관련 우리 외교부는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연두 업무보고에서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 현안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동시에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 측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조치로서 2019년 7월 발동한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 철회, 그리고 △그 여파로 종료 위기까지 갔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정상화까지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 시기가 올 상반기 중으로 예상되고 있는데다,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이 이뤄진 니가타(新潟)현 소재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재차 추진하고 있는 사실 등을 들어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려다 보면 오히려 국내의 대일(對日) 여론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및 한미일 간의 안보협력 강화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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