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만 금지된 '돈버는 게임'…결국 법원도 '외면'

김지현 기자 2023. 1. 1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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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P2E 허용 기대감 찼던 게임사들, 다시 해외로 눈길 돌려야
국내 시장은 '간접 공략'…"글로벌사들의 韓공략 추진력도 떨어져"
스카이피플이 출시한 P2E 게임 '파이브스타즈'. (스카이피플 공식 홈페이지 캡처)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블록체인 기반 '플레이투언(Play-to-Earn, 이하 P2E) 게임에 대한 게임물관리위원회의(이하 게임위)의 등급 취소가 합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국내 게임 업계 시장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간 국내 게임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 제작면에서도 일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우리나라가 중국과 함께 P2E 규제국이 되면서 기업들은 정작 우리나라 외 다른 나라에서만 서비스를 우회해서 진행해왔다.

업계에서는 법원이 앞서 스카이피플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 대해 게임사 측의 손을 들어주자, 이번 국내 P2E 게임의 합법성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에도 기대를 거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사법부가 이번 소송에서 게임위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내 게임사들은 향후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기 전까지 해외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우회 전략'을 계속해서 사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 법원, 게임위 손 들어...국내서 설자리 잃은 '돈버는 게임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는 13일 스카이피플이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등급분류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앞서 게임위는 2021년 5월 현행 게임산업법 28조 3항에 따라 스카이피플이 출시한 P2E 게임 '파이브스타즈 For 클레이튼'의 등급 취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게임위는 해당 게임을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 삭제 조치한 이유에 대해 "게임 아이템의 거래 활성화시 사행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모든 게임은 게임위의 등급 분류를 받아야만 서비스 가능하기 때문에 게임위의 이 같은 등급분류 결정 취소는 사실상 '게임 삭제'와 다름없다.

게임위의 이 같은 판단에 불복한 스카이피플은 게임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치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후 2021년 6월 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스카이피플의 손을 들어주면서 게임위와 게임사 측의 대립은 본안 소송인 행정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법원은 당시 스카이피플의 손을 들어주면서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스카이피플은 한시적으로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본안소송에 해당하는 1심 판결이 나오면서 '파이브스타즈'는 조만간 국내 앱마켓 다운로드와 접속이 중단될 전망이다.

스카이피플은 향후 국내에서 한시적으로라도 게임 서비스를 다시 진행하기 위해서는 항소를 통해 법원의 다음 판단을 구해야 한다.

다만 이날 스카이피플 관계자는 <뉴스1>에 "우선 같이 법적 대응을 했던 김앤장이나 사업부 쪽에 확인해서 당장의 서비스 여부가 될 수 있는지부터 살펴보겠다"며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스카이피플은 해당 판결물을 송달 받은 날부터 2주 내 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할 수 있다.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콘텐츠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2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 어두워진 국내 P2E 전망..."기대 컸는데 많이 아쉽다"

게임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법원의 판단이 단순히 스카이피플에 대한 패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파이브스타즈와 같이 게임 플레이를 함에 따라 토큰과 같은 보상을 주는 P2E 게임을 만드는 제작사들은 다시금 국내 서비스 개시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졌다.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 A씨는 "흔히 사행성이라고 불리는 도박과 P2E 게임에서의 '어닝'은 개념이 다르다"며 "이러한 개념에 대한 차이를 좁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처럼 상징적인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으로부터 이러한 개념의 차이를 좁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법원의 판단이 우리 입장에서는 많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P2E 게임 서비스는 쉽게 포기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P2E 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이번 판결로 국내의 우수한 게임과 서비스들이 블록체인을 통해 서비스하는 영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법원의 판단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규제가 없는 해외 서비스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글로벌 시장에서 선점효과를 빼앗길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게임 업계가 이토록 아쉬움을 토로하는 점은 지난해 9월부터 게임위가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현행법의 법적 한계를 점검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하는 등 규제 완화에 대한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은 소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면서 P2E 게임의 국내 허용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왔지만 다시금 국내의 벽에 가로막혔다.

◇ 해외로 다시 향하는 국내 P2E 게임사들...우회해서 국내 시장 공략

결국 법원의 판단에 따라 그간 해외를 대상으로 P2E 서비스를 진행했던 게임사들은 다시 해외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다만 게임사들은 계속해서 해외를 대상으로 게임 서비스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사업 성취에 있어서, 당장의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계속해서 해외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해왔다"며 "자국민을 대상으로만 한정지어서 게임을 만들지는 않기 때문에 아쉬움은 크지만 당장 타격을 크게 입었다고 보기에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관심도 큰 한국을 대상으로 P2E 게임 서비스를 노렸던 글로벌 기업들의 유입이 다시 끊길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씨는 "글로벌 게임 기업들은 블록체인에 대한 니즈가 큰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싶어한다"며 "한국 시장 진출이 다시 가로막히면서 향후 한국 시장 공략에 대한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스카이피플 외 또 다른 P2E 게임 소송도 이달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앞서 게임사 나트리스는 자사 P2E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에 대해 등급분류 취소 처분을 내린 게임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소송은 오는 31일 선고기일을 앞두고 있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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