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시험만 차종당 100회"…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안전·품질의 '산실'
차량 안전성 관련 내수·수출 차량 차이 없어…국내·해외 생산도 같아
슈퍼컴퓨터 활용한 가상 시물레이션, 차종당 평균 3천회, 4만5천시간
미국고속도로보험협회, 현대차그룹 26개 차종 'TSP+' 및 'TSP' 선정
#. 시속 64km의 속도로 돌진한 아이오닉5가 '쾅' 소리를 내며 충돌 테스트용 벽을 그대로 들이받고 튕겨 나오자 곧바로 파손된 보닛 사이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운전석 앞부분이 튀어나온 변형벽을 들이받은 차량은 보닛 대부분이 밀려들어 갔지만, 운전석 내부는 거의 온전한 상태를 유지했다. 남성과 여성 인체 모형을 한 '더미'가 앉은 운전석과 그 뒷자리는 사고 충격으로 에어백이 터졌다. 사고 충격이 꽤 컸지만, 다행히 화재나 전기차 문이 잠기는 추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고전압 절연저항 측정 결과도 정상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1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언론에 공개한 아이오닉5 충돌 안전 평가 모습은 기대 이상으로 놀라웠다.
시속 64km 속도로 충돌한다는 연구진의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다소 의아했다. 일반적인 도심 규정 속도보다 더 빠른 과속 상황을 설정해 충돌 실험을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시속 60km 안팎의 속도로 충돌하는 장면은 예상보다 충격적이었다. 실험동 내부에서 진행한 탓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훨씬 큰 충돌 소리와 사방으로 튄 파편은 충돌 강도를 그대로 전했다. 만약 시속 60km로 마주 보고 달려오는 차대 차 충돌 사고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할 정도다.
충돌 평가가 진행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은 2005년 12월 준공됐다. 4만m²(약 1만2100평)의 시험동과 2900m²(877평)의 충돌장을 갖췄다.
실제 차량을 활용해 충돌 평가를 진행하는 충돌시험장은 100톤의 이동식 충돌벽과 전방위 충돌이 가능한 총 3개 트랙으로 이뤄졌다. 최고 속도 100km/h, 최대 5톤의 차량까지 시험이 가능하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안전성과 관련해 내수와 수출 구분 없이 동일하게 차량을 설계하고 있으며 국내 공장 생산 차량과 해외 공장 생산 차량도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차량의 골격 구조는 충돌, 내구, 연비 등 모든 성능에 영향이 있으므로 같은 차량 골격 구조(Global One Body)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다. 특히 2015년 송도에서 실시한 소나타 국내 차량과 미국 생산 차량의 차대 차 충돌시험에서 기본적인 구조적 차이가 없음이 증명됐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의 설명에도 내수와 수출용 차량에 품질 등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은 최근까지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각국의 교통사고 형태 차이가 있고 이에 대응한 각국에서 요구하는 법규 차이로 일부 대응구조 차이가 있음을 설명했다.
북미의 경우 보행자 사고 빈도가 낮지만, 내수 및 유럽의 경우 보행자 사망 비율이 높기 때문에 보행자 보호 법규가 적용 중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범퍼 하단부에 '로워 스티프너' 구조 및 범퍼백 빔 전단부에 폼을 적용해 보행자의 하지를 보호하는 구조가 내수 차량에 적용돼 있는 정도라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은 고객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도 지난 3일 신년사에서 고객 신뢰의 핵심 요소로 '품질'과 '안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실제 사고를 재현한 시험을 차종당 100차례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또 충돌 시험 전에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으로 차종당 평균 3천회 이상 시험한다. 한 건의 버추얼 시뮬레이션이 분석까지 15시간 이상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1개 차종에 대한 정면, 측면, 후면 등 다양한 충돌 시험에만 4만5천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매일 100회 이상, 연간 3만회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사고에서 발생하는 여러 충돌 사례 등을 분석, 승객과 보행자의 상해를 줄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기술 도입에 따른 승객의 다양한 자세 변화에 맞춰 최적의 안전 장치를 탑재하는 방안을 도출하고 있다.
충돌 시험은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충돌 상황을 구현해 진행하고 있는 만큼 막대한 비용도 투입된다.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차량당 총 100억여원의 충돌 안전 개발 비용이 든다는 설명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급증하면서 전기차 충돌 안전성도 맞춤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면 배터리 위치가 차량 아랫부분에 있기 때문에 도로 구조물과 부딪혀 손상을 입을 경우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 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실차 시험으로 검증해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고전압 전장 부품은 패키지 레이아웃상 충돌 압착시에도 손상이 발생하지 않는 위치에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통합안전개발실 백창인 상무는 "안전한 전기차 개발을 위해서 전기차 전용 분석 시설을 구축해 충돌 후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위험성을 점검하고 고전압 배터리 부품을 보관해 물리적 변형, 쇼트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충돌 실험에서 운전석과 뒷좌석에 탑승한 더미의 상해 수준은 전 영역에서 'GOOD' 등급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각종 시험을 위해 남성, 여성, 유아 더미를 27종, 170여 세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고가는 15억원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미국고속도로보험협회(IIHS) 평가에서 26개 차종이 '탑세이프티픽플러스(ToP Safety Pick Plus·TSP+)' 와 '탑세이프티픽(ToP Safety Pick·TSP)'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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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승모 기자 cnc@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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