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타이거 우즈 살린 GV80 비밀은…현대차 남양연구소 ‘충돌안전성 평가’ 보니

IIHS 年 26개 TSP이상 ‘세계최고’ 자랑
차량 ‘전손’ 수준에도 인체모형은 ‘멀쩡’
한개의 차종당 충돌 시험 100여 차례
충돌 안전 개발 비용만 100억원 들어

현대차그룹 연구진이 ‘아이오닉5’의 충돌 안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안경찬 PD] 다섯부터 하나까지 숫자를 센다. ‘쾅!’. 시속 64㎞의 속도로 연구동에 등장한 ‘아이오닉5’ 앞부분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1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5000만원부터 시작하는 몸값의 일부가 사라졌다. 취재석 곳곳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차량에 다가가 직접 충돌 부위를 확인했다. 100t(톤) 구조물에 부딪힌 차량은 앞부분이 전부 파손됐다. 하지만 차 안은 그대로였다. 테스트를 위한 인체모형 더미 무릎에 묻어 있던 갈색 페인트는 충돌과 함께 터진 에어백과 차량 운전석에 조금도 묻지 않았다. 차량 앞부분이 부서졌지만, 배터리는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진행한 ‘충돌 안전 평가’ 공개 행사에 참여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서 최우수 등급인 ‘TSP+’와 우수등급 ‘TSP’ 등 26개 부문에서 획득한 성과를 기념하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 현장에선 더미를 태운 아이오닉5의 운전석 앞부분 40%를 구조물에 충돌시키는 ‘64kph 40% 오프셋(Offset) 충돌’ 테스트를 선보였다.

행사가 열린 남양연구소는 ‘타이거 우즈를 살린’ 제네시스 GV80이 탄생한 공간이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하는 모든 차가 만들어지는 연구개발의 산실이기도 하다. 근무 인원은 1만3500여 명에 달한다. 규모는 전체 연구건물을 합쳐 1만2000여 평에 달한다.

연구소의 중심에는 877평 규모의 ‘안전시험동’이 있다. 백창인 현대자동차그룹 통합안전개발실장(상무)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만들어낸 시설”이라고 이곳을 소개했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테스트가 이뤄지는 핵심 시설이다.

이날 충돌 안전 평가에 사용된 아이오닉5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모델이다. E-GMP는 아이오닉 5, EV6, GV60 차량에 적용했다. 이 모델들은 지난해 IIHS 충돌 안전성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TSP+)을 획득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탔던 GV80도 IIHS에서 TSP+ 등급을 받았다. 사고 당시 ‘전손’에 가까울 정도로 차가 부서졌지만, 우즈는 다리에 미미한 상처만 입어 화제가 됐다.

충돌 안전성 평가 실험이 이런 놀라운 결과의 출발점이다. 최우선 요소는 언제나 ‘탑승자의 안전’이다. 이를 위해 차량에 장착하는 더미에는 이마와 하관, 무릎 부위에 페인트를 칠한다. 그 이후 운전자·승객과 같은 자세로 앉혀 충돌을 준비한다. 연구자들은 차량과 더미 곳곳에 다양한 센서를 부착해 충돌 시 영향을 확인한다.

실험에 앞서 양민호 현대차 안전성능시험2팀 책임연구원은 “미국보험 협회 IIHS가 향후 도입할 예정인 64kph 오프셋의 강화된 버전 2.0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 실험’이 운전자의 안전에 집중됐다면, ‘버전 2.0’은 운전석 뒷좌석에 탑승한 승객의 안전까지 확인한다. 똑같이 64㎞/h의 속도로 차량 전면 40% 부분을 100t 무게의 구조물에 충돌시킨다. 앞좌석에는 남성형 더미를, 뒷좌석에는 여성의 모습을 딴 더미를 앉혀 실험한다.

현장을 방문한 기자단이 차량 내부를 살피고 있다. 충돌 후에도 내부는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현대차그룹 제공]

충돌 테스트 직후 남양연구소 관계자들은 차량의 속도와 충돌 부위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며 안전 성능 요구 조건에 만족하는지를 확인했다. 차체의 변형부터 차량 내부의 특이사항, 누유 및 화재 여부, 에어백 및 안전벨트 등 구속 장치 전개 여부, 문 열림 여부를 살폈다.

실제 충돌이 끝난 후 확인한 여성형 더미는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남성형 더미와 달리 이마에 묻어 있는 페인트 일부가 더미 왼편에서 터진 에어백에 조금 묻어 있었다. 차체는 파손됐지만, 내부는 온전했다.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충돌 후 차량의 문도 열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문이 열려야 탑승자가 충격 후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 시험동에선 이런 실험이 매일 100회 이상, 연간 기준으론 3만회 이상 이뤄진다. 한 차종의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충돌 안전 개발에만 4만5000시간이 소요된다.

차량 모델 하나를 테스트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억원에 달한다. 테스트를 마치려면 100여 대의 차량 충돌이 기본이다. 아이오닉5의 판매가격이 최소 5005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돌 실험에 들어가는 ‘기회비용’만 최소 50억5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백 상무는 “최근에는 첨단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3000여 회의 가상(Virtual) 충돌 시뮬레이션을 먼저 진행한다”며 “그래도 다양한 환경변화 속 수치를 얻기 위해 충돌 실험을 여러 차례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 안전 최우선 철학을 기반으로 최상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더욱 높은 안전 성능을 목표로 차량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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