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만담(3)_팔자 좋은 아줌마들의 취미 활동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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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 좋은 아줌마들의 취미 활동이라고?”
김 그러다 보니 자기 계발을 통해 수익이 생기지 않으면 그냥 팔자 좋은 아줌마들의 취미 활동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는 거 같아요. 물론 자기 계발을 하면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그게 취업이나 수익 창출로 연결된다면 좋겠지만 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취미 활동이든 그 어떤 것이든 자기 계발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 활동을 하고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면 말이에요.
송 저는 그동안 좀 유행에 편승해 자기 계발을 시도했던 거 같아요. 요가가 유행일 때는 요가를 배우고, 필라테스 붐이 일었을 때는 필라테스를 배웠어요. 첼로도 배우고, 그림도 배우고, 요리도 배웠네요. 어떻게 보면 ‘나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주변 사람들에게 과시하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처음 시작해 몇 개월은 열심히 하는데 그 이후에는 시들해져 금방 그만두게 되더라고요. 결국에는 오히려 무기력해지면서 만족감과 즐거움을 찾기 위해 시작한 자기 계발이 마음을 더 힘들게 하더군요. 그러다 우연히 친구를 따라 한 독서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반했어요. 책을 다 못 읽고 참석해 이야기만 듣고 있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책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할 때도 있는데 다들 경청하면서 거기서 새로운 주제를 끄집어내기도 해요. 저한테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집에 오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책을 분석하지 않고,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거나 평론가처럼 말하지 않아도 책 한 권을 맛있게 잘 읽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친구가 “굳이 모임에 나오지 않아도 네가 편하게 책을 읽고 즐거우면 그게 가장 좋은 독서”라고 하는 말에 자극받아 혼자만의 독서를 시작하게 됐어요.
박 저도 조용히 혼자 책 읽는 거 정말 좋아하는데 동지를 만난 거 같네요. 가끔 책을 읽으면서 책 한 귀퉁이에 제가 좋아하는 꽃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마치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교과서에 낙서하듯이요. 그런 여유 있는 시간이 정말 좋아요.
김 송 여사처럼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거 자체가 자기 계발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나의 잠재력과 능력을 찾기 위해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이는 거잖아요. 그런 방황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 보석 같은 독서 방법과 글쓰기를 찾았다고 생각해요. 그 방황의 시간이 결코 헛된 게 아니에요.
송 그 말을 들으니 위안이 되네요. 저는 그동안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독서 모임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마디로 ‘과시용 책 읽기’를 한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내 속도대로 읽어요. 분석하려 하지 않고 그냥 느끼면서 읽고, 좋은 문장은 노트에 한번 써보고 소리 내어 읽어보기도 하고 예쁜 종이에 적어 벽에 붙여놓기도 하죠. 예전에는 책 한 권 읽고 나면 온갖 미사여구를 곁들여 SNS에 올리곤 했는데, 요즘은 절대 그러지 않아요. 그리고 책 읽기와 함께 시작한 것이 ‘1일 1글쓰기’예요. 처음에는 ‘내가 작가도 아닌데, 하루에 글 하나를 쓰는 게 가능할까’ 걱정부터 했어요. 그러다 책 읽고 난 후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 또는 감상 한두 줄, 영화를 보고 느낀 점, 아침 출근길에 생각난 것,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 등을 적기 시작했어요. 하루에 딱 한 가지만요. 그러다 보니 글쓰기 3년 차가 된 지금은 짧은 수필 정도는 쓸 수 있게 됐어요.
김 와, 그 정도면 작가로 전업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전 아이에게 생일 카드 하나 써주는 것도 정말 어려운데, 매일매일 꾸준히 글 쓰는 거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글을 쓰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송 마음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느낌이랄까.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겪고 있는 한 작가의 책 중에도 그런 말이 나와요. “내 우울에는 글쓰기가 약보다 유효했다. 항우울제를 먹으면 기분이 더 처지는 편인데 글에는 그런 부작용이 없었다”라고요. 저 역시 글을 쓰면서 그런 경험을 하는 거 같아요. 그동안 좀 힘들고 불편했던 마음, 뭔가 불만이 많고 답답했던 마음이 글을 쓰면서 좀 편안해지는 느낌. 몸이 뻐근하면 운동으로 푸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고 우울한 상태면 글쓰기로 살살 잘 달래주는 거죠. 그래서 갱년기가 다가오는 중년이 글을 쓰면 좋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좋은 생활 습관을 갖는 것도 자기 계발에 중요한 요소잖아요. 그런 면에서 글쓰기는 참 좋은 습관이자 자기 계발의 한 분야인 거 같아요.
김 정말 그렇네요. 사실 마음이 안 좋고 스트레스받으면 보통 폭식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쇼핑하거나 가끔 남편과 아이들에게 화풀이하기도 하면서 정말 생산적이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풀려고 하잖아요. 저도 글 쓰는 방법을 좀 활용해봐야겠네요. 전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진짜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됐어요. 학창 시절의 공부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것 그 이상의 의미가 별로 없었잖아요. 그런데 외국어 공부는 정말 내가 필요해서, 내가 좋아서 하는 거라 그런지 스스로 알아서 하게 되더라고요. 공부에 대한 의무감이 아닌 책임감이랄까. 물론 아이를 낳고 나이도 많으니 기억력과 암기력이 젊은 학생들보다 많이 떨어져요. 배우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공부가 즐거워요. 제 입에서 공부가 즐겁다는 말이 나오다니 이건 거의 기적이에요.
박 두 사람의 말에 정말 공감하는 게, 저도 꽃을 통한 자기 계발로 마음이 안정되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졌어요. 결혼과 함께 전업주부로 살면서 일상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 데서 오는 열등감 같은 게 있었나 봐요.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고, 직장에서 점점 위로 올라가는 친구들을 보면 나도 일을 그만두지 말걸 하는 후회도 했죠. 그러다 꽃으로 다양한 재능 기부도 하고, 자격증도 따고, 수익도 좀 생기니까 활력과 자신감이 생겼어요. 아이들도 좋아해요. 학점은행제를 통해 화훼장식기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조건도 맞춰놨어요. 우리나라에서 좀 더 공부하고 경력을 쌓은 후에 유럽에 가서 가드닝을 더 공부하고 싶어요. 제가 정원에서 직접 키운 꽃과 식물로 꽃 장식을 하는 게 제 최종 목표예요.
송 저는 지금까지 제가 썼던 글을 정리해 책으로 내보고 싶어요. 요즘은 1인 출판도 많으니까 제가 직접 공부해 출간해볼까 생각도 하고 있어요. 아직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럽지만, 좀 더 글 쓰는 훈련을 해서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어요.
김 좋아하는 일을 위해, 또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준비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는 우리. 좀 멋있는 거 같지 않아요?(웃음) 잘 살고 있다고, 지금 이게 맞다고 각자에게 용기를 줍시다!
에디터 : 하은정 | 취재 : 박현구(프리랜서)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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