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 달려오더니 "꽝"…테슬라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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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에 대한 소비자 우려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차량보다 화재 발생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 탓에 소비자들은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세종에서는 테슬라 전기차가 중앙분리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배터리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길을 진압하기 위해 소방인력 50명이 투입됐지만, 완전히 진화하는 데는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됐습니다.
지난 7일에는 정비소에 세워둔 테슬라 모델X 차량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한 일도 있습니다.
전기차 화재 발생 시 많게는 100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는 배터리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하며 진화에만 약 3시간이 걸렸습니다. 진화에 소방차만 13대 출동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톨게이트 충격흡수대를 들이받은 아이오닉5에서 충돌 약 3초 만에 차량 전체를 불길로 덮을 수준의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차량은 전소했습니다.
내연기관 보다 오래 걸리는 진화 과정과 열 폭주 현상에 같은 충돌 사고라도 전기차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입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의식해서인지 완성차 업체에서는 대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우선,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 보다 더 엄격한 충돌 테스트 과정을 거칩니다. 배터리로 인한 열 폭주, 화재를 막기 위해 같은 충돌에도 더 완벽하게 내부가 보호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그 충돌 테스트 현장을 공개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2일 기자단에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아이오닉5 충돌 안전 평가 현장을 선보였습니다.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은 약 1만2100평의 시험동과 약 877평의 충돌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충돌시험장은 100톤의 이동식 충돌벽과 전방위 충돌이 가능한 총 3개 트랙으로 구성되며 최고 시속 100KM, 최대 5톤의 차량까지 시험이 가능합니다.
이날 공개된 충돌 안전 평가는 아이오닉5가 시속 64KM의 속도로 벽에 충돌하는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차량 전면부의 40%만 벽과 겹치게 충돌하는 방식으로 운전석과 뒷좌석에 각각 1명씩 인체 모형을 배치했습니다.
인체 모형은 하나당 약 15억원으로 총 157개의 센서가 부착돼 충격 정도를 기록합니다. 현대차는 키가 큰 남성부터 영유아, 왜소 여성 등 다양한 체형의 인체 모형을 보유 중입니다.
충돌 결과, 우선 가장 주의 깊게 살펴야 할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충돌 직후 연기는 발생했지만,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현대차 측은 "충돌 테스트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에어백이 정상적으로 전개됐는지와 인체 모형의 변형이 어느 정도 일어났는지다"며, "전기차의 경우 충돌 후 배터리 화재 여부 확인과 절연 저항 측정 등 추가적인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관상 전면부는 많이 뭉개져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벽과 겹쳐서 충돌한 전면부는 반파돼 냉각수가 흘러나오는 정도였고, 겹치지 않은 나머지 60%의 전면부는 큰 이상이 없었습니다.
차량 전면 유리는 강하게 금이 간 정도로 완전히 깨지지 않았고,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차량 측면부와 후면부의 외형 변화는 거의 없었습니다.
인체 모형에도 큰 변형이 없었습니다. 내부 에어백이 정상 작동해 뒷좌석에 앉은 모형의 경우 변형이 없었고, 운전석의 모형은 직접 충돌 부분과 가까운 왼발이 안쪽으로 꺾인 것을 제외하면 피해가 없었습니다.
차량 문 열림 역시 잘 작동했습니다. 과거 일부 전기차의 경우 화재 발생 시 전력 공급이 끊기며 문이 열리지 않아 운전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날 충돌 평가에서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현대차 측은 "전기차의 경우 충돌 사고 발생 후 문 잠금이 제대로 해제됐는지 항상 확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전기 공급 여부와 관계없이 수동으로 차량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충돌 사고 발생 시 자동으로 문이 열리며 운전자의 대피를 돕는 정도는 아니라, 사고에 따른 문의 뭉개짐 정도나 운전자의 대처에 따라 충분히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열 폭주' 불안은 여전…전고체 배터리 등 신기술 상용화 시급
현장에서 현대차 측은 전기차를 위한 충돌 안전 성능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배터리가 장착된 부분은 충격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백창인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은 "NCM(니켈·코발트·망간)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등 유형에 따른 발화 특성을 확인해 시험을 진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배터리 충격 시험, 주행 중 하부 충격 시험 등을 실시합니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 하부에 충격을 가하는 것입니다.
또한, 충돌 화재 예방을 위해 설계부터 배터리와 차체 간 결합도 강화했고, 충돌 뿐만 아니라 충전, 주차 등에도 발생할 수 있는 화재에 대한 대비하기 위해 각 상황 별 맞춤 대책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오닉5는 이날 충돌 테스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고, 인체 모형에도 큰 상해가 없으며 어느 정도 안전성을 입증했습니다.
다만, 소비자들이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장의 충돌에 따른 상해보단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전기차 배터리의 열 폭주 현상입니다. 전기차의 화재 비율이 약 0.01%로 내연기관 차량(0.018%) 대비 높지 않음에도 공포를 느끼는 이유입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은 "배터리 셀 사이에 캡슐을 넣어서 일정 온도가 됐을 때 캡슐 안의 소화제가 터지는 등의 신기술과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돼야 전기차 화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로, 양극 물질과 만나는 것을 막아 화재 발생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30년쯤에야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 될 것으로 분석합니다.
결국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불안은 이를 얼마나 빠르게 앞당기냐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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