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車안전엔 양보없다"…현대차그룹 '안전의 산실' 가보니

이장호 기자 2023. 1.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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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5 충돌 안전평가 현장 공개…충돌땐 수류탄 터지듯 굉음 울려
현대차그룹 26개 차종, 美 최우수·우수 등급 대거 획득 "글로벌 최고 수준"
현대자동차그룹은 12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현장을 공개했다. 아이오닉 5가 시속 64km의 속도로 변형벽에 충돌하는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곧 충돌안전 평가가 시작되오니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주시길 바랍니다. 파이브, 포, 쓰리, 투, 원"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 안전시험동에 마치 위성 발사 전에나 나올 법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후 수 차례 '삐' 하는 경고음이 나온 후 아이오닉5가 변형벽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 부딪혔다. 마치 군대에서 수류탄 훈련을 할 때가 연상될 정도의 굉음이 안전시험동 안에 울렸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기자들을 초청해 전기차 아이오닉5 충돌 안전 평가 현장을 공개했다. 운전석에 남성 승객, 후석에 여성 승객의 인체 모형인 더미를 착석시킨 채 시속 64km로 달려와 차량 전면의 40%를 변형벽에 충돌시키는 테스트였다.

현대차그룹의 차량들은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총 26개 차량이 지난해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로부터 최우수 등급인 TSP+(Top Safety Pick Plus)와 우수 등급인 TSP(Top Safety Pick)를 획득했다. 특히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 5, EV6, GV60 차량 모두 최우수 등급인 TSP+를 획득했다.

최근 미국에서 현대차 아반떼N(현지명 엘란트라N)을 타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를 여행하다가 91m 협곡 아래로 굴러떨어졌는데도 생존한 여성, 제네시스 GV80을 운전하다 차량이 전복됐지만 재활에 성공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일화는 현대차그룹 차량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화재가 종종 발생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대중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도 이를 인식했는지 전기차인 아이오닉5로 테스트를 진행했고 관계자들의 설명도 전기차의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본격적인 충돌 테스트에 앞서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인 백창인 상무가 전반적인 충돌 안정성 평가에 대해 설명을 하며 전기차 안정성 확보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노력들을 강조했다.

백 상무는 "전기차의 경우 고전압 배터리의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며 "고전압 배터리 모듈·팩의 압축 및 충격 단품 시험, 주행중 하부 충격 시험, 실사고 통계 분석을 통한 개발 기준 적절성 검토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2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현장을 공개했다. 사진은 기자들이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진행 후 관람을 하고 있는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충돌 후 아이오닉5를 근접해 볼 수 있었다. 충격으로 보닛은 완전히 들렸고 전면의 약 절반 가량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박살이 났다. 그러나 기본 골격인 프레임은 부러지지 않아 배터리까지 충격이 가는 것을 방지해 손상을 입지는 않은 듯 보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고전압 절연저항 측정결과 모두 정상이고, 고전압 배터리 파손으로 인한 전해액 누유나 화재 또는 연기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운전석 에어백, 측면 에어백, 커튼 에어백 등 더미가 앉은 운전석과 후석 왼쪽 자리에 있는 에어백들이 모두 정상 작동해 더미에는 큰 손상이 없어 보였다. 전면 유리도 아래 쪽이 심하게 갈라졌으나 깨지지는 않았다. 문도 모두 정상적으로 열렸다.

백 상무는 "정면 충돌시 충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범퍼 백 빔에 더블 박스 구조를 적용했고, 엔진 룸 구조는 멀티 로드패스 구조를 적용해 다양한 충격 방향에서도 효율적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판매 차량과 수출용 차량의 차량 골격이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차체설계2팀 이영호 팀장은 충돌 테스트 이후 진행된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과거 수출 차종과 달리 도금강판비율이 적게 적용된 차량이 있었지만 2006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해 2011년에는 내수와 수출 차량에 동일한 비율의 도금 강판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2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현장을 공개했다. 사진은 통합안전개발실장 백창인 상무 등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충돌 안전 평가 현장 공개 행사에서 미디어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백 상무는 보행자 사고 빈도가 북미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국내의 특성을 고려해 범퍼 하단부에 로워 스티프너 구조와 범퍼백 빔 전단부에 폼을 적용해 보행자의 다리를 보호하는 정도만 다를 뿐 기본적인 구조는 같다고 강조했다.

2005년 12월 문을 연 현대차그룹의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은 4만m²(1만2100평)의 시험동과 2900m²(877평)의 충돌장을 갖췄다. 충돌 시험 전 차종당 300회 이상의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을 거친다. 시뮬레이션에 투자한 시간만 차종 당 4만5000시간에 달한다.

시뮬레이션 작업이 끝나면 다양한 충돌 모드 시험을 차종당 100여 차례 이상 진행한다. 수많은 충돌 상황을 구현해 진행하는 만큼 막대한 비용이 든다. 모델 하나당 약 100억여원의 개발 비용이 든다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최신 인체 모형인 쏘오 더미와 월드SID 더미는 한 세트당 가격이 15억원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인체 모형을 27종 170세트 보유하고 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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