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사, 공장 근로자...방광암 발생 위험 커, 예방법은?
방광은 소변을 저장하고 배설하는 주머니 모양의 장기다. 이러한 방광에 악성종양이 생긴 것을 방광암이라 한다. 방광암의 90%를 차지하는 것은 방광 점막의 요로상피세포에서 생기는 요로상피세포암이다. 방광암은 진행 단계에 따라 1~4기로 분류된다.
- 1기(비근침윤성, 표재성 방광암): 암세포가 방광 내벽 표면에만 있는 상태 즉, 방광의 점막 아래층까지는 침범했으나 근육층은 침범하지 않은 상태다.
- 2기(근침윤성 방광암): 암세포가 방광의 근육층까지 침범한 상태다.
- 3기(근침윤성 방광암): 암세포가 근육층을 침범해 통과한 후 방광 주위 지방조직까지 퍼진 상태다.
- 4기(전이성 방광암): 암세포가 방광 주위 장기인 전립선, 자궁, 복부, 골반부의 벽까지 침범했거나 뼈나 림프절, 폐 등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다.
60대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방광암 환자 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방광암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3만 7,230명이다. 남성 3만 93명, 여성 7,137명으로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4.2배 많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비뇨의학과 김영식 교수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에 대한 생리적인 반응이 남녀가 달라서 그럴 수 있다"며 "폐경기 이후 여성에서 방광암 발생이 증가하는 경향으로 보아 성호르몬에 기인하다는 보고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환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70대(34.6%)가 가장 많고, 이어 60대(26.7%), 80대 이상(20.7%) 순으로 나타났다. 김영식 교수는 "나이와 연관된 요인이 성별보다 더 중요하다는 보고가 많다"며 "최근 고령인구 증가 및 검진 발달로 인해 고령에서 방광암 진단율이 높아지는 추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혈뇨 본다면 방광암 의심해야
방광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별다른 통증이 없는데 피 섞인 소변을 간헐적으로 보는 것이다. 혈뇨는 소변보기 시작할 때나 끝에 피가 비치는 정도로만 나타나거나 심한 경우에는 핏덩이가 나올 수도 있다. 드물게 혈뇨와 함께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갑자기 소변이 마려우며 소변을 참을 수 없는 요절박, 배뇨 시 통증 같은 증상도 나타난다. 그러나 혈뇨, 빈뇨, 배뇨통 같은 증상은 요로감염이나 요로결석이 있어도 나타나는 증상이다. 따라서 혈뇨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비뇨의학과에 방문해 확인해야 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방광암의 가장 중요한 단일 위험인자는 흡연이다. 흡연자가 방광암에 걸릴 위험성은 비흡연자보다 2~6배 높다고 알려졌다. 방광암 발생 위험은 흡연한 담배의 개수, 흡연 기간, 담배 연기 흡입 정도와 비례한다. 흡연으로 인해 방광암이 발생하는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담배 연기에 있는 발암물질이 연관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담배 발암물질은 폐로 들어가 체내 흡수돼 혈액으로 들어가고, 신장에서 걸러져 소변에 포함된다. 이로써 소변이 직접 접촉하는 점막 세포에 손상을 입혀 암세포를 만든다는 것이다.
염료공장, 제조공장, 고무공장, 약품공장, 직물공장 등에서 취급되는 많은 화학물질도 방광암 발생을 높인다. 미용사, 화가, 인쇄소 근로자, 트럭 운전사 등도 방광암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2-나프틸아민(2-Naphthylamine), 4-아미노바이페닐(4-Aminobiphenyl), 벤지딘(Benzidine) 등의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라면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하고, 소변 검사 및 요세포 검사 등을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방광암 가족력, 방사선 치료, 항암제 사용이 방광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암세포가 근육층 침범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치료법
암이 방광 점막에 국한된 비근침윤성 방광암으로 진단된 환자의 대부분은 내시경적 절제수술을 받는다. 내시경적 절제술은 전신마취나 척추마취 후에 진행되며, 요도를 통해 절제경을 삽입해, 눈에 보이는 종양과 방광 근육층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내시경적 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장기간 생존율은 양호하게 나타나지만, 재발률은 비교적 높다. 수술 5년 이내에 환자의 30~80%에서 암이 방광 내에 재발하며, 1~45%는 근침윤성 방광암으로 진행한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수술 이후 재발이나 진행을 막기 위해 보조치료를 진행한다.
보조치료는 일반적으로 방광 내로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방광 내 BCG 면역요법'과 '방광 내 항암제 주입법'이 있다. 먼저, 방광 내 BCG 면역요법은 방광에 생균 백신인 BCG(Bacillus Calmette-Guerin)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비근침윤성 방광암의 재발을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아울러 방광암의 진행률을 의미 있게 낮추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체로 주 1회씩 6주간 치료하며, 최소 1년 이상 지속하는 유지 요법으로 쓰이기도 한다.
방광 내 항암제 주입법은 수술 직후 6시간 이내 혹은 이후 4~8주 동안 매주 방광에 암세포를 파괴하는 항암제를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방광암 재발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으나 BCG 면역요법에 비해 암 진행을 억제하지는 못한다.
근침윤성 방광암 환자를 치료할 때는 방광 전체를 제거하는 근치적 방광절제술을 하거나 경우에 따라 전신 약물치료를 한다. 근치적 방광절제술은 전신마취를 한 상태에서 방광을 제거하고 림프절과 주변 장기까지 함께 제거하는 수술이다. 방광을 제거하면 소변을 저장하는 기관이 없어지게 되므로, 요로를 변경하는 요로 전환술을 함께 시행한다. 남성 환자는 방광과 함께 전립선, 정낭과 말단부 요관을 함께 제거한다. 여성 환자는 방광과 질의 일부 및 자궁을 포함한 전 골반 적출술을 시행한다.
일상생활 속 방광암 예방법
금연해야 한다. 흡연하다가 금연한 사람은 계속 흡연한 사람에 비해 방광암 발생률이 감소한다. 또, 방광암 초기 증상이 혈뇨이기 때문에 혈뇨를 본 경우에는 반드시 비뇨의학과에 방문해 검진받는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2.5L 이상 물을 마시면 방광암의 발생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소변 속에 있을 수 있는 발암물질이 희석되고, 소변을 자주 봐 방광이 자주 비워짐으로써 발암물질이 신체에 오래 머무르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다. 미국 연구진이 남성 5만여 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보면, 액체를 많이 마실 경우 방광암 발생 위험도가 유의하게 감소했다.
포화지방 섭취는 줄이고, 채소와 과일 섭취는 늘린다. 특히 비타민 A와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은 방광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비타민 A가 풍부한 식품으로는 달걀, 우유, 치즈, 소나 돼지 간, 당근, 시금치, 파프리카, 오렌지, 토마토 등이다.
엄채화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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