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추락, 더 잦아진다…민·군 우주물체 몰리며 지구 궤도 '빡빡'
지난 9일 전국에는 오전 7시를 기해 느닷 없는 ‘경계경보’가 발령됐다. 경계경보는 북한과 군사적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한국에선 군용기에 의한 공습에 대비하는 훈련을 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심해야 할 대상이 달랐다. 군용기가 아니라 미국이 1984년 쏘아 올렸다가 수명이 다해 지구로 추락하기 시작한 중량 2.5t짜리 지구 관측용 인공위성이었다. 결과적으로 위성은 미국 알래스카 근처 바다로 낙하했다. 한반도는 물론 지구 전역에 특별한 피해는 없었다.
문제는 인공위성이 지상으로 추락하는 일이 앞으로 훨씬 잦아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지구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소형 위성을 띄우는 프로젝트인 ‘스타링크’ 사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구축 용도로 쓰일 위성을 2019년부터 현재까지 3000여기나 지구 궤도에 쏴 올렸다. 인류 역사에서 인공위성 수가 이렇게 단기간에 늘어난 적이 없다.
최근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미국 등이 군사용으로 소형 군집위성의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소수의 성능 좋고 비싼 위성보다 다소 기능이 떨어져도 서로를 그물망처럼 연결해 동반상승 효과를 일으키는 저가 위성의 잠재력에 눈을 돌린 것이다.
■‘폭증’ 스타링크 위성 걱정
스타링크 위성을 향한 걱정스러운 시선은 이미 현실이 된 적이 있다. 지난해 2월3일(현지시간) 발사된 스타링크 위성 49기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38기가 제 궤도에 도달하지 못하고 지구로 떨어졌다.
태양풍에 의해 지구의 대기 밀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진 게 원인이었다. 중량 약 200㎏인 스타링크 위성이 도는 약 500㎞ 상공에도 소량의 대기가 있는데, 이 대기가 두꺼워지면서 위성의 회전력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스페이스X는 당시에 “위성은 대기권에 재진입하며 불에 탈 것이고 잔해가 지구와 충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도 구체적인 피해가 알려진 바 없다.
문제는 앞으로다. 현재 운영 중인 스타링크 위성이 3000여기이고 2024년까지는 6000여기로 늘어난다. 스페이스X는 최종적으로 4만2000여기까지 숫자를 늘릴 예정이다. 이렇게 막대한 위성 숫자는 잠재적인 위험을 키운다. 예측할 수 없는 이유로 파편이 남은 채 지구로 최종 낙하하는 위성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수의 위성이 떨어지다보면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가 아닌 사람이 사는 육지로 파편이 낙하할 수도 있다.
스타링크 위성이 다른 대형 위성과 충돌해 추락을 유발할 수도 있다. 2019년에 유럽우주국(ESA)의 위성과 스타링크 위성이 부딪칠 가능성이 생기면서 ESA 위성이 긴급 회피기동을 한 일이 있다.
김한택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우주법 전문)는 “위성 추락은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해 일어날 문제로 보인다”며 “향후 지상에서 피해가 발생한다면 해당 위성을 쏜 기업과 발사 허가를 내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궤도 공개 불가’ 군사위성 우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늘을 불안하게 올려다 볼 이유가 최근 추가됐다. 지난주 미국 지구물리학회가 발간하는 공식 매체인 ‘EOS’는 올해 3월 미 국방부 소속 우주개발청(SDA)이 소형 위성 10기를 지구 저궤도에 발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량 수백㎏짜리 소형 군사위성을 고도 수백㎞의 지구 저궤도에 깔겠다는 개념은 2017년 미 국방부 소속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제기한 ‘블랙잭’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 블랙잭은 수백기의 위성을 발사해 광범위한 통신망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정보를 수집·전송하고, 미사일을 추적하며, 무기를 조준하는 일을 돕게 된다.
이런 일은 기존처럼 수천억원을 들여 공들여 만드는 고가의 대형 위성 몇 개로는 하기 어렵다. 대략 10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만들 수 있는 소형 위성을 최대한 많이 쏴야 가능하다.
다수의 소형 위성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면 이점이 또 있다. 지상 관측 주기를 줄일 수 있다. 위성은 끊임 없이 지구를 공전하기 때문에 한번 특정 상공을 스치고 지나가면 뒤따르는 위성이 다시 지나갈 때까지 관측 공백이 생긴다. 값싼 소형 위성을 많이 쏘면 이런 공백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언젠가 수명이 다해 추락할 위성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특히 군사 위성은 운행하는 궤도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군사 위성이 다가와도 다른 위성들은 이를 모르기 때문에 추락을 유발할 수 있는 충돌에 대비할 시간이 없거나 적어진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이 군사용으로 의심했던 중국 위성이 갑작스럽게 궤도를 변경한 적이 있다”며 “주변 위성들이 위협을 받았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충돌이 잦아지면 위성을 띄우는 일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 규제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우주 강대국들의 이해가 얽힐 가능성이 큰 만큼 협의가 빠르게 진척될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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