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준이 탐낸 ‘분당’, 계파가 탐내는 ‘분당’[정상훈의 지방방송]

정상훈 기자 2023. 1. 1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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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경기 성남···계파 갈등 때마다 거론
국민의당·바른정당···실패한 분당의 추억
때 아닌 ‘중대선거구제’···새로운 기폭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 성남=권욱 기자
[서울경제]

스포츠팬들 사이에 격언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스포츠를 정치에 끌어들이지 말라.

지난 한 주 성남FC는 정치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전 구단주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입니다.

성남FC의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은 분당구 야탑동에 있습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도준(송중기 분)이 탐냈던 바로 그 땅입니다. 성남FC의 홈구장이 있고 진도준이 탐낸 분당은 ‘동이 분(盆)’에 ‘당나라 당(唐)’을 씁니다. 단순하게 분점리와 당우동을 합쳐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분당은 정치적으로도 요충지입니다. 보수세가 강한 곳이라서 민주당 인사에게 분당에서의 승리는 큰 의미를 지닙니다. 2011년 재보궐선거에서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의 당선은 ‘분당대첩’으로 불렸고, 제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갑·을 지역구 석권은 정권교체의 발판이 됐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시작해 경기지사를 거쳐 대선후보로까지 성장하자 대권주자들에게도 꿈의 무대가 됐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의원으로 복귀한 지역이 분당갑입니다.

하지만 오늘 다룰 분당은 이 ‘분당(盆唐)’이 아닙니다. ‘나눌 분(分)’에 ‘무리 당(黨)’을 쓰는 ‘분당(分黨)’입니다. 정당이 쪼개지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정치권에서 계파 간 갈등이 깊어지거나 권력 교체기에 고개를 드는 것이 분당론입니다. 누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나눠진다거나, A와 B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거나 하는 얘기가 나오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지난 한 해 민주당은 분당론의 중심에 서있었습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대표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도전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친명과 비명의 갈등이 극에 치달았기 때문입니다.

당 안팎에서 “이대로 가면 당이 깨지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왔고, 이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됐습니다. 이는 연말까지 이어졌습니다. 검찰이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 강도를 다시 높이자 분당론도 함께 제기됐습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른바 ‘윤핵관’을 중심으로 한 친윤과 비윤의 갈등, 이준석 대표의 징계,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강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까지. 국민의힘의 갈등 양상은 전당대회를 앞두면서 더욱 강해지는 모습입니다.

2016년 2월 국민의당 창당대회에서의 안철수 대표 모습. /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정치권 인사들은 양당의 분당 가능성을 극히 낮게 보고 있습니다. 아주 가까운 시기에 분당의 실패 사례를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갈라선 국민의당은 호남 돌풍을 일으키며 38석을 얻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의 대선 실패 이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다시 분리됐다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19대 대선 시기에 등장한 바른정당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이후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왔지만 대선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면서 바른미래당을 거쳐 다시 국민의힘으로 흡수됐습니다.

물론 성공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16대 대선 이후 민주당과 결별한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지금의 더불어민주당까지 역사가 이어오고 있습니다.

분당이 어려운 이유는 말 그대로 힘들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구축된 시스템을 벗어나 허허벌판에서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하는 작업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시·도당을 만드는 과정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분 다툼 또한 신경 써야 합니다.

이럴 때 버팀목이 돼주는 게 구심점이 되는 인물, 혹은 세력입니다. 국민의당은 호남이라는 세력이 있었기에 반짝 성공이라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성공도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이라는 구심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가 분당론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한 선거구에서 복수의 당선자를 낼 수 있는 제도의 특성을 바탕으로 다당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 경우 정당의 스펙트럼도 다양해져서 다양한 형태의 연합, 또는 연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물론 아직은 분당론(論)보다는 분당설(說)이 더 적합해 보입니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인 만큼 1년 4개월 남은 총선을 앞두고 일어날 정치권의 눈치싸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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