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 역사 쓴 권순우 “상대 연파하며 자신감 생겨”
권순우(26·당진시청)가 한국 테니스 선수로는 처음으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두 번째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권순우는 14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총상금 64만2735달러) 결승에서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26위·스페인)을 2시간 42분 혈투 끝에 2-1(6-4 3-6 7-6<7-4>)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권순우의 생애 두 번째 우승이다. 1년 4개월 전인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뒤늦게 첫 우승 소식을 전한 권순우는 이로써 이형택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1회)을 넘어 한국인 ATP 투어 최다 우승 기록 보유자가 됐다.
권순우는 경기 뒤 현지 취재진과 만나 “기록적인 부분은 생각 안 해봤다. 한국의 역사가 되면 좋지만, 그런 걸 생각하면 오히려 부담된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권순우는 예선에서 토마시 마하치(체코)에게 져 본선 진출이 좌절되는 듯했으나 본선 불참 선수가 생긴 덕에 ‘러키 루저’로 본선에 합류했다. ‘러키 루저’의 우승은 ATP 투어 역사상 10번째로 특별한 사례다. 권순우는 “예선에서 날 이긴 선수와 본선에서 다시 만나 힘들었다”면서 “1회전 승리 뒤 부담 없이 경기를 치른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상대를 연파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부담이 없었는데, 올라갈수록 간절함이 생겼고, 결승에선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돌이켰다.
권순우는 또 “오늘은 어제나 그 전 경기보다 경기력이 안 좋아 긴장했지만, 결승이니만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보니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은 16일 개막하는 새해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의 전초전 성격의 대회다. 기세를 올린 권순우는 호주오픈 1회전에서 크리스토퍼 유뱅크스(미국)와 맞붙는다.
권순우는 “대진운이 좋다고 생각 안 한다. 메이저 대회 본선을 뛰는 선수면 경기력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질 수도, 이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젊다. 회복 잘하면 어려운 경기라도 잘 치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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