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카카오 놈들" 걸그룹의 한탄…3일 만에 100만명 몰렸다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아바타 등장 예능 속출…이제는 '팬덤 공략'
'소녀 리버스', 데뷔 서바이벌 콘셉트 차용
K팝 팬덤 유입 효과…IP 확장으로 이어질까
"나쁜 카카오 놈들!", "이래서 방송국 놈들은 믿으면 안 돼요."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소녀 리버스' 출연자가 내뱉은 말이다. "탈락하면 영원히 소멸하며, 뒤에 보이는 동산에 묻힌다"는 살벌한 안내에 전·현직 걸그룹 멤버 30명이 모인 공간은 일순간 시끌벅적해졌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서바이벌 룰과 걸그룹 멤버들의 거침없는 입담까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은 가상의 세계에서 곧 현실이 됐다. 예능에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버추얼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소녀 리버스'의 이야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과 맞물려 지난 2년간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는 IT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IT 기업과 손을 잡고 VR, 증강현실(AR)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그중에서도 팬덤 비즈니스에 강한 음악 사업 분야는 온라인 콘서트로 재빠르게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었다. 블랙핑크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 인게임 콘서트를 개최해 미국의 음악 시상식인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와 유럽 최대 음악 시상식인 'MTV 유럽 뮤직 어워즈'에서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만 대중성을 필요로 하는 방송 콘텐츠는 고민이 깊었다. 기술력과 예능적 재미를 동시에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구현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낯선 소재에 대한 시청자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가상의 아바타를 등장시킨 Mnet '부캐선발대회', TV조선 '아바드림', MBN '아바타싱어' 등의 경우 성적 면에서는 참패했다.
'소녀 리버스'는 음악·가상 인물을 활용했다는 점은 앞선 프로그램들과 동일하지만, 기술의 활용 방식·예능적 접근 등에서 차이를 뒀다.
현실 세계로 아바타를 불러들인 기존 방식과 달리,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실존 인물들을 그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취했다. 앞선 프로그램에서는 실존하는 가수들이 아바타와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등 '투샷'을 그리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소녀 리버스'에서는 오롯이 아바타를 통해서만 소통하는 구조다. 참가자들은 30개의 부스에 들어가 VR 기기를 장착하고 제작진이 구현한 가상의 공간에 로그인해 버추얼 캐릭터로 빙의한다.
걸그룹 멤버들은 각 캐릭터에 새로운 사연을 부여한다. 정체가 드러나지 않으니 그가 하는 말, 행동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날 것'이다.
특히 영리한 점은 '팬덤 공략형' 예능이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의 정체를 꼭꼭 숨기는 건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VR기기를 착용한 채로 방송에 임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여러 번 비춘다. K팝 팬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들의 정체를 추리하고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라고 확신하는 팬들의 '팬심'이 몰려들기도 한다. 가상 세계, 2D 만화체의 버추얼 캐릭터 등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첫 공개 3일 만에 누적 조회수 100만뷰를 돌파한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팬덤 공략형'이라는 점은 향후 지식재산권(IP)의 발전 및 확장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소녀 리버스' 참가자들은 데뷔를 두고 경쟁 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아직 데뷔 이후의 활동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버추얼 캐릭터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활동이 동시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에 앞서 이 같은 부분에 대한 논의가 선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데뷔 조가 어느 정도 규모의 팬덤을 형성하느냐에 따라 이들이 지닌 서사, 비주얼, 음원 등의 진화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질 수 있다.
실제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IP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등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웹툰이 드라마로, 예능 콘텐츠가 웹소설로 확장되는 등 하나의 IP가 다양한 콘텐츠로 진화·확장할 수 있는 IP 밸류체인을 구축해 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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