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벨트 안했네” 물음에 여자친구는 “응”...속도 높인 만취운전자 [이번주 이판결]

전형민 기자(bromin@mk.co.kr) 2023. 1. 1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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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제주도 오픈카 음주운전 사고
벨트 안 맨 여친 확인한 뒤 급가속 충돌
대법원 “살인 혐의는 증명 부족해 무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젼경. [김호영 기자]
제주도에서 오픈카를 음주운전하다가 사고를 내 함께 타고 있던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3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징역 4년형을 확정했다. 쟁점이 됐던 ‘살인’ 혐의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충분히 증명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어떤 행위로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행하는 심리 상태를 미필적 고의라고 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의 상고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 만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께 제주시 한림읍에서 만취 상태로 오픈카를 몰다 급가속해 도로 연석을 들이박는 사고를 냈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8%, 면허 취소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로 옆자리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 B씨가 차량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면서 크게 다쳤고, 의식불명 상태로 지내다 이듬해 8월 끝내 숨졌다.

A씨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여자친구 B씨가 조수석 밖으로 튕겨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차량을 급가속해 사고를 낸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카카오톡 메시지와 블랙박스 녹음 파일 내용 등을 바탕으로 B씨와 다툼이 잦았던 A씨가 고의로 사고를 낸 것으로 봤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연인 사이인 두 사람은 사건 직전 제주도의 한 해수욕장에서 함께 소주를 마시며 3시간 가량 이별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후 숙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만취 상태로 번갈아가며 운전을 했고, 서로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다.

숙소 도착 후 B씨가 라면이 먹고싶다고 해 두 사람은 다시 숙소 밖으로 차량을 운전해 나왔다.

당시 A씨가 운전석에, B씨가 조수석에 앉았고 A씨는 안전벨트를 한 상태였다. 운행 중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자 A씨는 “안전벨트 안했네”라고 말했고, B씨가 “응”이라고 답하자 A씨가 차량을 급가속해 사고를 냈다.

하지만 이러한 검찰 측 추장에 A씨는 사고 전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튼 점 등을 근거로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맞섰다.

1심은 “음주운전 중 과실에 의한 사고인지, 살인을 위한 고의에서 비롯된 사고인지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의 음주운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찰이 추가한 예비적 공소사실(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은 유죄로 인정돼 A씨의 형량을 늘렸다.

대법원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살인 부분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한 원심(2심)의 판단에 ‘살인죄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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