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가는 뭉칫돈 잡자"… 파킹통장의 고금리 유혹
[편집자주]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7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예·적금 금리가 덩달아 오르자 기존 주식,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에 있던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이러한 역머니무브현상이 심화하자 금융권 사이에선 자금조달을 위한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이 과열됐다. 연 13%에 달하는 고금리 적금도 등장했지만 매월 은행에 넣을 수 있는 한도가 적어 이자는 쥐꼬리 수준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저축은행 역시 은행 등 1금융권으로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잇따라 올렸지만 이마저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로워 사실상 고금리를 받기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루만 예치해도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킹통장에 눈길이 쏠린다. 금융사들은 현금화가 쉬운 파킹통장의 금리를 5% 안팎으로 올리며 금리 노마드족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① '연 13%' 고금리 적금의 함정… 600만원 모아도 이자는 35만원
② 연 10% 준다고?… 저축은행 고금리 적금의 '민낯'
③ "예·적금 가는 뭉칫돈 잡자"… 파킹통장의 고금리 유혹
#. 대기업에 근무한 지 7년차에 접어든 노지영(35)씨는 연말 성과급을 두둑히 받은 데다 이달 초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5000만원의 목돈이 생겼다.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노씨는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여윳돈을 예치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11월 5%대를 넘어갔던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 금리가 최근 3%대 후반까지 떨어지면서 고민이 생겼다. 고심 끝에 노씨는 여윳돈을 한 인터넷전문은행 파킹통장으로 옮겼다. 그는 "당장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을뿐더러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어 예·적금에 돈을 묶어두기 보다 원할때 바로 빼서 쓸 수 있는 파킹통장을 이용 중"이라며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에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주는 금융상품으로 바로 갈아탈 수 있고 하루 단위로 이자를 받을 수 있어 통장에 돈이 늘어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고금리 예·적금 상품에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았던 '금리 노마드족(유목민)'의 발길이 파킹통장으로 향하고 있다. 파킹통장은 수시입출금식 예금으로 차를 잠시 주차하듯이 언제든지 돈을 넣고 뺄 수 있다.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년 이상 예치해야 하는 정기예금과 달리 파킹통장은 예치기간, 입출금 횟수 등에 제약이 없어 현금화가 쉽다.
특히 정기예금의 경우 만기 전 가입을 중도해지하면 약정된 금리를 그대로 받기 어렵지만 파킹통장은 패널티가 없어 약정금리를 모두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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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품은 100만원까지 하루만 맡겨도 최고 연 5.5%(세전)의 금리를 제공한다. 5대 시중은행 대표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인 4.20%(11일 기준)보다 1.3%포인트가 높다.
OK저축은행은 예치금액에 따라 'OK읏백만통장Ⅱ'의 금리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오픈뱅킹 등록시 제공하는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포함해 ▲100만원 이하 연 5.5% ▲100만원 초과 500만원 이하 연 5% ▲5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 연 4% ▲5000만원 초과 연 3%의 금리를 적용한다.
이 파킹통장은 지난해 12월26일 출시된 이후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3000명 가량의 가입자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의 '머니쪼개기'도 대표 고금리 파킹통장이다. 이 상품의 금리는 4.3%로 OK읏백만통장Ⅱ 최고금리(5.5%)보다 1.2%포인트 낮지만 한도가 3000만원까지다.
우대금리를 충족하지 않아도 일할 계산된 이자를 받을 수 있어 금리 노마드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애큐온저축은행의 지난해말 보통예금 수신 잔액은 머니쪼개기 상품 출시 전날인 지난해 10월16일보다 40% 이상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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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인 저축은행과의 거래에 익숙지 않을 경우 인터넷은행 파킹통장 상품을 눈여겨볼만 하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토스뱅크다. 토스뱅크의 '토스뱅크통장' 최고금리는 연 4%다.
다만 5000만원 초과분만 4% 금리가 적용되며 5000만원 이하의 예치금에 대해선 2.3%의 금리를 제공한다. 토스뱅크통장은 '지금 이자 받기' 서비스를 통해 하루에 한번 언제든 고객이 원할 때 이자를 바로 지급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1억원을 예치한 고객의 경우 '지금 이자 받기'를 통해 연 271만원(세후)의 이자를 받는다는 게 토스뱅크 측 설명이다.
케이뱅크의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 금리는 연 3%로 한도는 최대 3억원까지다. 플러스박스 역시 이자지급 주기가 한달이었지만 경쟁사인 토스뱅크를 의식해 지난 2일부터 이자를 매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일 이자를 받아 일복리 효과가 적용될 경우 5000만원을 예치하면 매일 3400원(세후)의 이자가 지급돼 월 기준으로는 12만2000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는 금리가 연 2.6%로 경쟁사에 비해 금리가 낮은 편이다. 한도도 최대 1억원까지만 가능하다.
시중은행 중 4%대 파킹통장에 가입하고 싶다면 SC제일은행의 '제일EZ통장'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도 제한이 없고 6개월간 연 4.1%의 금리를 제공하지만 SC제일은행과 첫 거래 고객이어야 한다. 제일EZ통장은 기본금리 2.6%에다 SC제일은행 신규 고객에 한해 1.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파킹통장 인기가 높아진 데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진 영향이 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대표상품의 최고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연 3.81∼4.10%로 지난해 11월15일(4.85~5.10%)과 비교해 약 2개월만에 금리 하단은 1.04%포인트, 금리 상단은 1.00%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경색됐던 채권시장이 풀리면서 시장금리에 연동한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진 데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과도한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예·적금은 만기까지 정해진 금리를 보장하지만 파킹통장 금리는 시장금리에 따라 수시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파킹통장 금리가 예금보다 높은 기현상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일부 금융권에서 고금리 파킹통장을 출시하는 것은 수익성보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 크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은 파킹통장 금리가 언제든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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