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탐구생활]'나빠'·'더 글로리'·'재벌집 막내아들'

장인영 인턴 기자 2023. 1. 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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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윤정 인턴 기자 = 'Z세대 탐구생활' 섬네일. 2022.10.23. Centiner0913@newsis.com


[서울=뉴시스]장인영 인턴 정진아 인턴 최윤정 인턴 기자 = 이번 주 Z세대 탐구생활은 커버곡과 K-드라마의 또 다른 역사를 쓴 두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다.

크러쉬 누나 노브가 부르는 '나빠'

어떤 커버곡들은 원곡보다 더 큰 매력을 지닌다. 버젓이 원곡이 존재함에도 나도 모르게 커버곡에 귀를 여는 경우들이 있다. 필자는 가수 겸 작사가 노브(nov)가 부른 크러쉬의 '나빠'를 듣고 이런 생각을 했었다. 크러쉬의 누나이기도 한 그의 '나빠'를 듣고 내가 남긴 감상평은 '이 집 노래 잘하네'였다. 투명한 물방울을 머금은 듯한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크러쉬에게는 미안하지만 원곡을 잠시 잊게 된다.

이 곡의 화자는 분명히 '나쁜' 사람이다. 미안하단 말이 입에 붙어서 / 오늘은 이래저래 음 늦었어 / 쓸데없이 핑계만 늘어놓고선… 약속에 늦어놓고 핑계를 늘어놓는가 하면 '내가 나빠'라는 말로 이 모든 잘못을 청산하려고 한다. 하지만 노브가 부르는 '나빠'를 듣고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약속에 늦는 화자를 어쩐지 용서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커버곡을 들은 이 중에 '내가 나빠'라고 말하는 노브에게 '응. 너 나빠'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오히려 '아니야. 얼마 안 기다렸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상대의 입장에서 이 곡의 화자는 분명 '백점짜리 애인'은 아니다. 그렇지만 노브의 '나빠'라면 왠지 '99점 애인'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노브의 공식 유튜브채널에서 청음 할 수 있다)(장인영 인턴 기자)

[서울=뉴시스] 노브 '나빠' 커버. 2023.01.13. (사진=유튜브 채널 캡처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걸 Z세대라고 하는 거야. 스튜디어스 혜정아

앉은 자리에서 8시간이 뚝딱 사라지게 만드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최근 화제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다. 본인도 다음 날 출근인데 '더 글로리'를 여러 지인들의 추천으로 오후 10시에 시작하게 됐다. 분명, 새벽 1시에는 잘 계획이었으나 사이다 전개와 흡입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에 시간 가는 줄 알고도 '다음 화'를 누르고 있었다. '더 글로리'는 드라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태양의 후예' 등을 집필한 작가 김은숙의 작품이다.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가 인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1회는 참혹한 학교폭력을 담고 있어 건너 뛴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리꾼들은 과몰입 방지를 위해 어린 '박연진'역을 맡은 배우 신예은의 예능 활약상들을 모은 클립을 올리기도 했다. 시리즈의 흥행과 함께 아래 장면들이 밈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5회에서 '문동은'이 '최혜정'(차주영)에게 "이런 걸 잘못이라고 하는 거야. 스튜어디스 혜정아. 다 알면서 하는 거, 다치라고 하는 거, 네가 매일매일 나한테 한 거" 이러한 장면들이 다소 오그라든다는 평도 있지만, 김은숙 작가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작품으로 인해 태국에서는 '더 타이 글로리'가 일고 있다. 태국판 '학교 폭력 폭로'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태국의 유명 배우 옴 파왓이 중학생 시절 자폐 학생을 괴롭힌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학교 폭력의 수위가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디어보다 현실이 더 잔혹해지는 사회가 제 2의, 3의 '문동은'을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정진아 인턴 기자)
[서울=뉴시스] '더 글로리' 3회에서 '문동은'이 '박연진'(임지연)에 박수를 치며 "화이팅, 박연진! 브라보! 멋지다, 연진아!". 2023.01.15. (사진= 넷플릭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억지 로맨스말고, 첨예한 기싸움이 좋아서

한 눈에 사랑에 빠져, 썸을 타다가 오해를 하고 다시 재결합을 하며 해피엔딩으로 끝. 한 줄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로맨스는 이제 인기를 끌지 못한다. 요즘 대세는 '신데렐라' 스토리 보다는 '혐관'이다. 혐관은 '혐오 관계'의 준말로, 서로를 싫어하고 대립하는 캐릭터 관계를 설명한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무한도전'에서 박명수와 정준하 같은 사이. 처음엔 서로를 죽도록 미워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빠져들어 조력자 혹은 연인이 되는 설정이 묘미. 이런 관계성에 열광한 시청자들이 로맨스를 빼달라는 요청까지 나오는 작품도 더러 있었다. 핑크빛을 쫙 뺀 '노 로맨스' 맛집을 소개해본다. (주의: 본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돼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일등 공신은 극중 할아버지와 손주인 진양철, 진성준의 치열한 두뇌싸움. 처음 진양철 눈에는 진도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진도준이 대선 주자를 맞히자 호기심이 생기고, 자신의 목숨을 살리자 차가웠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할 서울대 법대 입학증까지 들고 왔으니, 예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영특한 손주로 남을 것 같았던 진도준은 순양 그룹 후계자가 아닌 순양 그룹을 돈을 주고 통째로 사겠다는 숨겨둔 야망을 꺼낸다. 미라클 인베스트먼트 최대 주주로 다시 나서 진양철에게 인사를 건네는 장면은 아직도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진도준. 2023.01.15.(사진= JTBC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손자가 미래에서 왔다는 것을 알 턱이 없는 진양철은 모든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키는 진도준에게 두려움을 느낀다. 동시에 진양철은 가족, 사람보다 순양만을 생각하는 진도준을 보며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순양 그룹을 그에게 줘야겠다는 마음을 먹게된다. 그들의 아련한 케미가 폭발한 순간은 섬망증세로 기억을 잃은 진양철이 그에게 남긴 영상 편지 신(scene). '도준이가 누굽니까'라는 질문에 진양철이 "도주이… 내 손주다. 내를 제일로 많이 닮은 내 손주"라고 답한 장면에 송중기와 함께 울었다는 시청자들이 속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g62@newsis.com, 305jina@newsis.com, Centiner091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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